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사노라면 별별 경험을 다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나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2002 FIFA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으로 주최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 몸소 진한 감동을 현장에서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이 크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월드컵 개막 이전의 평가전 때의 흥분과 전야제의 감격, 그리고 6월 한 달 내내 열전의 분위기 속에서 손에 땀을 쥐고 벅찬 감정을 끌어안고 지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의 농도가 짙었고 질도 높은 그런 한 달이었습니다. 저마다 우승이냐 4강이냐 8강이냐 하는 목표를 세우고 또 기대하고 열전을 펼치고 관전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얻은 엄청난 경험을 어찌 짧은 글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월드컵 대회를 치르면서 얻은 감동과 함께 얻은 통찰을 이제 차분히 가다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먼저 우리 대표팀이 1년 전에 보여줬던 것과 대조적으로 향상된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대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모든 사람들과 열광적인 응원을 앞에서 펼친 사람들, 그리고 마음과 뜻을 한 데 모은 온 국민들이 세계에 보여준 우리 자신의 면모도 자못 새롭게 자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시점에서 생각할 것은 어떤 자만도 영웅심도 아닙니다. 우리의 가능성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성찰을 통하여 지금 여기서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살려야 할 것은 통찰력과 컴패션을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성찰의 과정에서 역시 관심의 초점은 1년 사이에 놀랄 정도로 성숙한 우리 대표팀과 탁월한 지도자로 각광을 받게 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모아집니다. 그의 지도력은 이 땅의 CEO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한다고 언론에서 치하할 정도였습니다. 대표팀의 선수들이 분발하여 변화하고 성숙된 것은 무엇보다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훈련하고 배우고 기술을 연마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지혜와 통찰력을 어떻게 가꾸었느냐 하는 면을 생각하게 됩니다. 모름지기 “좋은 교사는 가르치는 것을 모르는 교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돕는 것에 대하여 특별한 생각이 없습니다. 그가 하는 일이 남을 도울 뿐, 자신이 남을 돕는다는 생각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가르치는 최선의 길은 어떤 가르침도 의도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의도의 결핍이 순수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법입니다.” 히딩크 감독과 우리 대표팀을 생각하면서 토마스 무어가 한 이런 말이 가슴에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참된 교육과 훈련은 이렇게 사람들의 잠재력으로부터 폭발적으로 분출되게 하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몇 시간의 고된 훈련과 고도로 정교화된 기술 전수로 가능한 것 이상의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들 속에 있으나 아직은 깨어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있는 것 같지 않던 것을 일깨워서 현재적으로 나타나고 역동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표 선수들에게서 이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모든 국민의 가슴에서 잠자고 있던 힘이 솟아났습니다. 마치 잠자고 있던 화산이 거대한 용암과 함께 놀라운 힘을 분출시키는 것과 같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잠을 깨우고 다듬고 다루는 통찰력을 접목시키기만 하면 야생마보다 더 강렬한 힘을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통찰력에 더하여 서로에 대한 뜨거운 동정심으로서 컴패션을 갖기만 하면 세계의 어느 국민보다 놀라운 저력을 드러낼 사람들입니다. 우리 국민의 절반이 지니고 있는 성격으로서 ‘성취형(3)’과 ‘수호형(6)’과 ‘보존형(9)’의 에니어그램 특성이 결합되어 드러내는 저력에다 나머지 다른 유형들이 드러내는 잠재력이 합치면 세계를 놀라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불퇴전의 결단과 깊은 분별의 배합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나갈 일입니다. 그리고 통찰력과 뜨거운 동정심을 서로 부추기면서 앞으로는 상승하는 기운만을 살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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