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 성서 바로 읽기 (97.8)


18. 여성들이여, 남성들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야고보서 4:4)
좋은것은 남자가 차지하고 남쁜것은 여자에게 돌린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예수께서는 화평케 하는 일을 남자들에게만 맡기신 것일까? 예수께서는 여성은 전혀 상대도 하지 않으시고 고려도 하지 않으셨는가? 여자들도 화평케 하는 일을 할 수가 있고, 아니, 어쩌면 남자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수께서는 왜 여성들을 향해서는 "화평케 하는 여자들은 하나님의 딸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는 말씀은 안하신 것일까? 예수께서, 화목케 하는 자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셨으니, "하나님의 딸들"은 여기에서는 제외되고 만다. "따지긴! 아니, 그래, 문맥을 보면, 화목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여자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모르겠다는 거요?" 하고 나에게 핀잔을 줄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여자도 끼어 준다는 선심이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 신도들에게 말한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을 너희로 알게 하노니 이는 너희가 받은 것이요 또 그 가운데 선 것이라 너희가 만일 나의 전한 것을 굳게 지키고 헛되이 믿지 아니하였으면 이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으리라...."(고전 15:1-2). 지금 사도 바울은 남자 신도들에게만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는 지금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입은 자들과 또 각처에서 우리의 주 곧 저희와 우리의 주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에게"(고전 1:1-2) 이 편지를 쓰고 있다. 초대 교회는 남자 신도로만 구성되어 있었다는 근거는 성서에 없다. "그러니까, 여기에서도 '형제들'이라는 말이 "자매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 되지, 뭘 그런 걸 가지고 시비를 거는 거요?"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대단히 도량이 넓은 것 같다.

위의 두 경우 다, 남녀를 다 포함하는 뜻으로, 한 곳에서는 "화목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딸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하고, 또 한 곳에서는 "자매들아 내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을 너희로 알게 하노니..." 라고 되어 있다면 도량이 넓은 남자들은 이런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 남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더 이상 이런 종류의 본문을 문제삼지 않을까?

위 번역문에서 "아들"은 "자녀"가 되어야 하고, "형제들"은 "형제자매들"이라고 번역되어야 의미론상으로 옳고, 우리말 어법에도 맞는다. 그러나 [개역]의 우리말 번역이 이렇게 고쳐지기까지는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지 기약이 없다. 그리스어를 안다는 식자들은 그리스어에 "휘오이"라고 되어 있으니 "아들"이요, 그리스어 본문에 "아델포이"라고 되어 있으니, "형제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어에서나 히브리어에서는 "아들"이나 "형제"라는 말을 쓸 때, 이 말들이 남녀를 다 포함하는 경우에는, "아들들"이나 "형제들"이라고 하여, 복수형태로 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우리말에서는 "아들들"이라고 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들"의 복수일 뿐 여기에 딸이 포함되지 않는다. "형제들"이라고 하면, 화자(話者)나 청자(聽者)에 따라 남자들만을 가리키기도 하고 여자들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남자 형제들도 있고, 여자 형제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녀가 섞이어 있을 때에는 "형제자매"이다. 그리스말과 우리말의 어법이 다를 때에는 뜻은 원문에서 가져오되 표현은 우리의 어법에 맞게 표현해야 옳다.

야고보가 말한다. "내 형제들아 ... "(약 1:2)라는 말로 그의 말이 시작된다. 중간쯤에서 그는 갑자기, "간음하는 여자들이여 세상과 벗된 것이 하나님의 원수임을 알지 못하느뇨 그런즉 누구든지 세상과 벗이 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하나님과 원수 되게 하려는 것이니라"(약 4:4) 라고 말한다. 그가 그의 청중을 바꾼 것일까? 그가 여성들만 모인 곳에서 여성 신도들을 향하여 이 말을 하였는가? 그렇게 했다는 주석은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간음하는 여자들이여"라는 말이 나오는가? 이것은 여자들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의 신부인 이스라엘이 신랑인 하나님을 버리고 떠나 다른 신들을 섬긴 것을 간음이라고 한 것에서 "간음하는 여자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일 뿐이다. 그 내용은 남녀를 다 포함한다. 따라서 이 구절은 "간음하는 자들이여" 라고 번역되어야 한다. 다행이 현대의 새로운 번역들은 이런 잘못을 바로잡아 가고 있다.

남녀를 다 포함하는 언어를 쓴다고 하면서, 좋은 것은 남자 몫으로 돌려 여자를 제외시키거나 겨우 끼워주고, 나쁜 것에서는 남자는 전적으로 싹 빠지고, 여자가 몽땅 뒤집어 쓰게 한다. 여성들이여, 이런 일에 있어서, 남성들을 용서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