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나는 가족과 떨어져서 필리핀에서 살다가 하늘나라로 간 남편의 장례를 치르면서 다른 사람들의 위로 아닌 위로의 행동과 말로 인해 참 힘이 들었습니다.
어떤 후배는 나에게 "언니, 나는 참 화가 났었어, 왜 형부랑 필리핀에 서 같이 안 살았어?"라고 합니다. 남편을 잃고 아빠를 잃어서 슬퍼하는 식구들에게 그와 함께 살지 않았다는 것에 왜 자신이 화가 나며, 그 슬 픔의 장소에 와서 그런 말을 꼭 해야 하는지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 니다. 그와 떨어져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 식구들만의 사정이고, 또 그 속에는 하나님의 섭리도 있는 것입니다. 어떤 친척은 나에게 "옆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그 사람 죽음에 대해 니가 할말이 있어?"라며 전화 수화기에 대고 큰 소리를 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들은 나의 남편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어려움에 쳐했을 때, 따스한 말 한마디 작은 도움하나 준 적이 없는 이 들입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별로 만난 기억조차 없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 속에서 가만히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측은지심을 가지시 는 것을 느낍니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든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같이 아파하십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 사람이 살지 않았다고 해서 표현되는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 같은 것과는 거리 가 먼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열이 펄펄나서 아파하는 아가를 들여 다보는 엄마의 마음같은 것입니다. 그 사랑은 애간장이 끊어지는 것 같 은 아픔일 것입니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그들의 삶의 기한이 그 때 이기 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기리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립고 보고싶고 마음의 아픔을 지니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인 것 입니다. 이 세상에 아픔을 지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아픔 속에서도 하나님과 함께 사는 위로가 또 있는 것입니다.
이번 나의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은 장례식이 참 좋았다고 합 니다. 어떤 사람은 장례식이 좋다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은혜를 받았다고 합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 께서 우리 속에 함께 하셨다는 이야기라고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그 곳 에 참석한 분들이 우리 식구들과 진정으로 같이 슬퍼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나누면 그 아픔이 작아진다는 것을 정말 실감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 결국 하나님 께서는 우리에게 행복을 주십니다. 이런 측은지심은 행복으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이 우리를 행복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문입니다.
나는 모두에게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것을 느끼면, 남의 아픔에 동 참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고통을 당할 때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시는 벌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 주위 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가 둘러보고 자발적으로 그 사람의 입장 이 되어서 그 고통에 동참해 주는 사람이 되면 그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윤명선 (공동체 문화원장)
얼마전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나서, 예수님처럼 진정으로 남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 끝에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