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규
성서공동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좋은 계절입니다. 저는 어제 밤을 꼬박 세우고도 아내와 함께 계룡산에 올랐습니 다.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아름다운 햇살이 너무 좋아 가방을 둘러메고 산행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산에 오르면 모든 이들의 마음이 넉넉해지는가 봅니다. 고목의 감나무에 꽃핀 뾰쪽감, 가 파른 언덕을 딛고 곧게 자란 나무, 수채화 빛깔의 나뭇잎, 산들바람에 뒹구는 낙엽등, 모든 것 하나 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감격과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나를 위해 예비 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절기입니다.
밤이면 스산한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낙엽이 뒹구는 소리에 밤잠을 설칩니다. 그러 나 아름다운 계절을 예찬만 하고 있기에는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종교개혁주일을 앞두고 있던 지난주 감리교 총회가 있었습니다. 4,000명이나 되는 총대가 모여 앞으로 2년간 감리교회를 이끌어갈 감독을 선출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서울 그리고 망 우리에 들어서니 공룡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바벨탑처럼 서있는 교회들을 바 라보니 숨이 턱 막히고 말았습니다. 교회 안은 시장 터와 같았습니다. 예쁜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여성들이 각 후보를 선전하는 피켓을 들고 허리 숙여 공손히 절하는 이곳저곳의 모 습은 백화점의 직원들보다 상냥하고 친절했습니다. 좋은 음식과 숙소로 극진히 총대를 모시 며 한 표를 단단히 약속하는 이들의 노력은 정성스럽습니다. 이러한 호강을 매번 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나오기도 합니다.
교회 문 밖에서는 "교회 세습 금지, 금권 타락선거 반대"를 외치는 소수의 무리가 전경들 보다 더 잘 훈련된 교회 직원들에 둘러 쌓인 채 조그만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젊은 목사는 게릴라처럼 나타나 "이러시면 안돼요. 법은 지켜야지요 성직을 선출하는 총회 가 이렇게 저잣거리 같아서야 되겠습니까?"하고 사람들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처 절한 절규로 들리지만 그곳의 분위기로 보면 성대한 잔치의 방해꾼으로 여겨집니다.
저는 이렇듯 보여지는 극명한 두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또한 종교 개혁 주일을 준비하면서 '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몹시 고심하였습니다. 교회의 개혁과 새로움에 대해 둔감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떠한 모습은 선이고, 또 어떠한 모습은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정 지으려 하지 않 습니다. 왜냐하면 지도자는 선출되어야 하고, 그 선택의 과정은 주어진 조건과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꿩 잡는게 매'라는 식의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습 니다. 그렇다고 홍길동처럼 불쑥불쑥 나타나 외치는 이들의 모습은 열정은 있으나 지혜가 없는 것 같아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 연대와 토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 는데도 말입니다.
문제는, 치열함입니다.
적당히 타협하거나,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냉소적인 우리의
모습을 떨쳐내고, 하나님나라의 운동을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에
그 치열함을 우리가 온몸으로 구현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치열한
삶을 온몸으로 이루어 내고자 하는 결단과 각오가, 때로는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처럼 순
결"함으로 힘을 모으고 준비하지 않으면, 개혁된 교회의 모습은 영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
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공주의 성서공동체가 소중합니다. 적은 수의 작은 교 회의 모임이지만 성서의 말씀을 함께 나눌 때, 서로를 지켜주는 방파제로, 목마름을 식혀주 는 샘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경험을 나누고 지식을 나누지만 고난을 함께 짊어질 공 동체로 성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은 물이 모여 큰 내를 이루듯이 전국의 성서 공동체가, 교회의 개혁을 위해 일하 는 또 다른 공동체가 모여져서 큰 밑그림을 그리고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보람에 긍지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만규 목사(기산교회 담임/공주성서공동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