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 성서 난해구 해설 (2001. 6)

저주받은 무화과나무

민영진 목사님, 저 미국에 있는 이진희 목사입니다. 그 동안도 평안하셨는지요? 한 가지 궁금한 것 문의합니다. {표준새번역} 마가복음 11장 13절에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원문에는 "무성한" 이라는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화과나무 잎이 무성한 때는 7-8월경 결실이 가까왔을 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본문에는 때가 3-4월경, 이제 막 첫 무화과 열매가 나오는 때임으로 잎이 무성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태 24장 32절에도 "그 가지가 연해지고 잎이 돋으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같은 시즌인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요? 우리가 흔히 잎은 무성한데 열매는 없다는 설교를 많이 하는데, 그런 말이 성경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달라스에서 이진희 목사 올림 이진희 목사님께, 그리스어 "에쿠산 휠라(echousan phulla)"를 그대로 번역하면 "잎을 가진(having leaves)"입니다. 이러한 분사(participle)는 술어적 위치에서 형용사의 구실을 하지요.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잎을 가진 (무화과나무) [(a fig tree) which had leaves]"가 되지요. "잎들을 가진 한 무화과나무"라고 직역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 한 무화과나무가 "잎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잎이 막 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진희 목사님 말씀대로 유월절 이전 3월말 경에는 아직 잎이랄 것이 없습니다. 그 때는 가지가 연해지고 "잎들이 막 돋는" (막 13:28 엑휘에 타 윌라 ekphue ta phulla : the leaves sprout) 때이지요. 이 목사님이 인용한 마태 24장 32절의 "타 휠라 엑휘에"(ta phulla ekphue : the leaves sprout) 역시 "잎들이 막 돋아나는 것"이지요. 3월 말 경이면, 아직 예루살렘의 올브산 위에 있는 다른 무화과나무들은 가지가 막 연해지고 잎이 막 돋아나고 있는 있는 때인데, 오직 예외적으로 "한 무화과 나무"(suk n : a feeg tree)만이 "잎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 점이 중요합니다. 이 나무만 특별하게 그 철 이른 잎 때문에 예수님의 주목을 끌었던 것입니다. 저주받은 그 무화과나무 옆에 있는 다른 보통 무화과나무들은 아직 잎이 이 나무만큼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주받은 그 무화과나무는 어느 정도의 "잎들"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예수께서 생각하실 때, 잎이 저 정도면 무화과 열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정도로, 잎이 다 컷고 나무는 그 큰 잎들로 빽빽했겠지요. 그것을 우리말로는 "잎이 무성하다"고 말하지요. 그래서 영어 번역 중에서 {새생활성서}와 {복음성서} 같은 것은 "잎이 무성한 한 무화과나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New Living Translation (1996) Mark 11:13, He noticed a fig tree a little way off that was in full leaf, so he went over to see if he could find any figs on it, But there were only leaves because it was too early in the season for fruit. Today's English Version(1996) Mark 11:13, He saw in the distance a fig tree covered with leaves, so he went to see if he could find any figs on it, But when he came to it, he found only leaves, because it was not the right time for figs. 행위 비유 예수께서 저주하신 그 무화과나무는 저 혼자서만 잎들로 덮혀 있었습니다. 아직 다른 무화과나무들은 가지에 물이 오르고 막 싹이 돋아날 무렵입니다. 아마 이 나무만이 돌연변이로 잎이 무성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무화과 철이 아니라고 한 말은(막 11:13b) 아직 잎이 무성할 철도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쨌든 철을 무시하고 잎이 무성했다면 거기에 걸맞은 과일을 맺어야 하는 것이지요. 다른 나무들은 겨울 나무에서 막 봄 나무로 푸른 빛을 띄우는데 이 나무 하나만 유독 그렇게 무성한 잎을 가지고 있있으니까요. 외화내빈의 유대교를 저주하신 행위비유라는 각도에서 이 비유를 보면, 마가복음의 이 비유에서, 구태여 예수님이 무화과나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신 것이 아니라고 하는 변호를 애써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수께서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를 하신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 계절이 3-4월인데, 예수께선들 왜 아직 무화과 철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셨겠어요? 잎이 무성하다는 것은 과일을 맺었다는 외적인 표시 아닙니까? 철도 아닌데 잎이 무성했으면, 철도 아니지만 과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이지요. 마가복음 11:13절은 그동안 독자들에게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아직 무화과 철이 아니었다는 말이 걸림돌이 되어 전체 메시지(막 11:12-26)를 못 듣게 방해를 받아 왔습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감신대교수(구약신학) 및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