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2. 7)

사랑하고 싶다.

윤 정 아

바람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이 저렇게 눈부셨는지
오늘 처음 보았다.

살랑거리는 소리, 사부작거리는 마른 낙엽소리,
이 소리가 이런 소리였던가?
한 번 깊은 호흡을 들여마시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하늘이 파랬던가?
살아가면서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사랑하고 싶다.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아니,
나를 먼저 사랑하고 싶다.

윤정아님(문경대학 간호과 교수) / 지난 9기 영성수련에서 쓴 자연묵상 글임.




햐얀 나비

황 애 란

오래 전 땅만 보고 기어다니며
무언가 갈급함으로 채워짐 없이
공허하기만 했던 애벌레 시절의 그 때..
새로운 신비의 세계에 대한 소망으로
애닯아 하던 그 때..

거대한 내면 세계의 힘에 실려
과감히 자신을 깜깜한 고치 속에
던지던 그 때...

어느 날

껍질들 깨는 처절한 절규의 순간과 함께 찾아든 희안한 빛의 그 때..

날개- 천사의 날개 빛을 닮은
온 세상을 순진함과 순수함으로 밝혀주는
하얀나비
하늘을 향한 비상, 하나님 세계 속에 거하는 삶으로의 전환

황애란님(연세대학교 의료원 간호대학 교수) / 지난 5기 영성수련에서 쓴 자연묵상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