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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나눔

사랑의 십자가

	사랑의 십자가 요한복음 19 : 25-27 <두 그룹으로 나뉘어 나눔> *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십자가 밑에서 바라보는 심정은 처연하고 처절했을 것 같다. 내 힘으로 예수님을 돕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절망과 무기력함을 느꼈을 것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배반하고 십자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십자가 곁에 서있었던 사람들은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두려움을 뛰어넘게 했다고 생각된다. 요한은 스스로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라고 했다. 이렇게 예수님과 깊은 관계이고 또 제자를 믿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맡겼을 것이다. 고통 중에는 다른 것을 신경 쓰기 어려운데 어머니를 생각하는 극진한 사랑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눈부신 날’이라는 영화에서는 혈연이 아닌데도 가족공동체를 이루며 살 수 있다는 보여주었다. 예수님은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가족공동체를 만드셨다. 사랑이 라틴어로 ‘아모르’인데 이 ‘아모르’가 죽음을 거스른다는 뜻을 가진 것처럼 사랑은 혈육이나 죽음을 뛰어넘는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한국에 있는 많은 외국인들과 어떻게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 것인지 생각해보아야겠다. 지연, 학연, 혈연을 뛰어넘는 기독교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되어야겠다. 가족이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가깝고 친할수록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때 그 사랑에서 시작하여 주위로 사랑의 범위를 점점 더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 네 명이나 되는 여자가 십자가 곁에 있었던 건 여자에게 생명의 힘이 세기 때문인 것 같다. 이브는 생명이라는 뜻으로 에덴동산의 생명이었고 마리아도 생명의 잉태자이며 여자는 생명의 모태로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수에 속하고자 할 때는 힘들었지만 소수에 속하겠다고 결단하니까 힘들고 두려운 게 없었다.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은 소수의 자리에 계셨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옳은 것과 공동선을 이루는 출발점은 소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바로 ‘여기’이다. 예수님은 어머니와 제자 사이를 모자로 맺어주셨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가족이라는 개념이 커져야한다. 피가 섞여서 가족이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핏줄에 연연해하는 것은 곧 생명을 죽이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사랑의 십자가를 삶 속에서 감당하기 위해 오늘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형제로 생각하겠다. 가족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구역식구나 친한 사람들끼리 뭉쳐 다니던 것도 하지 않겠다. 탈북자나 외국인, 결손가정의 아이들, 독고노인과 같은 힘든 가정과 결연을 맺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후원해야겠다. ** 요한복음 19장 25-27절 텍스트는 예수님의 가상칠언의 대표적인 말씀으로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말씀이다. 십자가를 표현할 때 상하로 길게 내려 긋는 건 라틴 십자가(로마의 십자가)이며 상하좌우를 똑 같게 긋는 건 헬라의 십자가이다. 십자가는 주로 라틴 십자가로 표현하는데 십자가 위의 예수를 근육질로 꿋꿋하게 서있는 모습으로 그려 낸 십자가는 ‘승리의 십자가’ ‘힘의 십자가’이다. 초대 교회 때 나타나는데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카타콤 지하교회에서 지상으로 나와 활개 치고 다니면서 승리감에 사로잡혀 힘을 느꼈을 때 표현되었던 십자가다. 두 번째로 안정이 되면서 평화를 노래할 때 ‘사랑의 십자가’로 표현됐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가 꿋꿋하게 서있던 모습에서 고개 숙여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를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세 번째로 13세기 들어 중세 암흑시대의 어둡고 괴로운 상황 속에서는 십자가가 ‘고난의 십자가’로 표현됐다. 이처럼 자기 상황에 맞추어 ‘힘의 십자가’로도 읽어내고, ‘사랑의 십자가’로도 읽어내고, ‘고난의 십자가’로도 읽어내었는데 여기에는 자기들의 삶을 반영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에서는 세 가지 십자가가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랑의 십자가’를 볼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로맨틱하게 감상주의에 젖어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사랑의 십자가’를 통해서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와의 관계를 맺어주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고 했을 때 자칫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탈색시켜 볼 수 있다. 아무리 어머니를 사랑하던 사람일지라도 뼈를 깎는 아픔을 겪게 될 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살뜰하게 표현할 만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이 십자가의 사랑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혈연관계나 가족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 전혀 남남인데도 혈연관계로 인식시키니까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보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기 친자식임에도 사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의 공통점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이 부자지간이든 아니든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자확인을 하지 않았어도 친아버지, 친아들이라고 하는 의미를 부여하니까 친부모, 친자식으로 여기는 것이다. 친자식인줄 알면서도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는 건 그 관계가 뜻으로 의미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지순례 때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학대했었는데 그 당시 팔레스타인 출신의 엘리야라는 신부는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들이다’라는 설교를 했다. 친부모자식은 인간의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이지만 우리는 예수의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요, 예수의 피를 나눈 형제자매라는 설교였다. 현지에서, 그 상황에서 그런 설교는 전율할 만한 충격이었다.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형제자매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낳는 것을 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의미부여가 중요한 것이다. 공동체 운동하는 사람은 예수의 피를 함께 나눈 형제라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그랬을 때 목숨 걸고 사랑할 수 있고, 도울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십자가의 근본은 인간의 욕심, 이기심을 부정하고 일어서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이 시작된다. 자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 속에 있는 이기심을 부정하는, 즉 자기부정을 하고 나설 때 새로운 인간의 출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십자가에서 새로운 혈연관계, 사랑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읽어내는 게 ‘사랑의 십자가’를 명상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일상의 삶 속에서도 ‘사랑의 십자가’를 붙들고 사는 사람답게 살아가고자하는 결의가 우리가운데 더욱 새로워져야할 것이다. (목사님 말씀)
	2007-05-18 10:33:30 / 59.187.254.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