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강정규 연재동화 (2003. 3)

별난 별나라 (2)

“여름철엔 여기서 고기두 잡구, 미역두 감는단다. 소도 데리고 나와 목욕을 시키고, 개울둑에는 염소가 풀을 뜯고 미루나무 위에선 매미가 울었지….”
삼촌이 말했다.
“꿈 같은데 ?”
경일이가 말했다.
“뭐가 ?”
경완이가 물었다.
“삼촌 얘기가.”
경일이가 대답했다.
“난 지금이 꿈 같아.”
경완이가 말했다.
“뭐가 ?”
이번엔 경일이가 물었다.
“이 밤 말이야. 저 깡통 불빛이랑 모두. 그리고 하늘에 별 들 좀 봐.”
경완이가 말했다.
“우리 왕자님들이 시를 쓰는군. 이제 집에 가자. 가서 삼촌이 쓴 동화 읽지 않을래?”
삼촌이 말했다.
“삼촌이 쓴 동화도 꿈 같은 얘기야 ?”
경일이가 말했다.
“그렇지, 그거야말로 꿈 같은 얘기지, 에헴!”
삼촌이 말했다.
“별 것두 아닌 것 가지고 폼 잡는 거 아냐 ?”
경완이가 삼촌의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이 녀석들이 삼촌을 놀려 ?”
삼촌이 웃었다. 삼촌이 쓴 동화의 제목이 ‘별난 별나라’였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나라는 정말 별난 나라였다. 그 나라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임금님도 있었다. 그리고 민들레도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 임금님도 있고, 민들레가 피는 것은 별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달랐다.
“나는 민들레입니다.”
민들레가 말했다.
“나는 생명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이렇게 민들레도 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달랐다. 그 나라 사람들은 집안에 잔디밭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금잔디입니다.”
금잔디가 말했다.
“나도 생명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이렇게 금잔디도 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달랐다. 잔디는 며칠만 지나면 잡초처럼 거칠게 자랐다. 집주인은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잔디깎이로 매일 밀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집주인의 속을 썩이는 것은 민들레였다.
“이따위 꽃이 어쩌다 피었담. 이놈은 잔디와 비슷하지도 않은 이방 족속인데.” 집주인은 짜증이 난다. 그래서 더욱 힘을 주어 잔디깎이로 민다. 목이 긴 민들레는 잔디깎이에 걸려 목이 잘라진다. 그 날은 그런 대로 잔디밭이 잔디밭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나가 보면 전보다 더 많은 노란 꽃이 피어 있다. 주인은 또 잔디깎이로 민다. 민들레 때문에 매일 잔디밭은 밀수밖에 없다.
“민들레야.”
한 송이의 민들레가 말했다.
“우리 목을 조금만 내밀자.”
약속이나 한 듯이 또 한 송이의 민들레가 대답했다. 그 이튿날부터 민들레 꽃들은 모두 목을 움츠린다. 잔디보다 더 짧게 목을 움츠렸으므로 주인이 미는 잔디깎이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리 밀어도 노란 꽃은 그대로 피어있다.
“지독한 놈들, 아예 뿌리째 뽑아 버려야지….”
주인은 민들레를 뽑아 낸다. 그러나 잔디밭에 깊이 뿌리내린 민들레는 잘 뽑히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은 삽으로 파낸다. 그래도 뿌리가 좀 끊어져 남으면 며칠 후 또다시 싹이 올라와 꽃을 피운다. 꽃을 피우는 기간도 자꾸자꾸 빨라진다.
“차라리 민들레 화단을 만들면 더 아름다울 텐데, 매일 같이 잔디밭은 다듬을 필요도 없고….”

강 정 규 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