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 18:25, 27
우리말 번역 {개역} 성경 구약에는 "양피"라는 말이 한 열 번 나온다. 예를 들면 다음 과 같다. "너희는 양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창 17:11); "이에 아브라함이 하나님이 자기에게 말씀하신 대로 이 날에 그 아들 이스마엘과 집에서 생장 한 모든 자와 돈으로 산 모든 자 곧 아브라함의 집 사람 중 모든 남자를 데려다가 그 양 피를 베었으니" (창 17:23)."사울이 가로되 너희는 다윗에게 이같이 말하기를 왕이 아무 폐백도 원치 아니하고 다만 왕의 원수의 보복으로 블레셋 사람의 양피 일백을 원하신다 하라 하였으니 이는 사울의 생각에 다윗을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게 하리라 함이라....다윗이 일어나서 그 종자와 함 께 가서 블레셋 사람 이백명을 죽이고 그 양피를 가져다가 수대로 왕께 드려 왕의 사위 가 되고자 하니 사울이 그 딸 미갈을 다윗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삼상 18:25, 27); "사울 의 아들 이스보셋에게 사자들을 보내어 이르되 내 처 미갈을 내게로 돌리라 저는 내가 전에 블레셋 사람의 양피 일백으로 정혼한 자니라" (삼하 3:14)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에는 "양피"라는 말이 열 곳에서 나타난다. 한글 전용으로 된 성경을 읽는 독자로서 "양피"가 무엇인지 모를 경우, 우리말 국어사전을 보게 될 것이다. 국 어 사전들을 찾아보면, 예를 들면,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 (민중서림, 1961, 1982); 신기철. 신용철 편, {새 우리말 큰사전} (삼성출판사, 1974, 1986); 이숭녕 편, {최신 국어대사전} (민 중서각, 1995); 김민수 편, {금성판 국어대사전} (금성사, 1991); 남영신 편, {국어사전} (성 안당, 1998) 등의 사전들을 보면, "양피(羊皮)"라고 하는 말이 올라 있고, 뜻풀이를 보면, "양 의 가죽"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같은 한글 글자의 다른 올림말은 이 국어사전 중 어 느 사전에도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종류의 국어사전을 참고한 이들은 이런 곳에 나오는 양 피를 양가죽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필자가 아는 어느 교회의 설교에서 실제 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드물게, 한글학회에서 나온 {우리말 큰 사전}에는 다행하게도 "볕 양"자에 "가죽 피"를 한 "양피(陽皮)"라는 올림말이 올라 있고, 그 뜻풀이를 보면, "자지의 끝을 덮은 살가죽", "포피(包皮)"라고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양피(陽皮)"는 잘 알려져 있지 아니한 낱말이다. 더욱이 이 말은 "양 양"자에 "가죽 피"를 한 "양피(羊皮)" 곧 "양의 가죽"으로 더 많이 알려 져 있다. 그리고 {개역} 성경이 말하는 양피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양피(羊皮)"가 아니라 국어사전에 잘 올라가 있지 아니한 "양피(陽皮)"인 것이다. {개역 개정판}은 이것을 "포피(包皮)"로 고쳐서 오해의 여지를 없앴다. {공동번역} 성서 역시 이 말을 "포경(包莖)"이라고 번역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앴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번 역된 {표준새번역}은 현대어와 쉬운 말을 사용하여 번역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냥 "양피"라고 번역하였다. 그것도 국한문(國漢文)판도 없는 한글 전용(專用) 판밖에 없는 {표 준 새번역}이 "양피"를 고집한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위의 예문에서 창세기(17:11, 23)의 경우는 "할례(割禮)" 남자의 "포경(包莖)수술"과 같 은 것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실시하는 의식을 뜻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남자들은 모두 포피를 잘라내는 할례의식을 행함으로써 하나님의 계약 백성이 되는 절차를 삼았다. 그러나 사무엘기(삼상 18:25,27; 삼하 3:14)의 경우는 전쟁에서 적군의 포피를 베어내는 것을 뜻한다. 전쟁에서 적군의 포피를 베어내는 것은, 전쟁에서 적군을 얼마나 죽였는지를, 죽은 자의 몸에서 포피를 베어내어서 그 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울 왕은 지금 다윗을 사위를 삼으려고 하기보다는 그를 전쟁터로 몰아내어 죽일 의도에서 다윗에게 위험한 모험 을 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다윗에게, 자기는 사위 될 사람 쪽에서 가져오는 어떠한 결혼 예물도 바라는 것이 없고, 다만 사울의 원수인 블레셋 사람들을 2백 명이나 죽여 그 증거로 그 시체에서 포피를 베어오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다윗을 격전지에 몰아넣어 죽 게 할 의도엿던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그의 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블레셋 사람 2백 명을 죽이고 그 양피를 베어 가지고 왕에게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사울은 자기의 딸 미갈을 그와 결혼시키고 그를 사위로 맞아드렸다. 이 때 다윗이 가져온 양피는 양을 잡아죽여서 벗겨 온 양가죽이 아니라 죽은 남자의 포피였던 것이다. 우리말 번역이 "양피(陽皮)"라고 하는 아주 드물게 쓰이는 말, 일반적으로 사전에 잘 오 르지도 아니한 말을 써서 번역을 한 배후에는 완곡어법(婉曲語法 euphemism)을 쓰려는 의 도가 들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표준새번역}의 경우도 그렇게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영어 번역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과, 신체상의 특수 부위에 대한 어급을 피 하고, 완곡어법을 쓴 예가 보인다. 예를 들면, GNB같은 것은 "음경(陰莖)의 포피"를 뜻하는 "foreskins"라는 말을 직접 쓰고 있다. "결혼 선물로 왕이 원하는 것은 다만 그의 원수 블레 셋 사람의 양피 백 개를 가져와서 그의 원수를 갚아 주는 (All the king wants from you as payment for the bride are the foreskins of a hundred dead Philistines, as revenge on his enemies.)"(GNB 1Sam 18:25)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CEV 같은 것은 완곡한 표현을 쓰고 있다. "너희가 해야할 것은 블레셋 사람 백 명을 죽였다는 증거를 가져오는 것이다 (All you have to do is to bring back proof that you have killed a hundred Philistines!)" (CEV 1Sam 18:25) 라고 번역하였다. {개역}에는, {공동번역}이나 {표준새번역}에 비해 동음이의어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따 라서 {개역}을 읽는 독자들은 그러한 동음이의어에 각별히 유념해 가면서 본문을 읽어야 한 다. 예를 들면, 가장(家長), 가장(假裝), 가장(家藏); 연락(連絡), 연락(聯絡), 연락(宴樂); 이상 (異常), 이상(以上), 이상(異狀), 이상(異像); 적당(適當), 적당(賊黨); 전사(戰死), 전사(戰士); 지체(遲滯), 지체(肢體); 표적(標的), 표적(標的), 표적(標跡) 등이다.
민영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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