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0. 12)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28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제 5장 질투와 시기 : 극약 치료제(Jealousy and Envy : Healing Poisons)

비록 영혼의 돌봄이 변화와 교정과 조정과 향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래도 우 리는 질투나 시기 같은 우리를 어지럽히는 감정들을 지니고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 이 러한 정서는 너무나 우리를 병들게 하거나 속을 썩이기 때문에, 그냥 놔두기를 원하지는 않 지만, 여러 해를 두고 그 속에서 허우적 대다가는 결국 종잡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 나 그런 것을 없애려는 노력이 모자라고서야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실마리는 우리가 그것 을 싫어하는 감정 바로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받아 들이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 지라도 바로 그 속에 일종의 특별한 그림자가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혐오감의 너울 속에 싸매여 있는 창조성의 보배와 같다. 우리가 흔히 발견하듯이, 영혼에 관한 일에 있어서는, 가장 하찮은 부스러기들이 알고 보면 가장 창조적인 것으로 판명된다. 건축가들이 버린 돌 이 머릿돌이 된다.

시기와 질투가 둘 다 공통적인 경험이다. 그 둘은 전혀 다른 감정들이다. 하나는 남이 가 진 것에 대한 욕망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남이 빼앗을 까봐 두려워 하는 공포 이다. 그러나 둘 다 속을 썩이는 효과를 지닌 면에서는 같다. 둘 중의 어떤 정서도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 그 둘 중에는 어느 쪽에서도 고상한 것을 찾을 수는 없다. 동시에 사람은 그런 감정에 집착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질투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심에 대하여 모종 의 쾌감을 느끼며, 시기하는 사람은 남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욕망으로 살아간다.

신화가 암시하는 것을 보면, 시기와 질투는 둘 다 영혼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심지 어 신들도 질투한다. 예를 들자면, 에우리피데스의 히폴리투스는 순수한 여신 아르테미스에 게 전적으로 헌신한 한 젊은이의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일편단 심과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과 성에 대하여 지니는 그의 경멸에 대하여 지독하게 화가 났다. 분노와 질투심에 사로 잡힌 아프로디테는 히폴리투스의 계모 페드라로 하여금 그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자연히 온갖 질병과 상처가 뒤따른다. 끝에 가서는 아프로디테가 바다에서 일으킨 거대한 황소모양의 파도에 놀란 자신의 말들에게 히폴리투스는 짓밟혀 죽는다. 이 와 같은 형태의 죽음은 어떤 시적인 정의를 그속에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히폴리투스는 사 람들, 특히 여성들에 대해서보다도 자신의 신경계의 에너지나 정신을 반영하는 동물들, 즉 말들에게 더 헌신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비극 속에서 신들과 여신들이 우리를 향하여 직접 이야기한다. 히폴리투스에 관한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의 서막에서 아프로디테는 고백한다. "누구든지 나를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는 사람, 특히 고질적인 자만심 때문에 그러는 사람에게는 화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여기서 B.C. 5세기경부터 프로이트적인 관찰을 발견한다. 즉, 성을 억제하면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 우리가 여신의 입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성에 있어 서 가장 심층적인 부분이 필요한 응답을 의식이나 의도성으로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역시 질투의 감정이 있다. 연극이 거의 끝날 때에 가서 아프로디테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아르테미스가 선언한다. "나는 그가 몹시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여 내 활을 구부려 그를 떨어뜨릴 것이다.")

히폴리투스는 질투에 대한 전형적 형식을 드러낸다. 즉, 이 경우에는 두 여신과 인간 사이 의 삼각관계이다. 여기에 한가지 힌트가 있다. 비록 일상적인 삶이 질투심의 초점이기는 할 지라도, 중대한 신화적인 주제 또한 암시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해심이나 의지를 가지 고 통제할 수 있는 정서처럼 질투라는 것을 생각하려 든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있는 힘 을 다 쏟으려 한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영혼은 결국 합리적인 이해심 이 미칠 수 없는 훨씬 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커다란 투쟁이 연출되는 투기장이라는 것이 입 증된다. 질투심이 그토록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그것이 표면상의 현상보다 그 이상 의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질투심이 나타날 때면, 이슈나 가치관은 영혼 깊은 곳에서 분 류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무지 그런 감정과 동일시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단순 히 투쟁 그 자체가 스스로 끝나도록 할 일 뿐이다.

질 투

비극이나 신화의 신성한 예술이 우리에게 신들도 질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면, 그 때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정서가 모든 일에 대하여 짜놓은 신들의 계획에 맞춰들 어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질투는 단순히 불안이나 정서적 불안정이 아니다. 만약 신들 이 질투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질투 경험은 원형적인 것이지, 관계나 신성이나 가정 배경 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질투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긴장은 다만 우리의 인간적 상황을 바라볼 때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세계가 충돌하는 데서 오는 긴장일 수 있다. 질투심 속에서 영혼을 찾는 첫 걸음은 신화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이러한 때에 강렬한 정서와 심오한 재구성에 필요한 더 큰 정황이 어떤 것일까를 고려해 보는 것이다.

히폴리투스의 이야기는 질투의 목적에 관한 힌트를 우리에게 준다. 여기 한 사람이 있는 데 그는 날마다 의식적으로 한 여신을 소홀히 하였다. 그 여신의 일은 인생의 극히 중요한 차원, 즉 사랑, 아름다움 그리고 몸을 돌보는 것이다. 그 여신이 선언한다. 그래 좋다. 아 르테미스의 순수성과 자족에 헌신해도 된다. 그러나 다른 것에 대한 욕망도 동시에 합당하 고 중요하다. 아프로디테의 질투적인 분노와 여신이 바라는대로 그 젊은이가 하지 않은 것 을 그가 여신의 필요성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한가지 신적인 미스테리, 즉 도덕적 순수성과 성을 배제하는 것에 대한 유일신교적인 초점을 다른 신적인 미스테리를 잘 못 대하게 된다. 히폴리투스의 잘못(offence)은 영혼의 다신교적인 요구를 부정하는 것이다.

신화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자신의 고통이나 편집병적인 의심이나 질투심 때문에 일어나는 분노 같은 것 모두가 흡족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떤 신의 불평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우리가 히폴리투스 같을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원칙에 대하여 진지 하게 정직하게 헌신하는 반면에, 우리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얼핏보기에 견줄 수 없는 다른 요청이 동시에 끼어들 수도 있는 법이다. 히폴리투스의 오만한 순수성과 여성에 대한 통렬한 증오는 그가 사랑하고 칭송해온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대하여 자신을 개방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끝에 가서 그는 바로 자신의 자부심이 강한 정신을 나타내는 동물들에 의하여 파멸된다. 그의 고매한 유일신교가 그를 죽인다. 그는 너무 순수하고, 너 무 소박하고, 그의 마음에다 인생이 안겨주는 복합적인 요구에서 비롯되어 존재하는 긴장에 대하여 너무 저항적이다.

질투심이 발동하면 대개는 복합적으로 나타내지만, 민감한 사람은 순수주의자나 도덕주의 자로 드러난다. 질투는 영혼에 대한 새로운 주장 앞에 굴복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에 방어하 는 측에서는 도덕쪽으로 피난한다. 그래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 질투는 원형적인 긴장 으로서 두 가지 합당한 필요가 상층하는 것이며, 히폴리투스의 경우처럼, 순수성의 필요와 혼합의 필요, 아르테미스와 아프로디테의 상충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질투를 없애거나 한 술 더떠서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아르테미스에게 등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좋은 아이디어 라면, 그것은 넉넉한 공간을 만들고 장악할 수 있는 힘을 더 끌어 모아서 이 두 여신이 스 스로 해결하고 공존의 길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신교의 요점이며, 영혼을 돌보는 길을 찾는 데 있어서 일차적인 것이다.

히폴리투스의 이름이 뜻하는 것은 "고삐 풀린 망아지(말)"이다. 이 신화에 묶인 사람은, 심령의 동물로서, 그의 말은 가두어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목장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 었다. 그 말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하다. 때때로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히폴리투스 같은 말의 심령을 보는데, 문자 그대로 반드시 젊은 것은 아니지만, 종교나 이념에 대하여 열렬히 헌신적이다. 그들의 동기나 헌신의 목표가 고상하고 흠이 없으며, 그들의 결단이야 말로 감 동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들의 일편단심이 더욱 어둔 무엇을 드러낼 수도 있는데, 다른 가 치에 대한 맹목성이라든지, 때로는 심지어 사디스트적인 요소나 너무 쉽사리 완력을 정당화 하며 과시하려는 성향마저 띈다.

그러나 질투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든 감정과 같이, 위장된 축복이거나 치료제를 쓰이는 극약이 될 수 있다. 에우리피데의 희곡은 아르테미스트적인 교만을 치유하는 데 관한 이야 기로 볼 수 있다. 히폴리투스는 경직되고, 폐쇄적인데 둘로 찢기 운다. 즉, 그의 정신적 노 이로제는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이 해결됨으로써 치유된다. 끝은 비극적으로 나타나지만, 비 극은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가치 있는 재구성의 형식이 될 수 있다. 고통스럽고, 어떻게 보면, 파괴적이지만, 비극은 모든 일을 새로운 질서 속에 들어가게 한다. 질투에서 벗어나 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통과하는 길뿐이다. 우리는 질투가 제방식대로 우리에게 다가서도록 해야 하며, 근원적인 가치들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하는 일을 하도록 놔두어야 한다. 고통이 따르게 마련인데,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아직 탐험되지 않은 영토를 열고 들어가는데서 부 터 시작하여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협적인 새로운 가능성을 직면하여 옛날의 익숙한 진실을 흘려보내는 데까지 가야한다.

한 때 나는 히폴리투스와 흡사한 젊은이를 치료하며 일을 하였다. 다만 그는 말 대신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달랐다. 그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근무했는데 직장동료 한 사람과 연 애하였다. 그는 상대방 여성을 열망하였다. 가끔 데이트를 하였는데, 그는 자꾸 야단맞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여성에 관하여 얘기할 때면, 사랑의 언어, 실제로 칭송하는 말로 시작하지만 얼마 안가서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차가움과 자신에게만 열중하는 것에 대하여 불평하였다. (질투하는 사람이 이타적이거나 자신의 삶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느끼 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다. 이기심이란 죄악에 대해서는 너무 깨끗하기 때문에 자기 애인이 자기만 돌본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는 그가 찾아오더니 하는 말이 자 제력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여자친구에게 무자비하게 소리를 질렀고, 격정이 조 금만 지나쳤다면 그녀를 때릴 뻔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똑같이 그의 분노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였다. 사람이 자기 이미 지의 순수성에 깊이 빠져들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자기 내부에 있는 그런 잠재력에 대하여는 눈먼 상태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영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수가 없었다. 그의 영혼은 그 순간에 질투심 가득한 공상으로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안 좋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되풀이해서 말하기를 "내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하며, 이런 식으로 느낄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