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2. 11)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50

눈앞에 있는 것을 알아보라. 그러면 숨은 것이 드러날 것이다. - 도마 복음서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제 10 장 - 신화와 종교의식의 필요, 그리고 영성 생활

나는 계속해서 토박이 생활 즉, 그 고장과 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영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강조해왔다. 영혼은 세부사항, 구체적인 것, 친밀도, 개입, 애착, 뿌리내림 같은 것을 선호한다. 영혼은 동물이 그렇듯, 생명이 직접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모든 것을 먹고산다. 영혼에게는 평범한 것이 거룩한 것이고 일상이 종교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영혼에게는 영성이 필요하다. 피치노가 충고하듯이, 특수한 영성이 필요하다. 일상, 그리고 아랫것과 어긋나지 나지 않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심리학과 종교를 갈라놓는 경향이 있다. 정서적인 문제들이 가족이나, 또는 유아기의 상처와 관계가 있고, 개인 생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간파하면서, 영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서적 발작을 ‘종교적 감수성의 상실’이나 ‘영적 의식의 결핍’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서의 밑바닥에 자리한 영혼이 생명력 있는 영성 생활로부터 은사를 입을 수도 있고, 그런 것이 박탈되었을 때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예를 들어, 영혼은 명료한 세계관이 필요하고, 신중하게 마련된 가치관이나 전체와 연결된 느낌이 필요하다. 영혼은 또한 불사의 신화와 죽음에 대한 태도가 필요하다. 영혼은 그다지 초월적이지 않은 영성을 바탕으로 했을 때 발달한다. 이를테면, 대대로 가문에서 이어온 전통과 가치관이 그 가정의 영성을 이루는 것 같은 경우이다.

영성은 노력 없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세계 어디를 가도 종교는 끊임없는 관심의 집중과 미묘하면서도 종종 아름다운 기술을 요구 하는데, 바로 이것에 의하여 영적인 원칙과 이해심이 생생히 보존된다. 선한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교회나 사찰이나 모스크 사원에 정한 시간에 간다. 의식이 물질 세계에 머물러 사는 것도 쉽고 영적인 것을 잊어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다. 신성한 기술은 대체로 우리가 영성적 관념과 가치관을 계속해서 의식하도록 도움을 주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앞에서 내가 나에게 찾아오는 환자 한 사람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음식에 문제가 있었는데, 그는 꿈에 나이든 여성들이 옥외에서 푸짐한 음식을 마련해준 꿈 이야기를 하였다. 이 꿈이 그 젊은 여성의 음식 문제에 타당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내 생각은 그 꿈은 동시에 그의 영혼 내부에서 원초적 여성성에 대한 배고픔에 대하여 말해주는 것이 있었다. 여성들이 요리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들의 영을 흡수할 것이었다. 그 꿈은 남성적인 최후의 만찬에 대한 여성적인 버전이다. 음식에 관련된 또 다른 꿈에서 그의 식도가 플라스틱으로 되었는데 그 길이가 충분치 못해서 위장까지 닿지 못했다.

이 비상한 이미지는 이 세계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를 완벽하게 묘사하였다. 즉, 우리의 내면의 작업을 연결하는 수단이 깊이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 식도는 영혼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를 드러내는 탁월한 이미지이다 : 즉, 외부 세계의 물질을 내부 세계로 전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꿈에서는 그것이 우리 시대의 표피성을 상징하는 부자연스런 실체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만약 이 영혼의 기능이 플라스틱이라면, 우리는 제대로 먹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외적인 경험을 우리의 내면 깊숙이 들여올 수 있는 더욱 더 순전한 수단이 필요함을 느낄 것이다.

정신이 관념을 소화시켜서 지성을 생산하는 것과 똑같이 영혼은 인생으로 살면서 그것을 소화시켜서 경험이라는 먹이에서부터 지혜와 품성을 창출해낸다. 르네상스 시대의 신플라톤주의자들은 말하기를 외부 세계가 심층적인 영성의 수단으로 역할할 뿐만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변화시켜서 영혼의 소재가 되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생활 경험과 깊은 상상력 사이의 연결이 부적절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삶과 영혼의 분열이 되는데, 그러한 분열은 늘 여러 가지 징후로 명백히 나타날 것이다.

식욕감퇴로 굶주린 그 여성은 자기의 식사 의식에 있어서 종교적 실행이 묻어나는 형식을 불러일으킨다. 그 여성이 자신의 몸을 경멸하는 것과 음식을 부정하는 금욕은 유사종교화 징후적 영성을 대표한다. 어느 정도의 금욕이 영성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일 수는 있으나 금욕 생활에 대한 징후이며 강박 충동적인 접근 방법을 다만 우리가 진정한 종교적 감정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보여 줄 뿐이다. 사회적 징후로서 식욕감퇴가 우리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경증으로서가 아니라 억제가 자리할 수 있는 보다 더 영성적인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의 영성이 플라스틱 식도와 같다면, 신성한 뜻에서 금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굶어 죽어 가는 꼴이 될 것이다.

많은 종교에서 음식은 강력한 은유가 된다. 신과 연합하는 성찬식은 음식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음식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을 자기 안으로 흡수하는 종교의식의 방식이 된다. 이런 정황에서 볼 때, 그녀의 플라스틱 식도는 연합하는 종교의식을 간섭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의 꿈은 특별히 통렬한 측면이 있다.

먹는 일 모두는 영혼과 동시에 몸을 먹이는 일로서 성찬식이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습관의 식문화는 현대의 신념을 반영한다. 즉, 우리 속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은 모두 문자적으로나 비유적으로 단순한 먹거리인데, 진정한 실체로서의 음식도 아니고 진정한 식사의 상상력도 아닌 그런 것이다. 보다 덜 문자적인 영역에서 다른 뜻으로 보자면, 삶을 받아들이고 소화시키고 우리의 일부가 되게 하는 대신에, 또 다른 음식의 이미지로서 정보를 ‘덥석 물어서’ 활용한다.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우리의 과학은 대부분이 내면의 생활은 마치 없기나 한 것처럼 운영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내부 세계는 외부 세계와 상관이 전혀 또는 별로 없는 것처럼 운영된다. 만약 내면의 삶이 인정된다면, 그것은 이차적인 것으로 고려되며 사업이나 이상 생활에 실제적인 관심을 일단 돌보고 나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가 된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플라스틱 식도를 가지고 있는데 필경 패스트푸드나 패스트 리빙에나 들어맞는 것이고, 길게 천천히 소화시키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삶을 받아들여야만 할 영혼의 양식에는 결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모더니즘

심리학은 최근에 DSM-Ⅲ로 알려진 장애 목록을 만들었는데, 이는 의사나 보험사가 정서 생활과 행동의 문제들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표준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적응 장애’라 불리는 범주가 있다. 이 문제는 외부에 나타나는 모든 일에 대하여 건강한 반면에 삶에 적응하는 일이 때로는 영혼에게 해로울 수가 있다. 하루 날을 잡아서 내가 개업하는 동안 본 ‘장애’ 목록을 만들어서 내 자신의 DSM-Ⅲ를 작성해야 하겠다. 예를 들자면, 현대 세계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심리적 모더니즘’을 진단에 포함시키고 싶다고 하자. 여기에는 테크놀러지에 대한 맹신과 전기 제품이나 편의 도구에 대한 무절제한 집착이나 과학의 발전이 계속되는 데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나 광고의 독재 밑에 있는 생활 스타일 같은 것이 포함된다. 삶에 대한 이 같은 오리엔테이션은 마음의 문제까지도 기계적이며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드는 경향을 또한 나타낸다.

이와 같은 현대적 증후군 안에서 테크놀러지는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한 근원적인 은유가 된다. 현대인은 치료를 받으러 와서는 “이 보세요. 저는 장기간의 분석은 원치 않습니다. 만약 뭔가 고장났으면 고칩시다. 나에게 뭘 하라고 말씀하시면, 그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은 관계상 문제의 근거가, 가치관으로 봤을 때 의미가 약하거나, 치명적인 문제를 붙잡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부하고 만다. 현대 생활 속에는 이와 같은 종류의 사고에는 모형이 없다. 거기에는 성찰할 시간이 거의 없고, 가설이 있다면 그것은 정신에는 스페어 파트가 있고, 오너의 매뉴얼이 있고, 치료사라 불리는 잘 훈련된 기술자가 있을 뿐이다. 삶의 모든 문제의 바탕에는 철학이 놓여있으나 사람이 자신의 삶을 순전히 철학적으로 진지하게 성찰하는 데는 영혼이 필요한 법이다.

현대적 증후군이 사람들에게 촉구하는 것이 최신 전자 제품을 사서 꼽고 뉴스와 오락물과 방금 들어온 일기예보 같은 것을 보게 한다. 어느 것 하나도 놓쳐서는 안될 만큼 참으로 중요하다. 나는 극단적인 예도 보았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거의 하루 종일 텔레비전 수신기 여러 대를 켜놓고 앉아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정보가 전문적으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가 뉴스를 따라잡는 데 갭이라도 나타나게 되면 삶을 공허하게 느낀다. 컴퓨터 회사를 경영하는 한 여성은 의료 처치에 필요한 최신 화학 제품과 기제 제품을 잘 알고 어떤 약을 먹으면 무슨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말해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생활을 보면, 자신의 삶을 궤도에 올려놓고 안정시키는 일에는 실패하기 때문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병은 그가 잘 아는 문자 그대로의 약물 치료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권태가 영혼의 병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보와 지혜의 관계가 거꾸로 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건강에 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몸의 지혜에 대한 감각은 상실하였다. 우리는 여러 가지 보고에 맞춰서 조절하거나 세계 구석구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세계의 문제들을 다루는 지혜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전문적으로 심리학계에 요구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고, 정부에서는 종종 심리치료의 실시를 엄격히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신비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지혜가 턱없이 모자란다.

현대적 증후군은 터치하는 모든 문제를 문자 그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자면, 고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세계는 우주적 동물이며 그 자체로서 살아있는 몸과 영혼을 지니고 있는 유기체라고 가르쳤다. 오늘날 우리는 그 철학을 지구촌의 개념으로 문자화시켜 표현한다. 오늘날 세계의 영혼은 고대에서처럼 데미우르고스라는 조물주나 반신적인 조물주에 의하여 창조되는 것이 아니고 광섬유에 의하여 창조된다. 내가 사는 농촌 지역에서는 작은 집의 뒷마당마다 커다란 텔레비전 수신 안테나를 볼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나 시골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오락과 스포츠 프로그램들을 즐긴다. 우리는 공동체와 관계성과 우주적 비전을 갈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의 감수성이 아닌 문자 그대로 하드웨어를 가지고 그런 것을 추구한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 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의 인간학적 지식에 대한 열정은 역설적으로 외국인 혐오증에 빠져 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는 영혼이 없다. 그래서 인류의 공통적인 유대감이나 공유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 내면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할 정보로 대체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감각을 풍요하게도 변화시키지도 못한다. 물론 영혼은 처음부터 추출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느낌과 상상의 깊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정보에 대한 교육을 생각해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