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팔목사
철웅스님의 성서를 보는 눈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출가한 지 22년만인 지난 79년
초발심으로 돌아가 수행정진을 다시 시작한 후 한 번도 산문을 나오지 않았던 그가
대중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20년만에 산문을 나섰다. 출가한 지 22년이 지나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간 것이며, 또한 그후 10여년 동안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수행정진만 해온 사실도 놀랍지만 그의 성서해석이 너무나 쉽고 명쾌했기 때문이다.
"성서에서는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적고 있어, 그건
너와 나, 선과 악을 구별하는 분별심이 생겼다는 뜻이지. 선악과를 다시 토해내면 모든
욕심과 분별심이 없어지는 것 아니겠어? 그게 바로 자타일체감이야."
선악과를 먹기 이전의 인간생활, 그것은 자타가 일체되는 생활이고, 모든 욕심과 분별심이 없어지는 상태가 바로 구원의 상태가 아닐까? 이런 선악과를 토해낸 삶의 모습은 마더 테레사의 삶에서 잘 보여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자타일체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의 일체감까지 가졌던 분이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또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 찾아 주었다"(마태 25:35-36)는 예수님의 말씀에 테레사는 그의 삶의 모든 기반을 두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몸을 주님의 몸으로 섬기는 생활을 하였던 것이다.
이런 성서해석을 보면서 과연 나는 성서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되물어보았다. 이제까지 나는 성서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진리라고 믿었고, 또한 성서가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도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 그냥 말로만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성서의 말씀이 진리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행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지금 생각들이나 삶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나의 욕심과 탐욕만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면서도 온 몸이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탐욕의 덩어리로 채워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구원을 바라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투기꾼(?)이 아닐까?
마더 테레사는 가장 가난한 사람은 예수님 '같은' 게 아니라 '예수님'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마더 테레사가 독창적으로 생각해 낸 사상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민중교회를 한다고 뛰어든 내가 과연 가난한 사람을 예수님이라고 믿고 있는가? 나에게는 그말이 상징이나 비유로 들리지 않는가? 남들은 나에게 어려운 민중교회를 한다고 격려하지만 바로 그런 사실에 자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까지 가난한 사람에게서 예수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믿음의 생활 30여년이 지났지만 철웅스님처럼 초발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 최의팔목사는 청암교회를 목회하며 한국민중교회운동연합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외국인노동자선교센터 소장, 한벗장애인이 동봉사대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