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 인용성서는 표준새번역입니다.
밀레니엄의 열기를 느끼며 새 천년을 맞이한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그 두 번째 달을 맞이
합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교회력을 따라 사는 사람들은 세상이 뭐라 해도, 어김없이 그리스도
의 삶의 주기를 따라 사는 사람들이기에,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살려는 일념 때문에, 같은 시
대를 살면서도 보다 더 초연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본디 믿음의 근본이 초연한 삶의 자세라 하지만, 어느 때 보다도 복음의 진수를 스스로 종이
되는 자유인의 뜻과 모습에서 재확인 합니다. 예수가 사신 삶을 살피면 살필 수록, 많은 사람들을
고치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종이지만, 강요되어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여 하는 일이기에
그 속에서 더할 수 없는 자유인의 전형을 봅니다.
이렇듯 예수가 스스로 종이 되는 자유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비밀을 깨닫고 그것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임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또한 자기를 따를 사람들에게 비밀을
위탁하시고 그것을 지키는 충성을 기대하셨던 듯 싶습니다. 마가는 어느 복음사가보다는 "비밀
복음"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충성으로 말하자면 비밀을 공유하고 그 비밀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충성을 달리 찾아 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비밀을 맡기시는 분에 대한 목숨 건 충성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목숨 건 충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바로 참된 금식입니다. 금식은 문자 그대로의 뜻 만
살펴도 그것은 목숨을 거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음식을 금한다는 것은 목숨을 부정하는 뜻을
그 근원에 품고 있는 것이요,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금식을 명하거나 원하
는 분이 계시다면, 오로지 그 뜻에 모든 것을 바칠 때 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