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2. 9)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48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우리는 재산을 분류할 때, 문자 그대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으로 나눈다. 사유 재산으로 분류된 재산은 지역 분할법 한도에서 소유자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반드시 공동체의 복지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공공 대중이며 대다수인 우리는 사유재산으로서의 건물들이나 기업들에 대해 조건을 제시할 수도 없고, 질적 차원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아무 권리나, 의무가 없다.

만약 우리가 지구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 보편적인 소유권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청정 해역을 유지한다든가 공기 오염을 방지한다든가 하는 일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은 바로 그 모든 것, 땅과 공기와 바다를 다 ‘소유’한 사람이다. 동시에 빈부를 둘로 나누지 않고 보면 이런 부유한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영혼의 관점에서는 이 세계를 사용하여 즐기는 삶에 대해 책임을 가진다면, 빈부가 하나로 만나지고, 이 세계는 우리가 지상에서 사는 동안 우리에게 대여(리스)되는 것일 뿐이다.

돈은 섹스와 같다. 어떤 사람들은 가능한 한 더 많은 다른 사람들과 성적인 경험을 가질수록 더욱 충족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돈이나 섹스도 갈망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문제는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문자 그대로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물신(fetish)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만약 가난이 싫어서 부를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영혼은 풍부함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결핍을 통해서 성숙하기 때문이다.

내가 영혼을 위하여 빈곤을 말할 때 육체적인 삶을 초월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낭만적 감상에 빠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영성은 초월과 도덕적 순수를 찬성하고 돈으로부터 야기되는 악을 회피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 대가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들은 돈으로 생길 수 있는 악영향을 피하기 위하여 자신의 서비스를 바터제로 교환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빈곤도 부유와 똑같이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무조건 돈을 회피하는 사람은 경제가 유지되도록 공조하고 있는 공동체에서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부에 대한 욕망은 영혼의 에로스에게 정당한 요소이며 그것에 의해 기쁨을 느낄 수도, 또 기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것이 지나치게 억제되면 괴상한 방식으로 슬며시 돌아서서는 은밀하게 재정적인 마술을 부리거나 축적에 몰두한다. 종파를 막론하고 모든 종교는 (흔히 암시적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일에 있어서 괄목할 능력을 과시한다. 가끔 추앙 받아온 종교 집단이나 지도자가 재정적인 계략을 꾸민 것이 드러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돈의 영혼이 부정될 때, 그 그림자 역시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섹스와 마찬가지로 돈도(두려움과 매혹이 교차하는 만큼) 신령한 것이다. 거기에는 판타지와 감정으로 가득 차 있고 또 이성적 지도에 저항하는 힘이 강하다. 주는 것도 많은 반면에 영혼을 늪에 빠뜨리고 정신을 잃을 만큼, 의식을 강박관념과 충동으로 몰아 넣는다. 질적인 차원에서 영혼 충만의 일부를 이루는 돈의 그림자를, 광포해질 수 있는 돈의 증상과 구별해야 할 것이다. 탐욕과 허욕, 사기와 횡령은 돈에게 영혼이 상실되었다는 사인이다. 우리가 영혼의 부유함에 대한 욕구를 표출하며 행동할 때, 공동체적인 돈의 교환 상태로 진입하기보다는 오히려 돈의 물신을 통하여 도덕성은 아랑곳없이 실제로 돈을 끌어모으는 일에 빠져든다.

돈의 본질은 교환되는 데 있다. 사실상 우리는 때때로 돈을 두고 말할 때 ‘바꾼 돈/ 거스름 돈/ 잔돈(change)’이라고 한다. 문화 정신에 있어서 돈의 역할에 대하여 연구한 로베르트 사르델로는 경제를 육체적인 과정에 비유한다. 그는 말하기를 이익과 소비는 숨을 들이쉬는 것과 내쉬는 것과 같아서 돈은 사회라는 몸에 있어서 생명력 있는 행동의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돈이 공동체 교환(교류)에 더 이상 봉사하지 못하게 될 때, 돈은 공동체적 흐름에 장애물이 된다. 계략과 탐욕스러운 교류의 리듬에 간섭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느 그룹이 공익 사업을 위하여 모금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조직위원회가 거액을 횡령한 것이 완벽하게 숨겨지거나, 극소한 양으로 보고서에 나타날 수 있다. 돈은 악명이 높게 그늘 속으로 흘러들어갔음에도, 개인이나 집단이 그런 그림자를 자신들끼리만 알고 감출 때 영혼은 상실된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돈은 우리 모두를 문자적으로가 아니라 연금술적 의미에서 부패시킨다. 돈은 순진무구함을 흐리게 하는 반면 재정적 교환(교류)의 엄연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도록 다그친다. 돈은 우리로 하여금 신성한 생활 전선에서 손을 맞부딪치며 싸우도록 만든다. 돈은 우리를 순진무구한 이상주의에서 끄집어내서 더욱 심층적이며 영혼 충만한 곳으로 끌어들이는데, 거기서 문화 창조에 실제적인 개입을 통하여 권력과 위신과 자기 가치는 쳐냄을 당한다. 그러므로 돈은 영혼에게 근거와 엄연한 현실을 안겨줄 수 있는데, 안 그러면 영혼은 순진무구함의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돈에 대한 꿈들은 돈에 대한 여러 가지 수준의 의미로 자주 암시하는 바가 있다. 최근에 나는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이른 아침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내 등에다 칼을 들이대고 말하였다. “거스름돈(change)을 내놔.” 나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200달러가 있고 왼쪽 주머니에는 15달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리하게 나는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거기 있는 돈을 몽땅 주었다. 그가 더 달라면 어쩌나 하고 생각하였으나 그는 적은 돈을 받아 가지고 달아났다. 잠에서 깨고 나서 나는 그 꿈을 되새기며 생각하였다: 나는 내 자신을 내줄 경향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내 자신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거나, 아니면 내 자신의 필요는 간과한다. 그리고 나서 나는 분개하고 분노를 느낀다.

그 날 늦은 시간에 나는 그 꿈에 대하여 잠시 더 생각하였다. 우리 자신의 꿈에 대한 첫인상은 종종 일방적이며 얕은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생각은 내 자신에 대해서 보통 갖는 느낌으로 너무 지나치게 주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실제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였다. 아마 그 꿈속에서의 자아는 너무했는지 모른다. 나에게서 훔치려고 한 그 사람을 나는 결심하고 속였던 것이다. 꿈속에서의 어두운 거리와 강렬한 이미지는 나에게 바꾸는 것(change)을 요구하였다. 나는 change라는 단어의 세심한 사용을 그 꿈속에서 주목하였다. 나의 방식들을 바꾸라는 것인가? 도시의 어둠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라는 것일까? 진짜 가치있는 것을 내 자신의 곤궁한 그늘진 측면에 주라는 것일까? 내 자신을 내어주는 경향에 대하여 경고하는 것일까? 나 또한 거짓스러운 영리함이나 지나치게 깊은 생각으로 내 자신의 부를 감추려 하고 있는가? 꿈속에서 나는 주저없이 나의 이중성 곧 두 개의 주머니로 어두운 거리를 한 수 높은 꾀로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내 생각에 이 꿈은 나에게 영혼의 경제에 있어서 요청되는 교훈을 주었다. 돈은 바로 그것을 표현한 것으로서, 정열과 에너지와 재능과 결단의 형태를 띤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몸을 입고 사는 삶의 어두운 거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의 재능과 나의 영혼의 돈을 축적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자원을 나누어서 보관하며, 작은 분량은 잃을 태세를 갖추고 있고, 그와 동시에 더 큰 몫은 축적하려는 의도로 보관하고 있는지 모른다. 흔히 그렇듯이 내가 꾼 꿈은 감추어두고 따지지 못하게 하려는 내 성격의 측면들을 드러내어 고찰하도록 끌어내었던 것이다.

돈의 그림자에 관해서는 도덕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나 문자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 모두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축적의 즐거움은 돈 자체의 원형적인 질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것이 우리가 돈을 다루는 유일한 방식이 될 때나 아니면 우리가 돈을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를 위하여 쓰게 될 때는 돈을 축적하는 즐거움은 영혼을 부인하는 꼴이 된다. 사람이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한 가지는 돈을 끌어 모으고 움켜쥐는 것이다. 이것은 사르델로의 이미지로 말하자면 ‘숨을 들이쉬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자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죄의식이 없이 축적이 진행될 수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일, 즉 돈을 축적하는 그림자를 즐기는 것과 이와 상반되게 순진무구함을 유지하는 사인이 된다.

커다란 이익을 보는 회사가 주머니 속의 무게를 느끼면서 얼마쯤을 내어주는 것을 결정할 수도 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선물을 주는 것으로 해서 공동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는 거기서 회사가 지닌 파워와 책임이 적절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아니면 그 회사가 일종의 영리한 계략을 써서 자기들의 이익을 내어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세금혜택을 보이면서 약삭빠른 꾀를 써서 죄의식을 지우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첫 번째 경우는 돈이 아주 자연스럽게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사는 격이 된다. 두 번째 경우는 회사나 개인이 공동체의 경제를 조작함으로써 그들이 뭔가를 얻어가지고 빠져나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거기에는 영혼의 상실이 있을 따름이고 돈은 물신이 되어 병리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한 사회가 돈의 그림자에 의하여 부패할 때, 그 사회는 분열된다. 반면에 재정적인 그림자에 맞춰서 소유하는 사회는 성숙된다.

중세 세계에서는 돈을 세고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농신의 영역으로 이해되었다. 농신은 바로 우울증과 옹색함과 벽사 또는 축귀 그리고 심오한 비전을 관장하는 신이다. 농신은 은행원이 창구에서 돈을 세거나 현금 뭉치를 가방이나 지갑에 간직하는 작은 행위 속에 머물러 산다. 영혼에게는 중요한 이런 제스처는 일상생활에서 돈에 대한 의식이 치러지는 방식이다. 우리가 현찰과 수표와 은행 통장의 패션을 가꾸는 방식 또한 농신의 거룩한 스파크를 일상적인 돈 거래를 통하여 보여준다. 생일 선물로 받은 빳빳한 돈이나 사업을 해서 처음 받은 달러 지폐를 사진틀에 끼어 넣는 것은 현찰 자체가 존중될 수 있을뿐더러 곱게 모셔 둘 가치가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축적 역시 그 나름의 의식이 있는데, 치러지는 방식은 침대 매트리스 밑에 쑤셔 넣든지 아니면 스위스 은행 계좌에 넣어 두는 것이다.

돈과 일 사이의 관계는 대단히 환상적이기 때문에 그것은 짐이 되는 동시에 특별한 기회도 된다. 일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는 돈을 중심으로 생긴다. 우리는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한다. 우리는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꼭 받아 마땅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는다. 돈은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우리가 자신만큼이나 더 많이 돈을 벌었을 때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우리가 부와 재정적 안정을 증명하는 온갖 꺼리를 갖추게 될 때에만 우리는 어른 사회의 일원이 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그러한 느낌의 결과로 우리는 돈의 힘을 피할 양으로 너무 과만하게 돈에 대하여 반응하든지 아니면 강박 충동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돈이 안겨주는 특정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이 주는 메시지를 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예를 들어서 우리의 실존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돈을 많이 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에도 진실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판타지 속에 담겨 있는 영혼 충만을 느끼기 위하여 공동체적이며, 구체적 생활 속에 더 깊이 잠길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 때 유일한 실수는 그런 판타지를 너무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수 백만 달러를 벌고서 끝내주게 하면서도 언제나 성장할지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