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 키지 아니하시면 파숫군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2)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 ({개역} 시 127:1-2)설교가 시작되기만 하면 졸기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설교가 끝나면 잠이 확 달아나고 생기가 돈다. 어느 특정한 누구의 경우가 아니다. 어느 교회에나 한 둘 씩은 있을 법한 사람 들이다. 설교자 중에는, 내가 설교하는데 듣지도 않고 졸다니, 하면서 그러한 청중을 원망하 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불면증에 시달려본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내가 설교하고 있는 동안에 달콤하게 졸고 있는 이들을 보면, 한 편으로는 내 설교가 지닌 강력 한 수면 효과가 자랑스럽고, 다른 한 편으로는, 사람을 불면증에 시달리게 하는 스트레스로 꽉 찬 세상에서 내 설교를 자장가 삼아 저토록 평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전달 하려고 하는 메시지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퍽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신다"는 시편 의 이 본문은 나 스스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만학(晩學)의 한 잠꾸러기 신학생이 내게 가르 쳐 주었다. 그 학생이 내 강의 시간 내내 꾸벅 꾸벅 졸다가, 내게 계면쩍게 소개해준 것이 바로 이 본문이다. 그 후에 안 사실이지만, 잠을 즐기는 게으른 친구들은 모두 다 이 구절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자신들의 잠을 변명할 때마다 이 구절 을 "조심스럽게" 들고 나온다. 그들이 이 구절을 "조심스럽게" 들고 나온다는 것은, 예배당 에 가서 앉기만 하면 조는 자신들의 원망스러운 졸음을 성서의 말씀이 오히려 허락하고 있 다는 것이, 그들로서는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도 신기하리만큼 좋기 때문에, 이것이 정 말 그런 뜻인지 아닌지 몰라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 이 구절을 인용한다는 말이다.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신다"는 이 말이 들어 있는 본문의 문맥을 보면, 생각이 있는 독자들은, 이 본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게 된다. 사람이 집을 세울 때에 하나님이 함께 그 집을 세워주셔야 그 집이 서고, 파수꾼이 성을 지킨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지켜주시지 않으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된 일이고, 또 사람이 아무리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서 먹고살려고 애써 수고해도 하나님께서 복을 베풀어주지 않으시면 다 헛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의 결론으로 여기에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 는 자에게는 잠을 주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말이다. 이렇게 수상한 본문을 만나게 되면, 다른 번역을 참고 해 볼 필요가 있다. {표준새번역} 은, "주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집을 세우는 사람의 수고가 헛되며, 주께서 성을 지키 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된 일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눕는 것, 먹고살려 고 애써 수고하는 모든 일이 헛된 일이다. 주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는 그가 자는 동안 에도 복을 내리신다."라고 번역하였다. 현대어로 번역된 다른 나랏말 번역들도 이것과 같은 이해를 반영한다. 1) "사랑하시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신다" (he supplies the need of those he loves, NEB Ps 127:2b)2) "주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자는 동안에도 공급해 주시기 때문이다" (For the Lord provides for those he loves, while they are asleep. GNB Ps 127:2b) 3) "그는 사랑하시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자는 동안에도 공급해 주심으로" (since he provides for his beloved as they sleep. JB Ps 127:3b) 이것은 단순히 수면이 가져다주는 건강상의 온갖 혜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는 동안에 여러 가지 필요한 복을 받는다는 뜻일 수도 있고, 또는 잠을 자는 경우와 같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필요한 온갖 것을 복을 받 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이 만들어낼 수도 없고 억지로 할 수도 없는 것이 있 다. 여기에서는 예수께서 하신 비유의 말씀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고, 밤에 자고 낮에 깨고 하는 동안에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를 알지 못한다. 땅은 열매를 저절로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싹을 내고, 그 다음에는 이 삭을 내고, 또 그 다음에는 이삭의 알찬 낟알을 낸다.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댄다. 추수 때가 왔기 때문이다"(막 4:26-29).복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다. 복을 주시는 하나님은 근심을 겸하여 주시지는 않는다 고 했다(잠 10:22).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고,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곳간에 모 아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마 6:25-33).자기 능력으로 복을 받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안달하 면서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신다."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마 6:34) 하셨다.모세 역시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님을 잊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너희가 마음속으로 '이 재물은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모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 아서 걱정이 된다. 그러나 주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에게 맹세하신 그 언약을 이루시려 고, 오늘 이렇게 재산을 모으도록 너희에게 힘을 주셨음을, 너희는 기억해야 한다"(신 8:17-18).여기에 하나 더 첨가할 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복을 베푸시거나 은혜를 베푸시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에 달린 것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사람 쪽에서 하나님을 시켜 복이나 은혜를 베풀게 할 수는 없다."나는 주다. 은혜를 베풀고 싶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불쌍히 여기고 싶은 사람을 불 쌍히 여긴다"(출 33:19)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