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평화를 드러내는 사람들에게는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서 지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지적 허위성이나 권위주의라 할 수 있고, 고전적으로 말하자면 바리새주의라거나 종교적 이기주의라 하겠습니다. 사실상 이런 거짓 평화를 깨뜨리기 위하여 예수가 세상에 오셨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고,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내려보내셨다고 생각됩니다. 예수를 통하여 나타나는 하나님의 뜻은 성령을 보내신 데서 모두 수렴됩니다. 이 뜻은 곧 거짓 평화를 깨는 용기를 살리는 힘이 되며, 다음과 같은 문제를 극복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1. 개인주의적 경건, 2. 종교적 이기주의, 3. 독선과 위선, 4. 지적 허위성, 5. 패거리 지음, 6. 분열과 공동체 와해, 7. 획일주의, 8. 힘의 지배, 힘의 논리, 9. 자기기만, 10. 반생명(反生命). 돌이켜 보면, 예수가 세상에 오실 때,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긴다는 유대 백성 가운데 태어나셨습니다. 그 가운데서 하나님 잘 섬긴다는 바리새파 사람들을 비판하신 것은 위선과 독선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만, 실상은 포괄적 공동체를 외면한 채 개인주의적 경건에만 몰두하는 것을 질타하신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수많은 부정적 요소가 번져나가는 것을 가장 경계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가 온 몸을 던져 이를 바로 잡으려 하셨습니다. 십자가 사건도 그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부활 사건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능력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마침내 성령을 보내신 뜻은 하나님을 섬긴다는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경건을 넘어서서 공동체적 영성을 함양하게 하는 데서 확인됩니다. 사랑과 진리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정의와 영성이 균형을 이루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며,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일이야말로 거짓 평화를 깨는 가장 구체적 행동입니다. 투명한
영성을 추구하며 거짓 평화를 깨는 용기를 서로 북돋우며 실천 연대를 튼튼하게 엮어 나가는
것이 성령의 능력을 덧입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든든한 모습입니다. 정부 수립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이 시점에 사회개혁과 교회개혁의 과제를 한 가슴에 안고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거짓 평화를 깨는 용기와 늠름한 모습이 큰 빛으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우리에게 거짓 평화를 깨는 용기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이런 참된 용기가 없이는 진리도 사랑도 공동체도 모두 거짓이
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통틀어서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마다 평화의
깃발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없고, 허위성을 드러내는 사람들마다 목에
힘을 주어 진리를 외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미움을 사람들의 가슴 깊이 심는
사람마다 사랑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패거리를 만들어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사는 사람들마다 공동체를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표현이 얼마만큼씩 다르기는 하더라도 허위성의 너울을 쓰고
평화와 공동체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거짓 평화인가를 되짚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