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이 지나자 맞는 첫 여름이기에 금년의 여름은 성령의 능력을 덧입어 부활을 증언하는 삶으로 가득하게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강림절까지는 그야말로 보통 계절로서 일상 생활 속에서 신도들이 어떻게 그리스도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재현하느냐 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믿음이 사랑으로 표현되는 구체적 증언의 삶이 인간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과 영역에 깊이 스며들고 또 배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각기 다른 이해와 이미지를 지니고 예수를 바라봅니다. 예수의 칭호가 수없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신 까닭을 이런 점에서 우리는 깊이 통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셔서 세상에 오신 예수를 우리는 믿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누구보다도 자유한 분이면서도 하나님의 뜻 곧 완전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서는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셨습니다. 강요당한 종살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섬김의 삶을 사신 만인의 종이었습니다. 그런 분을 따르는 바울 사도는 그래서 신도들에게 "서로 종이 되십시오" 하고 권고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참 자유와 평화의 길을 찾습니다. 남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제한시키면서 나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것이나, 남의 평화를 대가로 삼아 나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것이 모두 거짓입니다. 내가 자발적으로 기꺼이 나의 자유와 평화를 뒤로 미루더라도 너의 자유와 평화를 앞세워 살려고 할 때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게 됩니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 또한 같은 논리와 믿음 안에서 실천하는 사람임을 재확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