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나무들이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왕을 세우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은 올리브 나무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네가 우리의 왕이 되어라.' 그러나 올리브 나무는 그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어찌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 내는 일을 그만두고 가서, 다른 나무들 위에서 날뛰겠느냐?' 그래서 나무들은 무화과나무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와서 우리의 왕이 되어라.' 그러나 무화과나무도 그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어찌 달고 맛있는 과일맺기를 그만두고 가서, 다른 나무들 위에서 날뛰겠느냐?' 그래서 나무들은 포도나무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와서 우리의 왕이 되어라.' 그러나 포도나무도 그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어찌 하나님과 사람을 즐겁게 하는 포도주 내는 일을 그만두고 가서, 다른 나무들 위에서 날뛰겠느냐?' 그래서 모든 나무들은 가시나무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와서 우리의 왕이 되어라.' 그러자 가시나무가 나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가 정말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너희의 왕으로 삼으려느냐? 그렇다면 와서 나의 그늘 아래로 피하여 숨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가시덤불에서 불이 뿜어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살라 버릴 것이다.'(사사기 9:8-15) 여야가 나뉘어서 선거를 치루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당 안에서만도 그렇게 많은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화같은 제안을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용"들로 불리우는 수많은 후보들이 서로 자기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만 빼놓고 서로 가장 좋은 "나무" 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천거하여 한 사람이 모두의 중론의 일치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가를 꿈꿉니다. |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오염된 공기가 하늘을 뒤덮어 가슴이
답답한 터에, 우리를 더욱 숨막힐 지경으로 몰아가는 이른바 지도자들로
자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의미의 정치"를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지금 왕조시대를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대권" 운운하면서 그들이
쏟아놓는 그 수많은 말들이 과연 뜻을 제대로 지니고 있는 것인가를 묻게
됩니다. 의미의 정치를 복원시킬 만한 비젼과 가능성과 희망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좌절과 소외감만 부추기는 양상을 보면서
불현 듯 그 옛날 요담의 우화 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오늘에 와서
우리가 말하는 의미도 목적도 상실한 채 냉소주의만 온통 사회에 가득하게
만들고 있는 "나무"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기묘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