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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데전서 2장 15절에 참으로 이상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들이 만일 정절(貞節)로써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에 거하면, 그 해산(解産)함으로 구원(救援)을 얻으리라” (개역 딤전 2:15). 여자는 임신하여 아이를 낳아야 구원을 받게 된다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저는 결혼한 지 10여 년이 지나도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아직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으로 구원을 받고 안 받고 하는 문제보다는 저 자신이 아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제가 구원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아기는 가지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본문은 우리 같은 석녀(石女)를 너무나도 괴롭힙니다.
석녀 올림
자매님께,
하나님께서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석녀라고 하지 마시고 기도하시면서 기다려 보시면 어떤 해결을 주실 것 같습니다.
자매께서 물어주신 본문은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본문임에는 틀림없으나, 이 본문이 자매와 같은 경우를 두고 한 말씀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을 우선 급히 말씀드립니다.
성경 말씀은 아주 구체적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인물들에게 주어진 말씀이기 때문에 말씀의 배경을 생각함이 없이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하려고 할 때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말씀은 임신하지 못하는 여인은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께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수태(受胎)하지 못하는 여성과 해산(解産)하지 못한 태와 아이에게 빨려보지 않은 젖이 복이 있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보라 날이 이르면 사람이 말하기를 수태(受胎) 못하는 이와 해산(解産)하지 못한 배와 먹이지 못한 젖이 복이 있다 하리라” (개역한글판 눅 23:29)
그렇다고 예수께서 하신 이 말씀을 여성들의 수태 거부 운동의 근거 구절로 삼아야 하겠습니까? 오히려 수태(受胎)와 임신(姙娠)과 수유(授乳)를 복되다고 한 곳도 있습니다.
“이 말씀하실 때에 무리 중에서 한 여자가 음성을 높여 가로되 당신을 밴 태(胎)와 당신을 먹인 젖이 복이 있도소이다 하니” (개역한글판 눅 11:27)
성경의 말씀은 늘 그 말씀이 주어졌던 배경을 고려하여 이해하여야 합니다. 여자는 해산함으로써 구원을 받는다는 이 말씀을 두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제 개인에게 설득력 있게 들리는 해석 중의 하나는 이 말씀이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아이 가지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주어진 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시작되면서부터 아주 일찍이 교회 안에 영지주의라고 하는 것이 들어옵니다. 영지주의는 ‘하나님의 빛’인 ‘생명’이 인간의 육체 안에 갇히는 것을 막기 위해 남녀간의 성생활과 자녀 낳기 같은 것을 피하였습니다. 영지주의자들은 성생활과 남녀간의 육적인 애정을 사악(邪惡)한 신인 데미우르그가 만든 것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정통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영지주의의 주장에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통 기독교에서는 영지주의의 이런 주장과 운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더욱 더 집안 일을 하는 것에 힘쓰게 하고 자녀를 낳는 출산에 주력하도록 촉구하기에 이릅니다.
디모데전서 2장 15절의 이 말씀, 여자는 해산함으로써 구원을 받게 된다는 이 말씀은 오직 영지주의의 이러한 금욕생활과 자녀생산에 대한 적대감을 고려할 때에만 이해할 수 있는 말입니다.
디모데전서 2장 15절의 이 말씀은 여성의 구원이 자녀 출산과 결부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어디 여성만의 구원이겠습니까? 지구 생태 환경의 변화로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요) 여성이 임신을 못하게 되거나, 혹은 여성들이 화가 나서 (그런 일은 더더구나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요) 여성들 스스로 아기 낳기를 거부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는 것입니다.
비록 생명공학이 발달하여, 생식세포가 아닌 일반 체세포에서 핵을 떼어내어 생명을 복제한다해도 그것을 수정란에 이식하고, 그것을 다시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시켜야만 생명을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협조가 없이는 생명 복제마저도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말을 합니다. 인류 최초의 여성의 이름이 ‘하와’입니다. 이 이름은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매께서는 분명히 여성이십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인 하와’의 후손이십니다. 그러기에 ‘생명을 지닌’ 여성이십니다. 자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친 생명을 치유 받고, 새 생명을 얻고, 그 생명을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귀여운 자녀를 품에 안으시기를 함께 빌겠습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편집위원, 대한성서공회부총무, 감신대교수(구약신학) 및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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