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2003.
6)
천군사 새 소리 (2)
“이거 너한테 줄 거야. 엄마가 새장을 사다가 넣어두셨어.”
민영이가 말했다.
“이게 무슨 새니?”
“십자매!”
“이건?”
경일이는 십자매라고 가르쳐준 새보다 크고 깃털도 예쁜 새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잉꼬야.”
“아, 잉꼬부부라는 그 잉꼬?”
“그래, 얘는….”
민영이가 경일이 어깨를 치며 웃었다. 잉꼬가 마침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걸 갖고 싶니?”
그 때 민영이 엄마가 곁에 다가서며 말씀하셨다.
“….”
“우선 십자매를 잘 키워 봐. 새를 기르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게 십자매거든? 십자 매를 잘 키우게 되면 그 때 잉꼬도 분양해 줄게.”
“네….”
경일이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민영이 엄마가 십자매에 관해서 말씀하셨다.
“우선 새 먹이는 좁쌀이야. 좁쌀을 사다가 계란 노른자와 버무려 말려야 돼. 마른
다음 덩이진 것을 잘 부수어 먹이통에 넣어주는 거야. 그리고 매일 물을 갈아주고,
계란 껍질과 상추 이파리를 넣어줘야 해. 바닥에는 깨끗한 모래나 흙을 깔아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아 둬. 새장을 자주 옮기는 것은 좋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경일이는 새장을 들고 집으로 왔다. 경완이가 손뼉을 쳤다.
“이름을 짓자, 새 이름….”
경일이가 말했다.
“경순이라고 해, 우리 집엔 딸이 없으니까.”
경완이가 말했다. 그래서 식구들은 함께 웃었다. 새 식구가 된 십자매는 여간 사랑스럽지가 않았다. 아침이면 먼저 일어나 세수를 했다. 아니다. 세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물통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작은 플라스틱 물통에 들어가 푸드덕거리는 것을 보고, 처음엔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줄만 알고 놀라기도 했다. 물방울을 튀기며 목욕을 하고 나와서는 주둥이로 헤집어 깃을 말리는 것이었다.
“제발 새 본 좀 보아라. 발을 씻나, 세수를 하나 ….”
엄마가 경일이와 경완이에게 말씀하셨다.
“새 때문에 귀찮게 생겼군.”
경완이가 말했다.
“본 좀 보지 뭐.”
경일이가 말했다. 밖에서 뛰어 놀다가 들어와서는 저녁밥 먹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고, 아침에도 칫솔질은커녕 세수도 않고 그대로 학교로 도망치던 버릇까지 고치게 됐다.
새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놀고 목욕을 하루 한 차례씩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