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읽을 때 본문이라기보다 시나리오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저 옳은 말씀이요 거룩한
말씀으로 치부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실행하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리차드 앤더슨 같은 신학자들이 동서를 막론하고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성서는 구원 역사의 대하
드라마이기 때문에 성서를 읽는 사람마다 그 속에서 자기의 역할을 발견하고 그 역을 실연(實演)하라는
것입니다.
성서는 이런 뜻에서 살아있는 말씀이 되는 모양입니다. 설교자가 미리 정하고 뽑은 본문이 아니라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를 받아들이며 살더라도 그때 그때의 상황과 현실에 사정없이 다가오는 말씀을 경험하게 됩니다. 때로는 도전도 되고,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금년 8월에 읽는 말씀 속에서 살아있는 말씀으로서 성서가 우리들 개인과 민족에게 도전과 아울러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가 배우가 되어 각자의 역을 충실하게 실연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시나리오로서 성서를 몸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습니다.
거룩한 진리의 생활이 종교적 측면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가를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 거룩한 진리에서 멀어지면, 개인과 공동체가 아울러서 '썩을 양식'을 얻으려고 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해방의 기쁨은 누구에게나 소중합니다. 그러나 내면에서 구속과 해방의 은총을 경험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진정한 해방도 없을 뿐 아니라 해방의 기쁨은커녕 용서하는 마음은 더더욱 지닐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내면의 영성이 해방의 영성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슬기로운 길에 나서야 합니다.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주님의 뜻을 올바로 분별하는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그 때에 비로소 개인이나 공동체가 위대한 선택을 하게 되며, 나아가서는 슬기로운 민족, 위대한 민족이 됩니다. 8월에 다시 가다듬는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