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와 나 (2002. 6)

삶과 함께 하는 공동체성서연구

노 성 철

여러해 전의 일입니다. 독일에 유학 중이었던 어느 목사님께서 ‘공동체 성서 연구’에 대한 한 가지 즐거운 에피소드를 얘기한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목사님의 친구 중에 한 사람이 천주교의 신부님이신데 그가 사목하고 있는 강원도의 한 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석했을 때 그의 강론 본문이 그 주간 ‘공동체 성서 연구’에서 사용했던 본문과 같아서 작은 감동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성서 연구의 장점은 이처럼 ‘교회력’에 따른 본문을 사용하기에 개신교나 천주교를 막론하고 주일에 같은 본문을 사용하는 것에 있습니다.
주일마다 이 땅의 모든 예배당과 성당에서 성서의 같은 본문이 읽혀지고, 들려진다면 그 만큼 친근하고 익숙하게 성서가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 속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성서는 개인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앞서 하나님의 백성 모두를 위해 들려주시는 말씀인 것을 생각한다면 성서는 개인적로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기에 앞서 공동체 적으로 읽고, 해석하고, 받아드려 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 성서의 교사일지라도 일방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가르친다면 그것은 다분히 지식 위주가 되기 쉽고, 교사 자신이 속해있는 교단의 입장에서 가르치게 되는 교리 중심이 되기가 쉬울 것입니다.
저는 때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부활 이후에 살면서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혀 실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단지 그리스도에 대한 미련만을 가지고 낙담하고, 실망을 안고 살아가는 ‘엠마오 길의 두 제자’와 같은 처지에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들곤하는 까닭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우리 모두가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성서 연구에 몰입하면서도 그것이 지성의 깨우침과 가슴 속의 열정만으로 끝나는 아쉬움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 성서 연구’는 많은 성서 연구 방법 중에서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이 성서의 말씀을 함께 듣고, 깨우치며, 마음으로 느끼고, 결단하며, 함께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엠마오 길의 두 제자는 부활의 주님께서 저희와 동행하셨지만 저희의 눈이 가리워져서 알아 보지 못했고, 길에서 주님께서 성서의 말씀을 해석해 주셨을 때 깨닫고, 가슴이 뜨거워지기까지 했지만 그 때에도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성서는 증언해 주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정작 자신들과 동행해 주셨던 부활의 주님을 알아본 것은 비로서 저희의 눈이 열린 때로서 주님께서 한 식탁에 앉으시고 빵을 받아 감사 기도를 드리시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공동체 성서 연구는 이처럼 말씀을 깨우치는 것과 마음이 뜨워지는 것과 함께 한 식탁의 빵을 나누는 일 곧 우리의 삶을 함께 하는 자리까지 나아갈 때 비로서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 성서 연구는 말씀을 함께 듣고, 나누기 전에 성령의 임재와 도우심을 먼저 간구하는데서 시작되고, 그 마지막에서는 주님의 부활의 변화의 능력을 덧입어 우리의 삶으로 구체화되는 데서 끝나는 성서 연구입니다.
공동체 성서 연구는 교회의 규모와 관계없이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규모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그룹 다나믹스를 살리는 소그룹으로 나누어서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누구든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데 소그룹에는 최소한의 역할 분담을 돌아가면서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인도자 한 사람을 세우고, 다음으로 성서의 본문을 읽을 낭독자를 세우고, 끝으로는 함께 나눈 말씀을 정리하여 기록하고 발표하는 사람을 세우면 됩니다.
만일 개인이 공동체 성서 연구 자료를 사용한다면 성서의 말씀과 함께 하는 경건한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바라기는 교회 안에서, 교회가 있는 지역에서 나아가 전국 교회가 연대하여 공동체 성서 연구를 한다면 교회 일치와 연합에도,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구체화하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는 유익한 일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공동체 성서 연구’에 참여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의 헌신이 있고, 수고가 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노 성 철 목사(공동체성서연구 성서연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