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7)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35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폭력은 그림자, 특히 '파워의 그림자'와 크게 상관이 있다. 현대 미국에서 나서
자란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림자의 부재 또는 거부로 나타나는 결백은 영혼의 파
워를 실현하는 데에 강력한 장애물이 된다. 사람들의 파워와 결백에 대하여 이야
기 할 때면 흔히 종교적 성장 배경을 언급하는데,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배운 것
이 다른 뺨을 내주고 고통을 겪으라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밀러가 지적하는 대로
양무리의 이미지로 묘사되는 교인들은 미묘하게 선한 것은 약한 것이고 무언가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 파워를 잃는 길은 미국의 정신 속에 아주 강력하게 살아있는 젊은이(puer)환상을 동일시함으로써 생긴다. 이상주의의 젊은 정신, 용광로, '누구 에게나 기회는 있다. 만인은 평등하다' 등등, 미국적 이상주의는 검은 그림자를 드 리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파워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래서 그림자 소재로써 억제되며, 그 결과로 수많은 권력투쟁은 비밀리에 밀실에 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꿈에서 흔히 제시되는 어둔 파워의 이미지는 그 속에서 꿈꾸는 사람이 총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되거나 피해자가 된다. 예를 들자면, 중년의 한 남자가 나에게 와서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꿈 속에 서 그는 은행 문 밖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몇몇 사람들과 함께 한 여인이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그가 눈여겨보니 그에게 가까이 있던 두 남 자가 주머니에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총의 손잡이가 주머니 밖으로 보였는 데, 그가 보니 두 남자가 슬그머니 총을 꺼내면서 행동을 개시하려는 듯 하였다. 본능적으로 그는 총격전이 벌어질 생각에 겁이 나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기 여자 친구를 돌보지도 않고 먼지 속에 남겨 둔 채 달렸다. 깨어보니 자신이 비굴했다는 생각에 죄의식을 느꼈다.
그 남자는 자신의 꿈이 '폭력에 대한 자기의 공포심'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이해 하였다. 그는 아주 평범한 대면에 있어서도 커다란 어려움을 느꼈다.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자기의 동반자에 대하여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이 자신의 특징인데, 그러 나 꿈속에서는 공포심이 자신의 이타주의를 뒤덮어서 놀랄 정도로 재빠르게 도망 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꿈을 이야기했는데, 그 속에서도 권총을 보 고 공포심을 느꼈고 그때에도 그의 관심은 자기 보호밖에 없었다. 꿈속에서 그는 한번도 싸움에 가담해 본 일이 없고 그것은 그의 생각에 성격의 약점이라는 것이 었다.
때때로 꿈속의 인물이 천사와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유용하다. 그들은 사람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들의 세계는 상상의 세계이며, 그 속에서는 실생활의 자연법이나 도덕률은 정지된다. 그들의 행동은 미스테리 같고, 문자 그대로 받아 들일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 두 남자는 검은 천사들로써 꿈을 꾼 사람이 실제 행 동으로 생각조차 못한 짓을 그들이 하였다. 그는 총을 보고 겁이 나서 도망치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비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도망친 것은 총 앞에서 취 할 수 있는 지각 있는 반응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이 총을 안 가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보기에 그가 애인으로부터 떨어져 간 것은 폭력을 느꼈을 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여성적인 예민한 세계에 가까이 있지 않다.
그 꿈은 단순히 총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은행강탈이 게재되어 있었 다. 그 꿈은 도둑질의 필요성에 있어서 한가지 교훈으로 볼 수도 있다. 때때로 사 람들은 서로 잘 지내기 위하여 검은 마스크를 쓰고 주머니에 무기를 넣고 다닌다. 이것은 마치 남성의 국부와 여성의 국부에 해당되는 것 같다.
종교에는 도덕과 상관없이 돈 문제를 처리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가 그득하 다. 우리가 본 대로 예수가 이야기하는 속에서 어떤 관리인이 하루 종일 일한 사 람과 한 시간만 일한 사람에게 똑같은 임금을 지불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헤르메 스의 이야기를 즐기는데, 헤르메스는 인생의 첫 날에 자기 형제 아폴로 소 떼를 훔친다. 헤르메스의 선물을 즐기려면 아폴로적인 가치를 훔쳐야할 필요가 있는 모 양이다. 나수루인과 음악레슨에 대한 이야기는 속임수에 대한 초대장처럼 들린다. 복음서 이야기나 수 없이 많은 십자가에 대한 그림에서도, 예수는 양쪽에 강도 두 명이 있는 가운데 십자가에 달려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은 낙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수가 말한다. 이 이미지가 때로는 예수를 면목없게 만드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야기는 동시에 도둑질을 높여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깊은 곳에서"(De Profundis)라고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는 낭만적 신학의 비범한 예가 되는데, 거기서 와일드는 예수의 이미지 속에 비친 그 림자의 자리를 논한다.
세상은 언제나 하나님의 완전에 가능한 한 가장 가까이 간 존재로써 성인
을 사랑해 왔다. 그리스도는 자신 속에 있는 신성한 본능을 통하여 인간의
완전에 가능한 한 가장 가까이 간 존재로써 죄인을 늘 사랑하였던 것으로 보
인다. 그에게 있어서 일차적인 욕망은 사람들을 개혁하려 한 일이 고통을 덜
어 주려 한 일 보다 더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에게 이해 받지는 못
했지만 그 나름대로 죄와 고난이 그 자체로써 아름답고 거룩한 일이며 완성
의 모습이였다고 생각하였다.
만약 우리가 오스카 와일드를 길잡이로 삼고 인간의 꿈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하기로 한다면 두 명의 총잡이를 예수와 함께 했던 강도처럼 볼 수도 있다. 그들
은 은행강도가 직업인 타락한 천사라 할 수도 있다. 그들이 어려운 진실을 묘사하
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영혼이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때로는 강제로, 그리고
어둡게라도 부를 쌓아 놓은 곳에서 훔쳐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기대했던 만큼 얻
는다든가, 일해서 번다든가 고생을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가 못하다. 예수가 그러
했듯이 자신이 가장 결백할 뿐 아니라 스스로 방어적인 모습과 여인에게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강도들 틈에 자신이 끼여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림자는 무서운 현실이다. 누구라도 입심 좋게 그림자를 다 끌어안을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마치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익숙하기 때문에 얼버무리는 것과 같이 그림자의 농도를 결정하는 어둠을 모르는 사람이다. 두려움은 결백은 언제나 살인죄의 근처에서 발견되게 되어 있다. 골고다에 서 있는 세 개의 십자가는 단순 히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기독교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이미지 곧 삼위일체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오스카 와일드가 가리키는 위대한 미스테리를 암시한다. 즉 선은 그 자체를 악과 멀리 떼어 놓을 때 결코 순 진할 수가 없다. 만일 우리가 폭력의 자리 매김을 우리 마음 속에 분명히 하지 못 할 때 우리는 다만 우리의 세계 속에 폭력을 지속할 따름이고, 대수롭지 않은 결 백과 동일시 할 따름이다.
사람들은 자주 나에게 총이나 그 밖의 다른 무기에 대한 꿈 이야기를 한다. 내 생각에 이것은 영혼이 파워를 사랑한다는 징표가 되지 않는 것만큼 실생활 속에 서 결백에 대하여 보상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꿈은 흔히 한 사람의 의식적인 자 기분석보다도 영혼의 잠재력에 대하여 검열이 덜 된 견해를 갖게 한다. 총이 제의 적인 물품이라는 징표는 사회에도 많이 있다. 총은 미스테리적으로 매혹적이면서 도 혼란스러운 것으로써 우리 주변에 있는 거룩한 물품들 가운데 하나이다. 총기 추방에 대하여 항의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눈앞에서 생명력(Vis)을 지켜주는 흔치 않은 우상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총이 위험한 까닭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 기 때문만이 아니라 파워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구체화하고 미신화하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파워가 눈에 띄게 만들 뿐 아니라 동시에 그것을 영혼 충만한 현존으로부터 제거되게 하기 때문이다. 총기가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것은 위협이 며, 우리는 그 희생자다. 그리고 이것은 미신적인 주물(呪物)이 우리를 거슬러서 작용하고 있는 징표이다. 우리의 마을에서 별난 자리에 앉혀놓은 페인트 칠한 낡 은 대로는 조용한 마을에 있는 우리 집길 아래쪽에도 하나가 있는데, 경건성을 과 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경건성을 지니고 이 거룩한 물품에 경의를 표한다. 이는 곧 살인적인 파워에 대한 우리의 능력을 드러내는 상징(Sacrament)이다.
총을 남근의 상징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것은 다분히 뒤집어서 말해야 할 것이 다. 즉, 남근이 총기의 상징이다. 우리는 총이 지닌 힘에 매혹되는데, 매혹적이란 말이 본디 남근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주목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 러나 내 생각에는 총이 겉보기처럼 남성적인 것이 아니다. Gun(총)이라는 단어는 여성의 이름 군힐다(Gunnhilda)에서 왔는데, 그 이름이 스칸디나비아 말로는 '전 쟁'을 뜻한다. 또 다른 유명한 총은 '빅 버사'(Big Bertha)라고 부르는데, 이는 총 이란 것이 여성적 영혼의 힘이 비쳐내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혼은 폭발적이고 힘이 있다. 늘 행동의 필수조건이며 동시에 의미의 근거가
되는 상상력을 매개로 하여 영혼은 모든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영혼 속에 있는 감
성의 힘에 있어서 영혼은 총이며 잠재적인 파워와 효과로 가득하다. 영혼의 열정
을 표현하는 펜은 칼보다 더 강하다. 그 까닭은 상상력은 사람들의 삶을 바로 그
뿌리에서부터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