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만들기 (2002. 7)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라는 제목으로 국어시간에 공부를 한 기억이 난다. 요즈음에는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이 없나? ’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보기로 하였다.

우선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나? 사흘들이 전화를 하며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점검하는 동생이 있다. 눈을 감으나 뜨나 생각나는 손녀들이 있다. 유방암에 걸렸어도 의연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며 치료하고 있는 며느리가 있다. 그 아내를 매일 소독을 해주며 주사를 놔주는 아들이 있다.

새언니와 오빠를 걱정하며 울며 기도하면서 없는 돈도 선뜻 내어주는 딸들이 있다. 조카며느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비를 보내주는 내 동생들과 제부가 있다. 시집간 딸을 새로 낳은 아기처럼 여기며 방을 소독하고 밥을 지어주며 돌보고 있는 사돈이 있다.

받기만 하는 문자메시지도 참 기쁜 일 중에 하나이다. 첩첩산중에 있는 농촌교회 목사님에게서, 대학교에 다니는 청년에게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결식아동들에게서 오는 이메일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물론 그들의 메시지를 받으면 나는 전화를 돌린다. 아참,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가 또 있다. 어떤 결식 아동의 아버지인데 목수일을 하는 노동자이다. 아침 일곱시에 술을 먹고는 “전도사님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하면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이나 한다. 나하고 얘기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나는 기쁘다.

소외된 사람들을 열심히 거두면서 가난하게 사는 여성 목회자들과 묵은 때를 벗기려 애쓰는 여성 신학자들을 보면 정말 기쁨이 일어난다. 선배 목사님들의 잘못된 관습을 아파하며 몸부림치는 젊은 목회자들을 만나는 것 또한 기쁜 일이다. 어머, 그러고 보니 기쁜 일이 너무 많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