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1)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29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나는 그의 이런 항의가 단순히 그 자신을 순진하게 유지하는 것이라 느꼈다. 그는 자신이 질투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할 뿐 아니라 그런 감정을 전에 한 번도 경험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은 점점 더 위협적으로 되어 갔다. 나는 그의 질투에 대하여 더 알기를 원했다. 그런 강렬한 감정 한 가운데서 느끼는 유혹은 그런 감정이 순 수한 정서라고 생각하려는 것이다. 우리를 그 속에 있는 내용, 즉, 정서의 바다에서 헤엄쳐 다니는 아이디어와 추억과 환타지 같은 것을 간과한다. 내가 알기 원했던 것은, 바로 이 사람 속에 있는 누가 질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에우리피데스에게서 배운 나는 그가 히폴리투스처럼 경멸하는 무슨 제단에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하였다.

질투를 개인적으로 생각하면서 "나의 불만"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으로 다되는 것은 아니다. 질 투를 자아의 잘못으로 환원하는 것은 그것이 지닌 복잡성을 간과하는 결과가 될 뿐 아니라 질투 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영혼을 동시에 회피하는 결과가 된다. 만약 우리가 공청회를 하듯이 질 투를 다룬다면, 우리의 인생의 역사나 가족사안에서 뭔가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며, 바로 이 시점에서 그 질투를 끌어낸 주변사정과 현재 진행중인 신화에 대해서도 발견할 것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질투심을 느껴요" 라는 요약된 언표 속에 작용하고 있는 주제나 인물을 더 깊이 파 고 들어가서 보고 싶었다. 그것은 마치 영혼의 돌봄에 있어서 우리가 현재 어떤 신화 속에 있는 가를 온전히 알기 위하여 우리 자신의 비극을 써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는 정서 속에서 상상력 을 발견하는 유일한 길이며, 영혼은 오로지 상상을 통해서만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내 생각에 그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가 그 여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난 다음날에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게 되었죠?" 내가 물었다.
"그 여자는 내가 전화할 때면, 그가 집에 있으마고 한 시간인데도 없었어요."
"그 여자한테 늘그렇게 체크했어요?"
"예,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질투심을 느끼는 가운데서, 당신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뭡니까?"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되는 것 같아요. 나는 보통 어떤 관계에 대하여 충실하지 못하거든 요."
"만약 당신의 이런 면에 대해서 그 여자가 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하겠죠."
"당신은 그렇게 자유롭게 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머리로는 그렇게 자유롭기를 원하죠. 나는 자유를 믿습니다. 숨막힐 것 같은 관계는 정 말 싫어요. 그러나 내 배짱으로는 그 여자가 한 치라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당신은 질투 때문에 더 너그럽지 못하군요."
"네, 이걸 믿을 수가 없어요. 내가 지닌 모든 가치관을 거꾸로 가는 것인데 말입니다."
"당신이 만약 질투심으로부터 뭔가 배운다면, 예를 들어서, 덜 개방적인 태도에 나타난 가치 같 은 것을 배우려고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삶 전체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덜 관용적인 필요가 있 을 겁니다."
"덜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지 못한 데도 가치가 있다구요?"
"그런 상상을 해 볼 수 있어요." 내가 말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영혼 속에 있는 바로 이 적극적이고 영향력이 있는 어린이가 완전히 개 방성과 자유를 원하고 있어요. 그것이 억압이라는 쓰레기통 속에 질서와 한계 의식을 남겨 두는 데, 거기서 그 억압된 심리가 거칠어지고 비합리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될 가능성마저 있어요. 그렇게 요구가 많은 것이 자기 답지 않다고 나에게 계속해서 말해 왔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요구를 하는 능력을 당신에게서 완전히 끊어 버리고, 그래서 그것이 제멋대로 행동하게 하는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자유를 신봉합니다." 그는 자랑스레 말하였다.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여유 공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죠."
"아마 지금이 당신의 신념체계를 재평가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당신의 분노와 의심에 모종의 조절과 성찰을 요구하거든요. 당신의 의식적인 동의가 있는지 없든지 당신의 질투심 때문에 삶 속에 한계가 그어지고 있어요."
"내가 경찰관이 되고 있어요. 저답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리고 그 여자는 범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벌 주는게 당연하게 느껴져요."

질투심은 이상한 배역을 끌어낸다. 즉, 도덕주의자, 탐정, 편집증환자, 왕보수주의자 같은 것들이 다. 편집증(paranoia)이란 말은 보통 어원을 따지고 보면 자식(noia)이 나란히(para) 있는 것, -한 사람 곁에 나란히 있는 것- 즉, 미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한 사람의 자신 밖에 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하기를 더 좋아한다. 그들은 뭔가 위협적이고 위험한 것이 진행중에 있다고 가정한다. 그들은 사실을 추적하는 데는 열심이다. 그러나 그들이 행동할 때는 세부 사항을 모르 는 것처럼 한다. 나의 젊은 친구가 만약 이 순진한 어린이와 강력하게 자기를 동일시 하지 않았 다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의 순진함이 일종의 조작이고 눈가리개였다. 사실 은 그가 알고 있지만, 순진한 어린이와 동일시함으로써 그는 그 지식을 근거로 하여 행동할 필요 는 없다.

편집증환자가 안다는 것은 상처 입는 것을 즐기는 마조키스트를 만족시킨다. 여러 가지 종류의 마조키즘 속에서 순진한 어린이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전형적이다. 이것이 어찌보면 마귀를 쫒 는 행위일지 모른다. "마귀를 쫒는"다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악을 막는 마법적이며 제의적이 방식 이다. 순진한 사람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그 젊은이는 관계의 복잡한 세계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 다. 그는 자신의 느슨한 방식은 숨기면서도 그 여자 친구의 느슨함에 대해서는 나무랐다. 만약 그가 복잡한 어른으로서 그 여자 친구에게 접근하면, 그 여자 자신의 이유 때문에 그 여자로부터 배척당하는 운명을 직면해야 했든가, 그 여자의 복잡한 성질을 붙들고 씨름을 해야만 했을 것이 다. 그 대신에 그 친구가 어린이의 자리로 후퇴해서, 거기서 역설적으로, 그의 보호는 그가 상처 입음을 통하여 안전하게 유지되었을 것이다.

그 젊은이가 지닌 폭력에 대한 감정은 그 자신이 지닌 지식의 능력으로부터 그가 어떻게 분리 되어 있는 가를 보여준다. 구름같이 뒤덮인 순진함 때문에 눈이 먼 그는 자기 친구나 자신이나 일반적인 관계의 복잡성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단순한 관심과 보살핌을 호소한다. 이런 것을 얻지 못할 때, 그는 통제되거나 놀림감이 된다고 느낀다. 그 때, 보다 순전한 힘 대신에, 격 력한 분노가 그에게서 쏟아져 나온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만약 그가 제멋대로 굴러가는 편집증적인 콤플렉스 대신에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 탐정처럼, 내면에서부터 질투심이 발동하도록 한다면, 그는 자신이나 사랑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도덕주의자로 그의 영혼 속에 깊이 자리잡고 안정한다면, 관용과 요구를 둘 다 동시에 자리잡고 안정한다면, 관용과 요구를 둘 다 동시에 끌어 안을 수 있 는 자리가 되는 유연한 윤리적 감성을 발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질투 속에 있는 편집증적 인 요소는 손을 뻗힐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더 심층적인 지식의 가능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그 자 체를 의지와 의도성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일을 함께 한다. 그 감정이 비현실적이고 꼬인채로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를 위한 생생한 자료가 된다. 이 증후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 나 거기에는 "교육"을 끌여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 감정이 더욱 더 세련화 될 필요가 있고, 폭력과 공허한 의심을 넘어서서 어떤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여러 달에 걸쳐서 토론한 끝에 질투심의 생생한 정서가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과 아이디어를 불 러 일으켰다. 우리는 질투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거나 그것을 몰아낼 어떤 생생한 실마리를 찾고 있지는 않았다. 정반대로, 이런 이야기들이 질투의 본체를 드러내 주었고, 그래서 그것이 더욱 진 하게 나타날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바로 질투 자체가 제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덜 나타나게가 아니라 더 나타나게 하고, 그래서 그것이 지닌 강박충동을 어느 만큼 잃어 버리게 하자는 것이었 다. 질투의 강박적인 측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제자리를 찾았다 싶을 때 일어나는 감정으로 서 부분적으로 보자면 질투는 은폐성의 기능으로 보인다.

질투의 감정이나 이미지가 마음과 정신을 파고 들었을 때 일종의 통과의례가 발생한다. 질투하 는 사람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함께 복잡한 사랑의 요구를 참신하게 감상하는 법을 발견한다. 그 것은 영혼의 새로운 종교로 들어가는 불세례이다. 이런 의미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드라마가 엄청 난 예술로 보여주듯이, 질투는 영혼의 다신교에 봉사한다. 그 속에 있는 엄격한 도덕주의가 나타 나는 경우는 질투 그 자체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곳에서 가능하며, 따라서 가치관의 유연성과 탐 험의 이름으로 마침내 질투가 누그러진다.

나의 현대판 히폴리투스는 성장해서 이질적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에우리피 데스에서 젊은이는 사춘기의 동료들이나 자신의 말들과 시간을 보냈다. 여성들은 위협이며 오염이 고, "타자성(otherness)"이 하나의 온전한 성별(gender)으로 인격화 되어 있다. 나의 자전거 사람 (Bicycle Man)은 절묘하게 젊은이(pure)이며, 그의 생각에 있어서는 소년답게 순수하지만, 그의 행 동에 있어서는 사뭇 거칠다. 그에게는 반대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접근하는 데서 발견 할 수 있 는 아주 묘한 거룩한(numinous) 특징이 있다. 그는 순수하며 야수적이다. 가치관에 있어서는 고 상하고, 여성에 대한 증오심에 있어서는 추하다. 그의 이상주의적 가치관이 어찌나 흠이 없었던 지 그는 자기 자신의 오만과 여성혐오증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였다. 순수성이 그의 영혼을 누르 고 승리하였기에 따라서 그의 영혼은 깊이 혼란스러웠다.


헤라 : 질투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가 신화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질투의 이미지는 아니다. 모든 신들과 여신들이 격렬한 분노를 띌 수 있다. 그러나 질투에 있어서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단연 앞선다. 헤라는 최고의 엽색가인 자기남편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발작적인 질투심을 터뜨릴 태세를 늘 갖추고 있었다. 역사를 통털어서 제우스는 위대한 신이며 동시에 불성실한 애인으로 비판받았 다. 그러나 신화는 비록 유한한 인성의 이미지 속에 자리잡고 있기는 할지라도 인간의 속성과 약 점을 문자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신화를 읽을 때는 언제나 깊이 들여다 보면 서 그 필연과 신비를 분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시인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는 우주의 통 치자가 세상에 있는 만물과 에로스적인 애착을 갖기 원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 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끝없는 욕망에 대하여 부인이 된다는 것은 어떨 것인가? 인간적인 술어로 표현 하자면, 미칠 정도로 감동적인 예술가의 부인이거나, 아니면 세계적 지도자가 될 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가의 부인이 되는 것 같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누구라도 항상 위협 받는 느낌을 갖지 않으면서 우주적 비율 같은 엄청난 욕망의 소유자에게 부인이 될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위대한 신의 부인이 첫째로 질투심 때문에 알려진다는 것은 진기 (curious)한 일이다. 헤라는 백성들의 고난을 돌보는 여왕이 아니다. 절대적 권력을 성취하는 절 대적 미인도 아니다. 발작적이며 격렬하게 분노하고, 배반당하고, 능욕당하는 부인이다. 헤라의 격노는 제우스의 세계 통치의 색조가 육욕이듯이 그의 질투가 띄는 색깔 만큼이나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