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2. 4)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43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질병과 영혼의 친구

그리스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 관한 책을 쓰면서 케레니는 그 속에다 기막힌 고대 조각을 재현시켰는데 그것은 의사가 한 남자의 어깨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배경에는 꿈에서처럼(꿈을 매개로 하여 치료했던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전적으로 적절한 것이기도 하다) -신이 동물로 나타나는 형태인- 뱀이 그 남자의 어깨에 입을 가져다 대고 있다. 이 제스처가 치료에 특별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이미지가 암시하는 것은 의사들이 신체적인 면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처치 방법이 거기에 상응하는 대조적인 것을 영혼 속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꿈에서는 치료가 합리적이고 기술적인 절차에 의해서가 아니고 동물 형태에 의해서 종종 이루어진다. 꿈에 관한 보고서가 자주 서술하듯이, 뱀이 단순히 사람의 아픈 곳을 문다. 그러면 환자는 즉각적으로 상당히 독성이 강한 것에 접촉이 되면서 왁찐 주사를 맞는 것처럼 된다.

우리가 이런 이미지에서 배우는 것은 모든 질병이 입체 음향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작용하는 것은 실질적인 신체조직의 수준에서와 동시에 꿈의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질병에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의미가 결코 전적으로 합리적인 말로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점은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나서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질병에 자주 가까이 다가가서 그 질병이 암시하는 곳에서 생명과 특별한 종교적 연결고리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병에 의하여 치유되기 위하여 질병 자체 내에서 신의 이빨을 느낄 필요가 있다. 아주 현실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질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종교적으로 생명에 참여하도록 회복시킴으로써 질병이 우리를 고치는 것이다. 우리의 질병 속에 신들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삶이 어쩌면 너무나 세속적인 것이 되어서 그처럼 신들이 찾아와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뜻이 따라 붙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에 보고되는 꿈은 의료 전문 훈련을 받은 민감한 여성이 이야기한 것이다. 그가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두 사람과 함께 병상에 나란히 누워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걸릴 퇴행성 질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한 의사가 질병의 초기 증상에서 환자가 듣지 못하게 되는 것에 관심을 둔다. 그가 말하기를 이것이야말로 귀가 먹어서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꿈꾸는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만약에 모든 사람이 병이 든다면 사람들은 누가 돌보나 하는 것이다. 그 때에, 장면이 바뀐다. 꿈꾸는 사람이 다른 의사의 진료실로 걸어서 들어간다. 그 의사의 책상 위에 여인상의 도자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본다. 그 여자가 도자기를 집어서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댄다. 그 의사의 방에는 예술품이 사방에 놓여 있는 것을 알았다. 그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상아 조각의 여인상인데 황금빛 잎새의 머리카락이 있고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 도자기를 꺼내서 들고 보니까 어깨 쪽에서 팔 하나가 부러졌는데, 기분이 나빴다.

이 꿈이 암시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상처받은 치유자’란 고대의 주제를 드러낸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와 함께 병상에 있다. 의사들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병에 걸릴 것이다. 의사들 가운데 한 사람은 심지어 증상을 경험한다는 생각을 좋아한다. 환자/꿈꾸는 사람은 질병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미스테리적인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면 그 문제는 어떻게 다뤄질 수 있을까? 의사들은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질병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또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꿈이 동시에 보여주는 것은 누가 우리를 고치든지 그도 역시 우리의 질병을 가지고 ‘병상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자신들을 질병과 절연 상태에서 환자나 그의 문제를 전혀 낯선 것처럼 만들 수는 없다. 의사들이 정확히 말해서 질병을 처치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친밀해지고, 그들 스스로가 그 질병을 경험하기 원한다고 표현한다. 심리치료사인 내가 만약 내 환자들이 나에게 가져오는 문제들로부터 나 자신을 방어적으로 거리를 둔다면, 나는 그들로 하여금 보편적인 질환을 계속해서 지니고 살도록 강요하는 반면에, 나 자신은 그런 것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질병을 다스리는 파워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치유는 의사에게서 더 많은 것을 요청한다. 요청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런 미스테리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질병에 감염될 수 있는 인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친한 사람처럼 질병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알콜 중독자나 약물 중독자들에 대하여 말하면서, 마치 그들은 우리 공동체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그들의 문제가 우리와는 절대로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대하는가?

그 꿈꾸는 사람을 위해서는 다행히도, 세 번째 의사는 파라셀소스나 피치노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진료실에 예술품을 두고 있다. 그는 의학이 과학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고, 뿐만 아니라 그 부분이 그의 시술에 있어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프로이트의 진료실에 고대 예술의 진품들이 수집되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의 전통 의술이 보여주듯이, 질병은 이미지를 가지고 다루어야 한다. 환자는 그 나름대로 자기의 치유의 이미지를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고통을 당하게 되면, 우리의 불평 불만 속에 감싸여 있는 이야기나 이미지를 찾으려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런 것을 너무 가까이 끌어 대거나 그래서 너무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이미지는 깨어지고 만다. 우리가 신에게 접근할 때는 시를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 만약에 질병이 신들이 위장하고 나선 것이라면 그 때 우리의 의술은 예술과 이미지로 가득해야 마땅하다.

노발리스가 말하였다. “모든 질병은 음악적인 문제다. 그 치료 또한 음악적 해결이다. 그 해결이 빠르고 완벽할수록, 그 의사의 음악적 재능은 그만큼 큰 것이다.” 내가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수많은 고대 의사들, 이를테면, 로버트 플러드와 피치노 같은 이들 역시 음악가들이었다. 그들은 몸과 영혼의 리듬, 음조, 불협화음 그리고 협화음에 관심을 두었다. 글들은 가르치면서, 의사는 어떤 종류의 질병을 다룰 때에도 반드시 환자의 음악에 관한 뭔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 질병의 템포는 어떤가? 삶의 어떤 요소들이 이 질병과 어떤 대위법으로 놓여 있는가?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하게 느끼는 불협화음의 본질은 어떤 것인가?

파라셀소스의 말을 빌리자면, “질병은 아내를 요구하는데, 즉 의약이 필요하다. 의약은 질병에 맞춰 조절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경우에서와 똑같이,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기 위하여 둘이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의사들이 환자와 더불어 병상에 들어가 누웠다는 것은 바로 파라셀소스의 톤과 같다. 질병은 처치(치료)와의 결혼에 의하여 성취되고 완성된다. 아니, 달리 표현하자면, 질병의 ‘아내’-아니마, 이미지, 스토리 또는 꿈-는 질병에 맞는 의약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모호한 이미지가 현대 의학의 시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파라셀소스적인 아내로서의 의약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질병과 몸의 역사에 관해 우리가 하는 이야기에다 더 큰 중요성을 자리매김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질병을 앓을 때에 꾸는 꿈을 주목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대 의약의 시술에 있어서 남성적인 영웅의 어조를 낮추고 어느 만큼 상상력의 자유를 허용할 수도 있다. 환자 역시 비유적으로 말해서 질병을 권위자로서 의사에게 전적으로 넘겨버리는 대신에, 의사가 질병과 함께 자기의 병상으로 올라오도록 초대하는 태도를 가질 수도 있다. 베드의 은유는 그 에로틱한 내포와 함께 우리가 흔히 의료계에다 일반적으로 연결시키는 권위와 파워의 은유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우리가 질병을 시적으로 검사하기만 한가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의하여 말해 줄 수 있는 풍부한 이미지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런 이미지를 따라갈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을 조율하고 우리 자신이 질병에 의하여 교정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내가 질병 없이는 우리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치료될 수 없다고 말할 때 의미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사르델료가 암 속에 있는 이미지를 보면서 결론 내린다. 즉, 거기에 담긴 이미지를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사물들이 자신들의 몸을 잃어버렸고 그래서 개성을 모두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런 질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플라스틱 재생산의 대량 문화를 버리고 질과 상상력을 지닌 사물들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만약 우리가 제조업의 오염적인 방법으로 자연을 공격하고, 스피드와 능률의 이름으로 삶의 질이 시들 듯이 사라지게 한다면, 여러 가지 징후들이 일어날 것이다. 사르델료가 질병에 대하여 서술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몸들이 세계의 몸을 반영하거나 거기에 참여하는데, 그래서 우리가 만약에 그 외부의 몸을 해친다면, 우리 자신들의 몸이 그 결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세계의 몸과 인간의 몸 사이에는 구별을 지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