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6)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34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폭력과 힘의 필요

폭력이란 영어 단어 Violence는 '생명력'을 뜻하는 라틴어 Vis에서 왔다. 그 뿌리가 암시하 는 것을 보면, 생명이 내뻗는 힘이 바로 폭력의 속에서 스스로를 내보인다. 근원적인 그 생 명력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으면, 그 힘은 우리의 억제와 타협, 공포와 자기도취적인 조작에 의하여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 보인다.

폭력에 접근방법으로 그것을 제거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것은 실수이다. 만약 우리 가 폭력을 근절시키겠다고 노력하기로 말하면, 우리의 창조적 삶을 지탱해주는 심층적인 힘 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끊어 낼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도 심리분석의 가르침은 억압에 결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억압되면 그 결과는 언제나 괴물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영혼이 지닌 생명의 흐름으로써 Vis는 마치 시멘트를 뚫고 자라는 풀처 럼, 그리고 제법 짧은 시간 안에 웅장한 문화적 기념물을 없애는 것처럼 식물이 지닌 자연 스런 생명력과 같다. 이런 실천적인 힘을 우리가 길들이며 상자곽 속에 가두려고 한다면, 그 것은 불가피하게 제 길을 찾아서 빛이 있는 데로 뻗어 나간다.

'생명력의 억제'는 정서적인 문제로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진단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심리치료사들이 환자들에게 그들의 분노를 표현하라고 권장하는 것이 보통 인데, 거의 그것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듯 하다. 그러나 분노와 그 표현은 생명력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그 생명력이란 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희박해 졌으며 따라서 사람 들이 그것을 느끼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르네상스기의 의사들은 분노와 생명을 둘 다 같은 신, 즉 군신의 보호 아래 두었다. 그들이 믿기에 모든 사람들은 내면에 폭발적인 힘이 늘 준비되어 있어서 세상 속으로 풀려나기만 기다린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 신이 된다는 것, 즉 자신의 개성과 독특한 재능이 나타나게 하는 것은 군신의 나타남이라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진정으로 충만하게 존재하게 할 때, 우리는 우리의 비젼을 가지고 세 상에 자극을 주기도 하고, 우리 존재의 특유한 방식으로 세상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연예나 정치에 있어서 우리는 때때로 예외적인 탤런트를 지닌 사람들이 억제할 수 없는 에 너지와 상상력을 가지고 대중 앞에 나타나는 모습을 본다. 다만 그들 자신이 되어서 그들의 예지로 우리를 찌른다. 그들이 대중 앞에 나타나는 모습을 흔히 은유적으로 표현해서 '혜성 처럼' 나타난다고 한다. 그들은 길들여지고 겁먹은 채 살다가는 세상 위에 번쩍번쩍 나타나 고, 불타오르고, 긴 꼬리를 느리며 내 닫는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하는데 이 말은 신의 은총과 선물을 뜻한다. 그들의 파워는 그들의 자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그들의 퍼스낼리티와 액션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신의 불빛 이다.

그러나 인간 역사를 통틀어서 개성의 표현은 현상유지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졌다. 개인이 챔피언 활동을 하며 드러내는 모든 표현 때문에 우리의 문화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순응을 부추긴다. 우리는 현대생활이 지닌 단조로움과 예측가능성 때문에 기꺼이 점잔빼며 살아가 고 있다. 멀리 여행을 가보아도 약간이라도 독특한 상점이나 식당을 찾으려면 어려움을 겪 게 마련이다. 쇼핑몰을 가나, 먹자골목을 가나 영화관을 가나 어디서라도 똑같은 옷, 똑같은 상표, 똑같은 메뉴, 몇 안되는 똑같은 영화, 동일시되는 건축물을 보게 된다. 동쪽으로 가보 아도 서쪽에 가서 앉아보았던 같은 식당의자에 앉을 수 있다. 그런데 심리분석에서 말하는 것처럼 반복은 죽음이다. 반복은 개인의 삶의 흐름을 거슬러서 지키면서, 놀라움을 털어 버 린 문화 속에 있는 죽음 같은 평화를 추구한다.

새로 나온 음식 같은 단순한 것이 위협적일 수도 있고, 의상패션이 순응이냐 아니면 무정 부상태냐 하는 것을 진술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정치집단들이 머리카락의 길이를 통하여 자신을 동일시 해왔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와 같은 선택들이 순전한 파워를 지니고 있으며, 질서와 원활한 기능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는 점차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밋밋하 게 만들어서 전체의 유익을 명백히 확보하려고 한다.

억제된 힘이나 증상이 결과적으로 어떤 사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즉, 우리의 판타지가 주술적인 물질이 지니는 힘과 유혹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물 속에 결정 체처럼 명료화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핵무기고는 미스테리와 함께 위협을 지닌 것으로 써 영혼 속에서 무시되어온 것을 음침하게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폭탄이나 미사일 같은 것 은 끊임없이 날마다 우리 자신의 파멸을 우리에게 연상시킨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상기 시켜 주는 것은 아무 것도 견제될 수도 통제될 수도 없다는 사실뿐 아니라 한 사회가 우리 자신을 죽일 수도 있고, 다른 국민들이나 지구 자체를 없앨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 말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힘있는 주물(呪物)이다. 융 심리학파의 분석학자 볼 프강 깅그리히는 폭탄과 창세기의 '황금송아지'를 놓고 비교한 일이 있다. 둘 다 우상이다. 깅그리히가 주목한 것은 그 송아지는 실제로 황소요, 무한한 동물적 힘을 나타내는 이미지 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말하기를 모세가 그 황금송아지를 파괴했던 그 신화적인 순간 에 우리는 어두운 힘을 몰아내고 오로지 빛을 향한 제단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의 폭탄들은 추방당한 황금송아지의 연속이다,. 우리가 우리자신을 어두운 세력들과 연결하 는 것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그것들은 강제로 주술적 힘을 갖는 형태로 변하였고 그런 상태 로 머물면서 매혹적이면서 치명적인 것이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겉보기에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폭력과 우리가 보물처럼 여기는 반복적인 단조로움 사이의 연결고리를 본다. 전통이 수 백년동안 가르쳐 왔듯이, 영혼에게는 심오하면 서도 도전적인 군신의 은총이 필요하다. 그런데 군신은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정열적 인 삶의 불빛으로 벌겋게 물들이며, 모든 행동에 창조적인 날을 세워주며, 모든 순간과 사건 속에 힘의 씨앗을 심어준다. 군신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 할 때 그는 강제로라도 주물적이 며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군신은 개인적인 분노의 표현보다 무한히 더 크다. 창조적 이면서도 파괴적인 그는 투쟁을 위하여 몸을 가누고 있는 생명 그 자체이다.

영혼에 관하여는 중립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영혼의 생명의 자리요, 근원이다. 영혼이 환 타지와 욕망을 통하여 제시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응답을 할 때나, 아니면 우리 자신을 소흘히 함으로써 고난을 겪을 때, 언제라도 그렇다. 영혼의 힘은 사람을 황홀감이나 우울증 속으로 빠지게 내던진다. 그 힘은 창조적일 수도 있고 파괴적일 수도 있으며 부드럽기도 하 고 공격적이기도 하다. 파워는 영혼 속에서 부화되며, 그 다음에 영혼이 표현으로써 그 영향 력을 발휘하며 생명 속으로 들어간다. 영혼의 충만함이 없으면 진정한 파워는 없고 파워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진정으로 영혼의 충만함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