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 요한 계시록 22장 19절에 보면 "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예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는 말이 있다. "텍스투스 레셉투스 (Textus Receptus)"라고 하는 전통 본문만이 참 성경이 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생명 책"이라고 번역되어야 할 곳에서 {개역}이 그것을 잘못 "생명 나무"라고 번역하였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개역} 번역을 헐뜯는다. "생명나무"라고 번역해 야 하느냐 "생명이 책"이라고 번역해야 하느냐 하는 이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본 사이에 나타나는 본문상의 차이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리스어 신약 사본 중에 여기 에서 "생명나무" 대신에 "생명 책"이라고 한 사본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어 사본에는 "생명나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책"으로 바꾼 것은 에라스무스였다. 그가 가지고 있던 그리스어 요한 계시록 에는 그 책의 마지막 여섯 절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그래서 그는 라틴어역 불가타에서 그 여섯 절을 그리스어로 되 번역하여 그 없어진 부분을 채웠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텍스 투스 레셉투스(TR)"가 된 것이다. TR을 신약의 원문이라고 받아드리는 이들은 에라스무스 가 라틴어에서 그리스어로 되 번역해 놓은 그리스어 본문을 마치 본래의 그리스어 본문인 것처럼 받아드리고 있는데, 여기에 바로 그들의 문제가 있다. KJV는 바로 그렇게 재생(再 生)된 그리스어 본문이 들어 있는 TR을 따라 "나무"가 아닌 "책"으로 번역하였다. "나무"가 "책"으로 바뀐 것은 라틴어 번역 자체 내에서의 와전(訛傳)과 관련되어 있다. 라틴어역 필사 과정에서 나무를 뜻하는 ligno가 책을 뜻하는 libro로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1980년(?) 이래, 한 기독교 단체가 "텍스투스 레셉투스"라고 불리는 그리 스어 본문만이 신약성서의 올바른 참 사본이고, 거기에 근거하여 번역된 영어 번역 {제임스 왕 역본}(KJV 1611) 만이 올바른 성서이고, 그 외의 다른 번역 성서들은 모두 다 "사탄이 변개(變改)한 성서"라고 매도하고 있다. 그리스어 신약 TR이나 영어번역성서 KJV만을 고집하는 것은 존경스러울지언정 비난받 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그러한 집착이 한 본문 전승에 대한 애정의 도를 벗어나 그 밖의 다른 본문이나 번역을 사탄의 역사가 빚어낸 산물로 여기고 그렇게 선전하고 도전하는 것은 결코 존경스러운 태도가 아닐 뿐 아니라 성도간의 교제에 덕을 세우지 못하고 교회 안 에 큰 혼란을 야기시킨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어느 한 번역 성서에 대하여 권위를 주장한다거나 그것을 좋아한 다거나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유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어느 한 사본이 나 어느 한 번역을 선호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것 이외에는 모두 무가치한 것, 혹은 그런 이들 중에 어떤 이들이 말하는 대로, 그들이 선택한 성서 이외의 성 서를 모두 "사탄이 변개(變改)시킨" 성서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에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 라, 자신들이 KJV에서 번역한 우리말 {새성경}은 "하나님께서 기록하신 성경"의 전통을 이 어받은 것이고, 영어로 번역된 {표준개역 (RSV 1952)}, {새미국표준역 (NASV 1959)}, {새 국제역 (NIV 1978)}, {새제임스왕역 (NKJV 1982)}, {새표준개역(NRSV 1989)}을 비롯하여 우리나리에서 나온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 (1961)}, {공동번역 성서 (1977)}, {성경전서 표준 새번역 (1993)} 등은 모두 "사탄이 변개한 성경"의 전통을 따라서 번역된 것이라고 주장하 는 것에 문제가 있다. 1611년에 출간된 영어성서를 흔히들 영국의 제임스왕이 성서학자들을 동원하여 번역하 였다고 해서 {제임스왕 역본}(KJV)이라고 한다. 왕이 주도하여 번역한 것이므로 {흠정역(欽 定譯, Authorized Version)}이라고도 한다. 이 번역은 영어성서 번역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성서 번역 역사에 큰 공헌을 한 번역이다. 지금도 그 번역은 좋은 번역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오래 전에 번역된 것이 어서 현대 영어를 쓰는 이들에게 그 번역이 의미전달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대본으로 사용한 그리스어나 히브리어 본문이 저급한 사본이었다는 것 외에는, 한 시대에 충분히 사명을 완수한 그 번역 자체를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번역을 사랑 하는 이들이 그 번역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번역성서이고, 그 번역의 원본으로 사용되었던 사본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사본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그들의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 다른 번역 성서를 모두 "사탄이 변개한 성경"이라고 선전하고,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이 그들에게 맞대응하지 않는 것을 호기로 삼고, 그것이 마치 자신들 의 주장이 옳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여겨, 지속적으로 상대를 헐뜯고, 비웃고, 도전하는 것은 성도간의 일체감을 파괴하고 평화를 깨는 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성서 원본이나 사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독자들의 경우라 하더라도 양식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그런 식으로 다른 번역이나 원본 연구를 비웃고 헐뜯고 과장하고 평화 를 파괴하는 호전성의 표출이 옳지 않다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 기 독교가 들어 온지 한 세기가 지났고, 성서 번역의 역사도 우리 나라 기독교 역사와 함께 시 작되었고, 우리 나라 교회는 처음부터 KJV와는 다른 번역을 읽어왔는데, 그렇다고, 우리 나 라의 한 세기 기독교 역사를 "사탄이 변개(變改)한 성서" 위에서 형성되어 온 역사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어디 그 뿐인가? KJV를 사용하지 않고 그것 이외에 수많은 다른 번역본을 읽는 영어권의 수많은 독자들과 그들의 교회가 모두 사탄이 변개한 성서를 기반으로 서 있 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KJV를 읽는 독자들이 그 번역 성서에 나타난 메 시지대로 살아주기를 바라고 이웃을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민영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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