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2. 2)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41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징후와 질병

심리분석은 심리적 경험과 신체적 질병사이의 관계를 차트로 만드려고 공을 들여 시도를 많이 하였다. 그러나 넓게 말해서 심리학과 의학은 이러한 시적인 관계를 읽어내기를 꺼려했다. 15세기에 마르실리오 피치노가 관찰한 바, 화성이 내장을 해체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언어는 다르지만 필경은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억압된 분노와 대장염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봐서 특정된 신체적 징후와 정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이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징후(symptom)는 상징(symbol)에 가깝다. 어원학적으로 말하자면, 상징이란 두 가지가 "함께 던져져 있다" 는 것인 반면에, 징후는 사고가 났을 때처럼 사물이 "함께 떨어지는 것" 이라 하겠다. 우리는 징후가 어디선가 모르게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두가지 일 즉 질병과 이미지가 "함께 던진 것”이란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드문 일이다. 과학은 같은 목소리를 내는 해석들을 선호한다. 한가지 읽는 방법 만이 바라는 전부이다. 이와 반대로 시는 해석을 멈춘다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시는 의미에 대한 종말을 구하지 않는다. 질병에 대한 시적인 반응이 의학의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과학과 예술은 해석의 관점에서 볼 때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이 질병을 통하여, 스스로 표현하는 것을 시적으로 읽어내는 법은 상상의 법칙에 대한 새로운 감상법을 요청한다. 특히 상상력이 한층 더 새롭고 깊은 통찰 속으로 계속 움직여 들어가도록 하는 의향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어떤 이들은 질병에 대한 은유적인 견해에 반대해 왔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체적 질병 때문에 환자들에게 "탓을 돌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불평하는 말은 만약에 암이 사람의 생활 방식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 자신으로서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있으면서도 한 개인이 질병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질병에 대하여 욕을 먹게 되면 결과적으로 죄의식만 갖게 될 뿐, 상상력은 증가될 것이 없다. 그러나 사르델료의 말을 빌리면, "치료적 처치의 목적은 오직 신체적인 것이 된 일에다 상상력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언제라도 우리가 탓할 것에 대하여 자기 매김을 한다면, 우리는 진짜로 어긋난 자리 때문에 희생양을 찾게 될 것이고, 이런 일은 찾기에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스스로 거기에 연루되어 있다. 탓하는 것은 우리의 실수 가운데서 길잡이를 찾는 행위로서 인생을 정직하게 검토하는 일에 대하여 사실은 방어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일은 오류에 대한 의식을 비켜가는 방법이다. 사르델료가 권하는 것은 심장이 마비되거나 암 때문에 죽음의 환타지에 잠겨들게 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징후에 대하여 경청해야 하고, 거기에 따라서 삶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탓하기 보다는 오히려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몸의 메시지를 경청하는 일은 환자를 탓하는 것과 똑같지 않다. 나는 최근에 어떤 경험을 하였는데, 작기는 하지만 몸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나는 왼쪽 옆구리 아래 쪽에 통증을 느껴 왔었다. 의사는 그게 뭔지 분명치가 않았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서도 더 악화되지 않자 그는 세밀하게 관찰은 하되 무슨 위험이라도 무릎쓰고 하는 대단한 처치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였다. 그 대신에 나는 마사지를 해 주는 어떤 부부를 찾아갔는데, 그들을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면서 통증이 생기는 상황을 보다 큰 범위로 보면서 민감하게 다루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처음 찾아 갔었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일반적인 질문을 하였다. 무엇을 주로 먹느냐? 요즈음 몸이 대체로 어땠느냐? 현재 느끼는 통증과 관련될 만한 일들이 최근에 뭔가 계속되는 것이 있느냐? 통증이 말을 한다면, 뭐라고 말을 하겠느냐? 나는 이 과정이 통증을 상황화시키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고마움을 느꼈다. 알고 보니 이 단순한 대화가 나에게 심오한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그것 때문에 통증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관찰하는 방향을 잡게 되었고, 그 속에 있는 시를 귀담아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때 내가 마사지 테이블에 누워 있는 동안에 그 두 사람이 내 양 쪽에서 각기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빠르게 긴장을 풀고 편히 쉴 수 있었다. 나는 의식 속에서 우리 작은 동네에 있는 그 작은 방으로부터 멀리 떠밀려 나갔다. 나의 감각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듣기는 하였으나, 나의 집중력은 삶으로부터 격리된 어떤 영역 속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그들의 손이 내 몸을 어루만지며 별로 압박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서 손가락들을 느꼈다. 나는 편히 쉬던 자세에서 일어나서 그들이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하도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 대신에 멀어진 의식의 영역 속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별안간 색깔도 찬란한 커다란 호랑이 여러 마리가 우리에서 뛰쳐 나왔다. 그 호랑이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들의 몸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색깔은 자연의 세계에 실존하는 어떤 것 보다도 찬란하였다, 그들은 곧장 장난기가 있으면서도 사나워 보였다. 마사지하던 사람 중 한 명이 말하였다.

"거길 만질 때 느낌이 어떻던가요?" 내가 말하였다.

"호랑이들이 나타났어요.”

"호랑이들 한테 말해 보세요." 그 여자가 말하였다.

"그들의 메시지가 뭔지 알아보세요.”

나도 알아보고 싶기는 하였으나, 이 호랑이들이 나에게 영어로 말하는 일엔 관심조차 없을 것이 뻔하였다.

"호랑이들이 말할 것 같지 않은데요.” 내가 말하였다.

마사지를 해 주는 그 여자에게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불빛이 흐릿한 그 방안에 펼쳐진 작은 정글의 중간에서 여전히 노닐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사귀지도 않았고, 그들 역시 나의 애완동물이 되려 하지 않을 것 또한 명백하였다. 나는 꽤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었는데 호랑이들의 큰 몸집에서 풍기는 힘과 화려한 색깔에 경외심을 느꼈다. 호랑이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 들은 얘기인데, 그 마사지 방에 종종 동물들이 출현한다는 것이었다. 거길 떠나면서 생각한 건데, 여길 찾은 것을 두고 적어도 앞으로 여러 주간 동안 생각해야 할 것으로 느꼈다. 호랑이들에게서 내가 주로 느낀 것은 용기와 힘과 침착 같은 든든한 마음 같은 것이었는데, 바로 내게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 그들의 현존이 나에게 자신감과 힘을 안겨 주었던 것으로 보였다. 한참 뒤에도 그 통증이 다시 나타나려고 할 때면 나는 그 호랑이들을 기억했고, 그들에게서 용기를 끌어냈다. 내가 동시에 생각한 것은, 그 호랑이들에게서 배워서 나의 진정한 색깔과 그 속에 있는 화려함과 어느 정도 위세를 보여 줄 수 있을 듯 했다. 우리가 상상력을 끌어다 몸에 연결할 때, 어떤 문제에 대하여 사전적인 설명이나 명백한 해결책을 기대할 수는 없다. 상징이란 종종 두 가지 사물을 피상적으로 짝짓기를 하는 것처럼 다루거나 정의를 내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꿈을 다루는 책에서, 뱀은 항상 섹스와 관련된 것처럼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래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징은 어울리지 않는 사물 두 가지를 함께 던져 놓고,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속에서 살며 그 긴장에서 우러나오는 이미지를 지켜보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상징에 접근하고 보면, 멈춰 설 지점이 없고, 성찰에 끝이 없고, 단 한 가지 의미로 그칠 수 없고, 다음 순간에 뭐를 해야 할지 명백한 지시도 없다.

몸에 대한 이미지의 보고(寶庫) 는 없다. 내가 다룬 방법은 통증을 제거 하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오히려 나의 상상력을 더욱 더 자극하는 편이어서 나의 몸과 삶에 대하여 더 풍성하게 성찰 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징후가 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마치 사고가 났을 때처럼 몸과 삶이 함께 떨어진 것이다. 반응은 그런 일치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예술이나 신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양성적인 이미지를 읽은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즉.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으면서 이중성을 담아내려고 할 뿐더러 때로는 그로테스크(grotesque)한 긴장을 살도록 시도하는 것을 나타낸다. 시는 문학에 있어서나 몸에 있어서도 항상 요청하는 것이 있는데 소속이 각기 달라서 떨어져 있는 것도 함께 붙잡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적으로 붙잡는 일에는 시적인 태도를 도서실에서 끌어내서 진료실로 가지고 가야 하는데, 측정을 하며 한 목소리를 내는 순수한 신체적 해석보다는 더 깊숙이 몸과 그 통증 속으로 들어가게 이끌어 준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명쾌한 해석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명쾌함이란 시가 주는 선물은 아니다. 그와 반대로 시는 깊이와 통찰과 지혜와 비젼과 언어와 음악을 공급해 준다. 그런데 우리는 질병에 직면하게 될 때 이런 질적 요소들을 단순히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그친다.

민감하게 시적으로 이미지를 다루다보면 직관적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이성적인 해석 보다는 정서나 행동 반응에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덧붙여서 얻는 효과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처치' 이후에도 오랫동안 내가 만났던 호랑이들이 나에게는 경이와 통찰의 근거가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서 추출해 낸 어떤 특별한 메시지에 의해서도 그들은 격파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지적인 수술은 내가 발을 들여 놓았던 특수 정글에서 나오는 동물들에게는 보통 치명적이다.

패트리시아 베리는 몸과 이미지에 대하여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그가 말하기를 이미지 자체가 몸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에만 신경을 쓰는 까닭에 상상력이 지니는 이 미묘한 몸을 감상할 줄 모른다. 우리는 늘 문자 그대로의 삶 속에서 어떤 추론을 찾으면서 이미지에다 몸을 입히는 방식을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꿈은 반드시 낮 동안에 일어났던 일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식이다. 회화는 화가의 삶에 관한 것이다. 내 옆구리의 통증은 틀림없이 내가 먹은 음식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지 자체가 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는 생동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호랑이들은 오렌지색 줄무늬로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들의 몸은 큼직하고 묵직했다. 그런 이미지에다 그들 자체의 신체적인 존재를 허용하면, 그런 이미지를 해석해서 추상화하려는 경향이 더 줄어들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우리가“우리의 몸 속으로" 더욱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가 운동하거나 춤을 추거나 마사지를 받을 때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동시에 우리가 상상의 몸을 바라볼 때에도 그렇다. 나는 호랑이들의 색깔이 뭘 뜻하는지 모른다. 그들의 근육이 지닌 힘이 뭘 암시하는지도 확실히 모른다. 그런 것들이 그들 자체의 몸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것이 내 상상력 때문에 어쨌든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는 내 자신의 몸과 더 긴밀하게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