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어느 대학생은 자기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무조건 미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대학생은 자기가 교수님의 미움을 받을 정도의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자기를 미워하는지 영문을 몰라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대학생의
이모가 그 교수와 같은 학과에 교수로 있었는데 그 교수님과 그 이모가 별로 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 대학생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나의 가까운 친구에게 어느 날 그 시누이가 전화를 걸어 싸늘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니가 베게송사를 잘 하기 때문에 우리 집안이 이렇게 언제나
시끄럽고 문제가 생기는 거야!" 그 친구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너무나 황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친구의 시누이는 자기의 남동생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있었는데, 바로 그 원인이 올케인 내 친구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혀 다른 사건을 넘겨 집고 의심하여,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 내는 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때 내 친구인 그 올케는 그 남매끼리 그런 다툼이 있었다는 것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한 부부의 경우가 생각납니다. 이들 부부는 늘 힘겨루기를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 부부의 힘겨루기 싸움이 심할 때는 그 부부의 문제가 그 둘에서 끝나지
않고, 그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그 일터의 직원들에게까지 확장됩니다. 그 결과 당연히 그
화풀이가 직원들에게 가게 된다. 그 부인은 일터에 나와서까지 부부간의 힘겨루기에서 쌓인
자신의 스트레스와 좋지 않은 모습들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 일터의
직원들은 그 부부의 관계가 좋을 때에는 직장 생활을 평안하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 부부의 눈치를 살피고 그 관계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긴장이 생기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책임이 있다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관계 속의 사람이 억울하게 기분 나쁜 상황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들이 만들지 않아야 할 상황입니다. 우리들이 책임져야 할 일을 감당하고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까지 남에게 미룬다는 것은 말도 안될 일입니다. 그러니 성숙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이 자기만의 감정을 가지고 상대방을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이들이나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내가 뭘 어쨌다구 요?"하는 억울한 물음이 나오지 않도록 살면 좋겠습니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 속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며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