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에 있어서 변화를 말할 때 몇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격 유형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1번 유형에서 2번 유형이나 5번 유형으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는 성격의 건강 단계는 수없이 바뀝니다. 사람이 백 번 천 번 바뀐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뜻입니다. 셋째는 성격이 바뀌는 것은 본성을 회복해 가는 것일 뿐입니다.
변화는 바로 본성의 회복을 향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성격 발달 단계를 끌어 올려야 합니다. 통합과 성숙을 향하여 가는 것은 비통합과 미숙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퇴행과 퇴화에서 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불건강한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로 가는 것입니다.
에니어그램을 배우기 시작하면 우리는 먼저 우리의 현재 상태를 알기 시작합니다. 이런 지식이 분명하고 명료해질수록 변화와 진화의 과정은 더욱 촉진됩니다. 나를 알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나는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나’로 되어 있다는 것과 잠자는 상태에 있다는 것과 성격은 능동적이고 본성은 수동적인 것과 삶이 기계적으로 영위된다는 것과 내면의 감성과 지성과 본능이 불균형과 부조화 속에 있다는 것과 격정과 강박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그래서 우리는 자아라는 감방에 갇혀 있다는 것 등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이 ‘행동’이 아니라 ‘해프닝’의 연속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삶의 기계성’을 알기 시작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는 잠에서 ‘깨어남’과 갇힘에서 ‘풀려남’으로 진행되어야 마땅합니다. 기계성을 극복하고 의도성과 능동성을 살려야 할 것이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에니어그램의 선구자들은 ‘진화 가능한 인간 심리학’과 ‘조화로운 인간 발달’을 주창하였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깨달음과 앎이 요구됩니다. 앎은 자기를 아는 ‘자기 지식’과 세계와 우주를 아는 ‘객관적 지식’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아는 데서 시작하여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고 ‘나는 누구와 더불어 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나는 뭣하러 지금 여기에 있는가’를 알고 ‘나는 뭣하러 태어나서 지구상에 현재 살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물음들 앞에 진지하게 서면 천천히 깨어남이 시작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관과 인생관 그리고 세계관과 우주관 앞에서 자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식이 새로워져야 하고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집중해야됨을 알게 됩니다. 통합과 성숙을 향해 진화하여 ‘참 나’를 찾도록 있는 힘을 다 쏟아야 할 것과 이를 이루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으로 ‘집중’해야 할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터인데, 우리 앞에는 수없이 많은 걸림돌이 안팎으로 있고,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많이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을 통하여 우리 각자의 성격 유형을 아는 것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각기 특유한 성격 유형을 발견함으로써 그에 따른 독특한 격정과 강박충동을 알기 위함입니다. 바로 이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를 가두는 감방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니어그램의 격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통찰하면, 그 밑뿌리에는 어릴 적에 받은 상처가 있습니다. 이것이 방어기제를 만들었고, 각자의 자기보존본능과 욕구충족의 패턴을 세우며 생존 전략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만 세 살에서 여섯 살까지 발전하여 성격 유형이 확정됨으로써 격정과 강박충동의 에니어그램은 그 이후 나이가 몇 살이 되든 간에 점점 강화되어 성격이 지닌 ‘외향적 습성의 패턴’을 고착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성격은 ‘거짓 인성’으로서 나를 끊임없이 격정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만듭니다. 내면의 균형과 조화를 바탕으로 본능과 감성과 지성의 다이내믹스가 나타나는 삶이 되기는 어렵고, 대개는 불균형과 부조화가 표출되니까 본능이 압도하거나 감정이 좌우하는 행동의 결과는 건강한 모습과 거리가 먼 것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통합과 성숙으로 나가기 위하여 함정에도 잘 빠집니다. 남들이 끊임없이 내면의 세계에서 ‘행동’(본능) ‘감성’(감정) ‘지성’(지식), 즉 ‘행’,‘감’,‘지’ 이 세 가지 기능 중심이 어떻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가 못 이루고 있는가를 치열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합과 비통합, 퇴행과 진화, 건강과 불건강은 여기서 판가름나기 때문입니다.
먼저 에니어그램의 비통합과 퇴행을 말하자면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 비통합과 퇴행의 방향이 있고, 둘째 그것은 불건강의 상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비통합, 퇴행 또는 분열의 방향은 에니어그램 1→4→2→8→5→7→1로 나타나며 9→6→3→9로 나타납니다. 퇴행의 방향에서 나타나는 것은 부조화와 불균형 그리고 불건강한 상태입니다. 이를테면, 크게 불건강을 말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걱정이 있거나 불안하거나 두려우면 퇴행의 방향으로 이행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런 불안, 초조,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비통합이나 퇴행의 방향으로 이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자극이나 도전이 있거나 긴장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오히려 그것을 치열성과 성실성의 바탕에서 관찰하고, 격정을 컨트롤하면, 통합과 성숙의 방향으로 나가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에니어그램 수련에서 가르치는 바와 같이 ‘필요한 고난’으로 받아들이고, ‘자발적 고난’으로 인내하며 견뎌내면, 자칫 퇴행이나 비통합의 방향으로 끌고 갈 조건들이 오히려 건강한 상태로 통합과 성숙의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조건이 됩니다.
비통합과 퇴행의 방향과 대조적으로 통합과 성숙의 방향은 그 반대로 움직입니다. 1→7→5→8→2→4→1의 방향과 9→3→6→9의 방향으로 통합과 진화 또는 성숙이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격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격정을 꽉 잡으면 함정에 빠지지 않고 기피 증세나 방어기제에 빠지지도 않고 회개하고 전환 내지 변환하여 각자의 덕목을 살리게 될 때 건강 단계는 향상되고, 통합과 성숙이 이루어집니다. 이와 같이 성격 발달 단계에 있어서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이행하는가는 늘 깨어있는 의식으로 자각하며 관찰하며 격정을 컨트롤하는가 못 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더 깊이 있게 통찰하자면, 어릴 적에 입은 상처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데 달려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격정이나 방어기제 같은 것도 우리가 입었던 상처가 어떻게 심층에서 피해의식으로 작용하는가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식이나 잠재의식 속에 있는 희생자 또는 피해자로서의 기억과 의식 곧 피해의식이 우리를 가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릴 적에 부모와의 관계가 어떤 것이냐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 세 살에서 여섯 살까지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만큼 성격 형성의 중대한 이 시기에 부모와 애정을 어떻게 교류하며 경험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