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박사님께 다시 여쭙습니다.
이중기 드림
이중기 님께서는 애가 4장 16절과 관련된 문제점을 잘 지적하셨고, 주석이 말한 올바른 이해도 잘 포착하셨습니다. 문맥만 잘 읽어도, 그리고 몇 가지 번역만 비교해서 읽으시면 구태여 주석까지 보시지 않더라도 정확한 본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애가 4장 16절은, 그 전체 문맥인 4장 12-16절에서 보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루살렘이 안전한 요새(要塞)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시에 그 막강한 바빌로니아 군대도 예루살렘을 점령하는 데 일년 반이나 걸렸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루살렘이, 하나님이 지켜주신다고 믿었던 그 도성이, 결국은 이방사람에게 함락되어 버린 것입니다. 지금 예레미야는 그 까닭이 어디 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소위 백성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의 죄가 예루살렘 파멸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13절의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선지자들의 죄와 제사장들의 죄악을 인함이니 저희가 성읍 중에서 의인의 피를 흘렸도다” (ꡔ개역ꡕ 애 4:13). 어쩌면 선지자들은, 백성 앞에 파멸이 다가오는데도, “안전하다” “안전하다”하고 거짓 평화를 예언했는지도 모릅니다. 말하자면, 거짓 예언을 한 셈이지요. 애가 2장 4절이 바로 거짓 선지자들의 엉터리 예언이 백성을 미혹하게 하였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네 선지자들이 네게 대하여 헛되고 어리석은 묵시를 보았으므로 네 죄악을 드러내어서 네 사로잡힌 것을 돌이키지 못하였도다 저희가 거짓 경고와 미혹케 할 것만 보았도다” (ꡔ개역ꡕ 애 2:14) 또 한편, 제사장들은 엄연히 율법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죄 없는 사람들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습니다. 선지자와 제사장이 “성읍 중에서 의인의 피를 흘렸다” (애 4:13b)는 말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을 이방인의 손에 함락되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게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은 목숨을 건지려고 달아났는데 마치 그 처량한 모습을 가리켜 “저희가 (즉 선지자와 제사장들이) 거리에서 소경 같이 방황함이여, 그 옷이 피에 더러웠으므로, 사람이 만질 수 없도다” (애 4:14)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침략자의 칼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피가 그 지도자들의 옷에 묻어 부정(不淨)하게 되었으므로, 마치 그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이 악성피부병에 걸리 환자라도 된 것처럼 사람마다 그들을 외면하고 피합니다. 15절은 쫓기는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의 처지를 묘사한 것입니다. “사람이 저희에게 외쳐 이르기를, 부정하다 가라, 가라, 가라, 만지지 말라, 하였음이여, 저희가 도망하여 방황할 때에, 이방인이 이르기를, 저희가 다시는 여기 거하지 못하리라 하였도다” (애 4:15) 이제 그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이 사로잡혀서 이방인들 가운데서 사로잡혀 살 때에도 아무도 그들과 사귀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들을 제사장이라고 해서 혹은 선지자라고 해서 그 직무나 나이에 걸맞게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하나님께서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이 그렇게 천대를 받도록 만드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당신의 공의로운 진노로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버리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문제의 16절은 바로 이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16절의 내용을 하나 하나 분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호와께서 노하여 흩으시고”: 여호와께서 그 악한 지도자들인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이방의 포로가 되게 하셨다는 말입니다. “다시 권고(眷顧)치 아니하시리니”: 하나님께서 다시는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돌보아 주시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저희가 제사장들을 높이지 아니하였으며 장로들을 대접지 아니하였음이로다”: 여기서 말하는 “저희는” 이방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그들의 직함이나 나이에 맞게 존경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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