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2. 12)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51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현대 세계로부터의 피정

과거에는 영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종종 현대 세계의 이런 문제들을 다루었는데, 어느 정도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있었던 것들로서 그 방식은 피정을 위한 장소를 찾았다. 융은 괄목할 만한 예를 한 사람에게서 찾아 제공하는데, 그는 영혼에 맞춰서 조율하면서 자신의 삶을 사회 현실에 맞춰 적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망이나 불안감에 맞춰 적응하였다. 융은 자신의 비망록에서 그가 어떻게 석탑을 쌓아 거처를 마련했던가를 이야기한다. 그 석탑이 처음에는 원시적 구조물로 시작하였는데 그 뒤 여러 해를 두고 점점 더 복잡한 것으로 변해 갔다. 그는 처음부터 전체 계획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었고, 지나고 보니까 그는 사 년마다 건물을 덧붙였다는 것이다. 의미심장하게 ‘4’라는 숫자가 융에게는 통전성을 상징하였다. 끝에 가서 이 탑은 신성한 자리가 되었는데, 그것은 그의 영혼의 일터로서 거기에서 벽에 그림도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하여 글도 쓰고, 사상을 다듬고, 자신의 회상을 즐기며 비전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의 비망록의 제목은 ‘회상, 꿈 그리고 성찰’인데, 그가 그 석탑에서 피정을 하며 성취한 일이었음을 드러낸다.

“나는 전기도 없이 살면서 벽난로나 난로를 피우며 지냈어요. 저녁이면 등불을 밝혔죠. 수도가 없어서 우물에서 펌프로 물을 길어 올렸어요. 나무를 패서 조리를 했지요. 이런 소박한 행동이 사람을 소박하게 만들어요. 그러고 보면, 소박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라고 그는 글로 쓴다.

융의 석탑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암시를 해주는데, 특히 현대 생활 때문에 위협을 받게 될 때 어떻게 영혼을 돌볼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심리 요법이 고립된 성격 문제와 그에 대한 특수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영혼의 돌봄은 일상적인 삶의 조건에 집중한다. 어떤 정서적 문제가 상정되면, 진짜 이슈는 어떤 단 한 가지의 상처나 어려워진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이슈는 영혼이 습관적으로 소홀히 취급된 방식으로 형성된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문제들은 모든 인생의 일부이며 그것들 때문에 영혼이 반드시 시드는 것은 아니다. 영혼이 일상적인 삶의 조건들 때문에 더 고통을 겪는 것은 영혼이 갈망하는 구체적인 경험들을 가지고 영혼을 살찌게 해주지 못할 때이다.

융의 석탑은 그의 영성 생활을 위한 개인적인 성전이었다.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그의 예를 따를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 집의 방 한 칸이나 아니면 어느 한 구석이라도 영혼의 일터로 떼어놓을 수도 있다. 융의 석탑은 어떤 공간을 창출해서 그곳에서 그는 개인적으로 그의 인생이 양쪽 끝으로 뻗어서 뒤로는 과거를 성찰하는 쪽으로 그리고 미래를 향해서는 예언자적으로 뻗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석탑은 그에게 현대 문화로부터의 출구를 마련해 준 구체적인 상상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모더니즘의 한계를 초월하는 길을 희구하는 것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효과적인 영혼의 테크놀로지는 결정적이라는 그런 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찾는 것이다.

융은 그 석탑에서 영성에 대한 또 하 나의 전통적 관심으로서 그의 조상에 대하여 가깝게 느꼈다고 술회하였다. 그는 기록한다. “1955년 겨울 -55세 때- 나는 부계 조상들의 이름을 세 개의 돌판에 새겨서 그 석탑 집 앞마당에 두었다. 나는 천장에다가 내 자신에게서 나온 주제와 내 아내의 팔을 그렸다. 내가 돌판에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나와 내 조상들 사이의 숙명적인 연결고리를 의식하였다. 내가 아주 강렬하게 느낀 것은 내가 완벽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나의 부모와 조부모와 아득한 조상들에 의하여 해답되지 않는 문제들과 일들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괄목할 이야기에서 보여지는 것은 융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서로 얼마나 풍성한 대화를 하고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영혼을 돌보는 일이 집을 짓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일이었다. 그의 석탑은 소박함과 영원에 대한 그의 내면적인 절박함을 구체화시킨 상징이다. 그 석탑은 구체화시킨 꿈의 한 조각과 같으며, T.S. 엘리오트의 말을 빌리자면 내면의 상상력에 대한 ‘객관적인 상관물’이다. 그의 전문적인 저술에서조차 융은 꿈에서 방향 지시를 받은 다음에 연금술에 대하여 광범하게 철저한 연구를 추진할 때처럼 영혼을 따라 선도해 나간다.

영혼의 돌봄에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계속해서 관찰하고 전심전력으로 집중할 것이 요청된다. 영혼을 소홀히 대하는 여러 가지 징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기 집에다 영혼의 일터를 마련하려고 부속 건물을 짓는 데 대하여 충고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심리적 불만을 다루는 일에 그렇게 비싸게, 그것도 외부적인 것을 만든다는 것이 이상하거나 심지어는 미친 짓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활동적인 현대 생활 한가운데서 한 시간을 내부적으로 피정하는 것만으로 영혼이 치유되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세계로부터 우리가 피정한다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상담차 방문하거나 가끔씩 캠핑 여행이나 하는 것보다는 더 진지하게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 끊임없이 지속되는 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떠나 있는 일은 늘 영성 생활의 일부가 되어 왔다. 수도사들은 수도원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금욕주의자들은 사막으로 나가고, 미국 원주민들은 비전을 전수받기 위하여 집을 떠난다. 융의 건축학적인 피정은 세상으로부터의 은둔으로서 이러한 원형적 주제의 또 다른 버전이다. 나는 영혼의 삶을 그렇게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모더니스트적인 증후군을 다루는 방식으로 집을 떠나 수도원으로 가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피정 자체는 영혼 충만한 것일 수도 있고 도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피정에 대한 구체적이며 물리적인 표현이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영성 생활의 시초가 될 수는 있다. 그것이 꿈이나 생각을 담아 두는 서랍의 형태를 적당히 취할 수 있다. 이것은 아침마다 오 분 씩 할애해서 지난밤의 꿈이나 그 날을 내다보면서 성찰하는 것을 적는 시간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대신에 숲 속을 거닐기로 결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창고에 넣어 두고 살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일은 특별 행사처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성에 특별히 초점을 맞춰 집중하도록 도움을 줄 성화 한 점을 구입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어느 동네에서는 아침마다 한 사람이 지도하는 데 따라 작은 공원에서 소그룹이 기체조를 한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영혼의 영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피정의 온당한 형태가 된다. 영성은 거창하게 의식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영혼이 가장 덕을 볼 때는 다름아니라 영혼이 즐겨하는 정황 곧, 평범하고 일상적인 토박이 생활 속에서 수행되는 영성 생활이 가능할 때이다. 그러나 영성 생활이 진정으로 요청하는 것은 관심 집중과 유념하는 것과 정규적인 것과 헌신 같은 것이다. 영혼을 무시하도록 형성되어 있는 세계로부터 어느 분량만큼이라도 피정할 것을 영성이 우리에게 요청한다.

사회적으로 말하자면, 공공의 방식으로도 피정의 가치를 우리는 또한 인식할 수 있다. 영혼이 피정할 필요에 대하여 민감한 도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공원과 정원들이 보호되어 마땅하다. 공공 건물들도 영혼을 돌보는 일의 일부로서 직원들이나 방문객들이 순간순간 피정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월남전 당시에 피난민들은 집도 버리고 손에 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떠돌면서도 그들의 작은 신주 단지 같은 것은 지니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영성에 초점을 맞출 물건에 대하여 더 큰 관심을 쉽게 집중할 수 있고 또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에서 하는 어떤 일도 우리가 영혼 충만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영성의 회복

현대 생활의 또 다른 측면은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공식적인 종교 수행을 상실한 것이다. 이는 다만 영성에 대한 위협일 뿐 만 아니라 동시에 영혼으로부터 가치있는 상징적 성찰의 경험을 박탈하게 되는 것이다. 영혼의 돌봄은 그 속에 공식적인 종교의 회복을 포함시키는데, 이는 지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만족을 얻게 하는 길이 된다. 영적 갱신의 명백하고도 힘있는 근거는 우리가 자라난 종교적 전통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행히 어린 시절의 전통이 생생히 살아 있어서 지금도 타당성을 살리고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은 자기 가정의 종교적 전통으로부터 뚝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고통스러웠거나 너무 나이브하거나 생각이 너무 단순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이런 사람들에게도 갱신된 영성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물려받은 종교가 있다. 각자의 가정이 믿은 종교에 관련해서 말하자면 누구라도 ‘개혁자’가 될 수 있다. 세계 종교사를 보면, 거의 모든 경우 우리는 살아 있는 전통을 본다. 모든 전통에 있어서 근원적인 통찰은 항상 일련의 ‘개혁’에서 일어난 참신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달리 보면 죽은 전통 같은 것이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영적 감수성의 토대가 되었다. 그 과정은 예수가 한 일과 다르지 않다. 그는 시나이 산에서의 계명을 산상수훈의 훨씬 더 부드러운 진복팔단으로 대체하면서 옛 계명으로 새 계명을 만들었고, 유대교 자체 내에서 많은 개혁을 이루어냈다. 도교와 불교에서 선이 출현한 것과도 같다. 개인의 삶이 종교 안에서 이같은 문화적 역동성을 반영할 수도 있는데,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상충하는 충성심과 확신을 경험하기도 하고 급진적인 개혁과 재해석을 통하여 살아남기도 하였다.

내 자신의 경험도 이런 패턴의 종교 개혁을 증언할 수 있다. 나는 열렬한 아일랜드 카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내가 사제가 될 재목을 수녀들이 결정할 때 나는 단연 일급이었다고 확신한다. 나는 하라는 대로 했고 점수도 땄다. 나는 복사가 되어 사제들에게 가까이 지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장례 미사 때 복사 노릇을 하면서 사제와 조반을 함께 들고 차를 탔다. 내가 준비 과정을 밟은 것이 묘하게 되어서 내가 열 세 살에 예비 신학교에 들어가려고 집을 떠날 때는 그저 자연스럽기만 했다.

그 때 나는 여러 해 동안 그레고리안 찬트를 불렀고 명상도 하며 신학 공부를 하였다. 나는 신앙 생활을 행복하게 하였고 독신 생활에 대하여 별로 걱정도 하지 않고 은행 통장도 없이 잘 살았다. 장상들의 뜻을 따르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의 신학 공부는 진전이 있었다. 나는 전형적인 신학 서적보다는 폴 틸리히와 떼야르 드 샤르뎅을 더 열정으로 읽고 있었다. 사실상 나의 신학관은 신학 공부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크게 개혁이 되었기 때문에 사제 서품을 받기 직전에 나는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당시는 60년대 말이었고 혁명적인 분위기가 무르익던 때였다. 나는 신학교를 떠나면서 다시는 신앙이나 사제직을 그토록 헌신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 뒤 오래지 않아 나는 별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여름 동안 화학 실험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주어진 공식대로 혼합물을 섞고 있었으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진정한 화학자들이 있었다. 하루 저녁에는 일을 마치고 역까지 가는데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똑똑한 젊은 화학자 한 사람과 함께 걷게 되었다. 우리는 기찻길을 따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내가 신학교에서 받은 훈련과 현재 새롭게 즐기는 세속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언제나 사제 일을 하러 갈 거예요.”
자못 예언자적인 어조였다.
“허지만 나는 실제로 사제가 아니었어요.”
나는 설명하였다.
“상관없어요. 당신은 늘 사제 일을 할 거예요.”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몰랐다. 그는 현대적인 과학자로서 헛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으나 말하는 것은 마치 무당처럼 하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 돼요.”
나는 기찻길에 서서 말하였다.
“나는 사제가 되는 데 대한 생각은 이미 버렸고, 어떤 엇갈린 양가적 감정도 없어요. 나는 현재 새로운 세계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 것이 기쁩니다.”
“오늘 내가 한 말을 잊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화제를 바꾸었다. 나는 잊지를 않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는 그의 말뜻을 점점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그 해 여름을 실험실에서 보내고 나서 나는 음악을 공부하러 갔다. 그러나 시간제로 옮겨 적어야 하는 옛날 악보에서 나는 뭔가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일 년 정도를 방황하고 나서 보니 내가 근처에 있는 대학 신학부에서 학위를 받게 되었다. 하루는 교수 한 분이 내게 다가와서 내가 아마 종교학으로 Ph.D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정식으로 종교를 공부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하였다.
“내가 한 곳을 압니다.”
그가 말하였다.
“시라큐스 대학에 가면 예술과 심리학과 모두를 엮어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

3년 뒤에 나는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는데, 그 화학자가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이것이었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사제직은 아니었으나 거기에 가까웠다.

현재 나를 보면,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영혼의 돌봄이라 불리우는 종교적 전통을 회복시킴으로써 심리요법을 변화시키는 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영혼의 돌봄은 본디 부제나 사제의 일이었다. 내가 현재하고 있는 일이 명백히 말하자면 제도권 교회와 아무 상관은 없을지라도 이 일은 그와 같은 종교적 전통이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카톨릭교는 싫든 좋든 간에 소위 -나에게 말하자면 급진적으로 개혁된-이처럼 흘러간 카톨릭 안에서 형성되기도 하고 살아오기도 하였다. 내가 배우고 자란 그런 가르침은 아주 밀도있게 다듬어지고 조율되고 적응되어서 내가 결코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쪽으로 분명히 성취되었다. 그러한 가르침들이 궁극적으로 내 자신의 영성에 있어서 근원이 되었다.

일상의 거룩함

교회와 종교에 대하여 생각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거룩한 분의 현존 안에 머무는 것과 그 현존에 의하여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도록 배우는 것과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또 하나는 우리가 일상 생활의 거룩한 차원을 직접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볼 수 있도록 교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나중 것의 뜻으로 보면, 종교란 ‘기억의 예술’이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속에 내재한 종교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고 사는 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가 일요일의 일이고, 그들은 삶을 거룩한 안식일과 세속적인 한 주간으로 꼭 나눈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란 안식일에 감동을 받은 것과 거기서 지탱되는 것을 한 주일 내내 지키는 것이다. 우리의 언어(영어)에서 보면, 요일마다 제각기 농신(토성)의 토요일, 목요일의 뇌신(Thor)에서 월요일의 달에 이르기까지 신이나 여신에게 봉헌되었다. 다른 언어에서도 이와 같은 봉헌은 똑같이 명백하다. 이를테면 이태리어로 금요일은 venerdi인데 그것은 비너스의 날이다.

[평범하게 거룩한]이란 탁월한 책의 저자 린다 색슨(Lynda Sexson)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평범한 사물과 환경 속에서 거룩한 것의 출현을 포착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가르쳐준다. 그녀가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인은 세상을 떠난 자기 부인과 관련된 물건들로 가득 찬 도자기 함을 보여준다. 그녀가 말하기를 이것은 언약궤와 기독교적 벽감(taoer- nacle)의 전통에서 보면 거룩한 상자이다. 이런 뜻에서, 특별한 편지나 다른 물건들을 담아서 다락에 둔 상자는 벽감이요 거룩한 것을 담아놓은 그릇이다. 에밀리 딕킨스의 마흔 아홉 편의 리본으로 묶어놓은 시는 조심스럽게 써서 저장한 것으로 적절하게 의식을 갖춰서 보존하고 제본한 거룩한 글이다. 우리 모두는 책이나 상자, 이를테면 한 권의 꿈일지나 마음깊이 느끼는 일기나 깊은 생각을 담은 노트나 특별히 의미가 깊은 사진첩 같은 것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하여 작지만 의미심장하게 일상을 거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영성은 아주 평범하면서도 가정과는 가까운 것인데 특히 영혼에게는 자양분이 된다. 이렇게 낮은 차원에서라도 거룩한 것을 삶과 일체화시킴이 없으면, 종교는 인간의 상황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타당성을 잃게 된다. 사람들은 형식적으로 보면 극히 종교적인데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가치관을 천명하는 것을 보면 철저하게 세속적이다.

투박한 영성을 감상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 없이는 거룩한 것을 이상화시키거나 고귀하게 만들면서 삶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게 만들면 그것은 실제로 거룩한 것에 대하여 순전하게 느낄 감수성을 방해하는 결과가 된다. 교회에 가는 것이 단순히 심미적인 경험이 되거나, 아니면 심리학적으로 말해서 심지어는 거룩한 힘에 대한 방어가 된다. 형식적인 종교는 가치와 원칙의 체제 안에서는 아주 강력하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언제나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 사이의 첨단에 놓여있다. 종교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종교는 성전의 감정을 정당화시키고 불지르기도 하며, 사랑과 섹스에 대하여 깊은 죄의식을 기르기도 한다. 라틴어 sacer는 거룩한 것의 뿌리로서 ‘거룩’과 ‘터부’ 양쪽을 의미하며, 거룩한 것과 금지된 것 사이의 관계는 그만큼 밀접하다.

나는 한 때 어떤 여성과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는 일정량의 심리학적 모더니즘을 지니고 있었다. 패션 모델인 그는 직업적으로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는데, 스물 아홉 나이에 이미 고개를 넘은 느낌이었다. 처음 만나서 몇 차례 대화를 하며 눈여겨보니까 나이가 들었다는 말을 여러 번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은 아무도 주름이 잡혔거나 흰머리가 난 사람을 모델로 쓰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우리의 첫 번째 문제가 있었다. 그녀의 커리어는 자기의 몸과 나이 듦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영혼이 스스로 일깨워주면서 삶의 영성적 차원에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한 가지 길이 된다. 몸의 변화는 우리에게 운명과 시간과 자연과 죽음과 성격에 대하여 가르쳐 준다. 나이드는 것 때문에 우리는 억지로라도 삶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여인은 한 발 비껴 서게 만들거나 자연스런 과정을 거슬러서 일하도록 부추기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이 그녀의 일과 개인적으로 그녀의 자신감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 여인은 아기를 갖고 싶었으나 임신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 분주한 스케줄과 여행을 감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달 정도는 휴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그 이상은 어떻게 시간을 더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뿐만 아니라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혼자서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에이전트가 어떤 낌새라도 차리고 해고시킬까봐 두려웠다.

그는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릴 적에 성전에 가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다. 이제 와서 보면, 자기 종교에 대한 지식도 없고, 거기에 충성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 다만 일에만 초점을 맞췄고, 그 직업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았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제트기 족으로 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과 더 나은 결혼과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막연한 동경 속에서 스스로 영혼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나에게 가지고 온 목표는 단순한 것이었다. “난 보다 나은 삶을 원해요. 아침마다 잠에서 깰 때면 공허감을 느끼는데, 그것을 어떻게든 했으면 좋겠어요. 좀 도와주세요.”

“꿈을 꿀 때가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내가 발견한 바로는 내면의 생각이나 감정으로부터 단절된 사람은 분주한 외적인 삶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의식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에 단순히 멀리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이해와 합리적 분석을 혼동한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면 우리가 심리학적인 최신 유행에 빠져 있는지 말해주는 구두 테스트를 받기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우리가 지닌 콤플렉스를 단순화한 공식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자기 지식을 억제시키는 경향이 있다.

꿈은 다르다. 꿈은 한 사람 자신의 신화이며 심상이다. 꿈은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나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성찰하기에 좋은 출발점이 되게 한다. 우리가 일정 기간에 걸쳐서 꿈을 연구하면, 패턴이나 반복적인 이미지를 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어떤 표준화된 테스트나 자기 분석이 근사치를 내주는 것보다 더 깊은 통찰을 얻게 해준다. “저는 늘 꿈을 꿔요.” 나의 내담자가 나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바로 그 날 아침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뉴욕의 한 식당에 앉아 있었는데 자기 앞에 놓인 식탁 위의 접시에서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포크를 가지고 접시에 놓인 하얀 크레프를 집어드니까 그 밑에는 파란 콩 두 개가 있었다. 그것이 꿈의 전부였다.

때때로 꿈은 일본의 하이쿠나 짧은 서정시와 같다. 꿈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그것은 마치 작은 그림이나 짧은 시 한 구절을 가지고 앉을 때처럼 한다. 식당은 우리가 지나가며 보는 한 장면과 같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본 바와 같이, 음식이 영혼에 대하여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풍부하게 상징적이냐 하는 것은 명백하다. 심리적 증상 또한 체중의 가감에 있어서나,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에 있어서나 아니면 특이한 식습관에 있어서 흔히 자명하게 나타난다.

식당(restaurant)이란 말 자체가 암시적이다. 그 뜻은 ‘회복’시키는 것이고 더 돌아가 보면, stauros란 말은 땅에다 말뚝을 받아서 뭔가를 매어두는 데 도움이 된다. 식당에 있다는 것은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과 같지는 않다. 특히 이 사람의 경우, 식당은 그가 가정을 꾸리는 데 느끼는 어려움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항상 길에서 살다시피 하였고, 식사는 늘 식당에서 하였다.

우리는 또한 꿈속의 짧은 시를 고찰하였다. 그는 더 자양분이 있는 콩을 발견하기 위하여 지독하게 영양이 많지도 않은 크고 넓적한 크레프를 집기 위하여 포크를 써야 하였다. 비록 작기는 하여도 콩은 녹색 자양분을 제공한다. 그것은 백색 담요에 숨겨진 작은 녹색 진주의 자양분과 같다. 녹색은 희망과 성장을 암시하는 색깔이다. 우리는 그녀의 삶 속에 있는 백색 담요에 대하여, 뭔가 희망찬 새로운 가능성들을 덮고 있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첫 번째 생각은 가사의 고역이었다. 아기가 물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말하기를 대체로 불쾌감을 느끼는데 기분이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끼는 마치 빛 바랜 천으로 덮여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밋밋함 속에 생명이 묻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이 콩 꿈 이야기는 내가 몇 해 전에 들은 꿈을 상기시켰다. 그 때는 한 남성이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그는 그 대신에 큰 쟁반 가득히 콩을 받았다. 그 꿈은 나에게 선 이야기처럼 들렸고 그 뒤로 나는 오랫동안 소박한 도보 여행자가 먹는 음식에 대하여, 특히 의식적으로 뭔가 더 특별한 것을 주문할 때 같은 것에 대하여 성찰하였다. 우리가 이국적인 미식가의 백일몽을 즐길 때 우리 앞에서 지극히 평범한 것이 튕겨 나오게 하는 것이 인생 속에 있는 법이다.

콩 꿈 이야기가 있는지 몇 달이 지나서 그 모델이 찾아왔는데 임신을 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였다. 아, 크레프에 쌓인 콩들이 그녀의 몸 속에서 진행되고 있던 일에 대한 이미지였구나? “임신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 거에요.” 그가 말하였다. “이제는 나의 직업이 인생에서 유일한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하여 걱정들을 했던 것은 다 그만두었어요. 상관 없어요. 그리고 진짜 걱정되게 만드는 것은요, 하나님 맙소사, 제가 심각한 책들을 읽게 된 거에요.”

그의 영성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성은 반드시 세계의 위대한 종교의 웅변적인 언어를 통해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임신한 데서부터 이 여인은 인생 철학을 발전시키기 시작하였다. 적잖은 영성의 성취이다. 그는 이제 자기 운명 속으로 들어가서 전에는 한번도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몸 안의 과정들을 통하여 삶을 보고 있었다. 이는 모든 시작이다. 하얀 팬케이크 밑에 있는 두 개의 파란 구슬이다.

나는 일찍이 서구에 선을 전해준 D.T 스즈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수많은 저명한 학자들과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와 같은 편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계속하여 질문을 하였다. 스즈끼는 참을성있게 식사를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 이야기는 한번도 읽어본 일이 없는 것이 분명한 그가 마침내 질문하였다. “나같은 서양인에게 선을 어떻게 요약해 줄 수 있겠습니까?” 목소리에 비상한 힘을 실어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스즈끼가 말하였다. “식사나 하시오!”

영성은 세상적인 것 속에 씨앗이 심어지고 싹이 나고 햇순이 돋고 꽃이 핀다. 영성은 가장 작은 나날의 활동 속에서 발견되고 양육된다. 린다 섹슨의 도자기 함과 같이 영혼을 먹여주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영성은 평범한 것으로 치장한 거룩한 것들 속에서 발견되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