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추석연휴가 끝나고도 월요일까지 쉬는 곳이 많았다. 공동체 문화원이 있는 서광모드도 쉬었고 월요공동체 모임이 끝나고는 아주 조용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수연씨와 나는 영화 오아시스를 보러갔다. 공동체 성서연구원의 간사로 있었던 윤세나씨가 그 영화에 출연하기에 그녀의 엄마인 나는 꼭 보아야 할 것 같아서...
감옥에 3번이나 다녀온 남자와 장애를 가진 여자사이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하는 것부터 사람을 한쪽 면으로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는 감옥에 들어갔다 왔고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구를 미워할 줄 모르는, 자기의 현재 처한 위치에 충실하다보니 어떤 일이 남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을 민감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점이 있는 남자와 정신적으로는 똑똑하고 생각이 깊은, 몸을 잘 쓸 수 없는 뇌성마비를 가진 여자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형 차에 환경미화원이 치어 죽게 되어 그가 형 대신 스스로 감옥행을 하였다. 여름에 짧은 팔 셔츠 입고 들어갔던 채로 겨울에 나오면서도 어머니 스웨터를 사 갖고 집에 들어간다. 그러나 분별력이 짧은 형수와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와서 기도를 해주기는 한다.
그는 교통사고로 죽은 환경미화원의 집에 찾아갔다가 그의 딸인 그녀를 보게된다. 그녀의 오빠는 여동생에게 나온 장애인을 위한 아파트를 빼앗아 살고 그녀에게는 본래 살던 협소하고 더러운 집에 그대로 살게 하며 옆집 사람에게 돈을 주어 보살피게 하고 가끔씩 들여다볼 뿐이었다.
하루는 그가 그녀를 찾아가 좋다는 표현을 너무 강하게 하니까 그녀는 너무 놀라며 기절하기까지 한다. 나중에 그녀가 남자에게 전화를 하고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데, 그들은 불편한 몸으로 데이트를 하면서도 자유를 희망하며 또한 자유를 느껴간다. 둘의 사이가 친해지고 남자가 어머니의 생일 잔치 에 그녀를 데리고 가지만 식구들은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어느 날 둘이서 한 몸이 되고 있을 때, 오빠 부부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를 본 너무나 놀란 오빠 부부는 남자를 강간죄로 몰아 경찰을 부른다. 어떤 사이인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여동생이 남자와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없다고 단정해 버린 탓이다. 남자가 들어와 겁탈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찰서에 간 두 남녀는 자기 입장을 제대로 표현 할 줄을 모른다. 그저 자기네들을 몰라주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표현을 몸으로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대로 자기를 변호하는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정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편견이 이들을 갈라놓고 남자는 다시 감옥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경찰서로 찾아왔지만 이 남자가 회개할 수 있는 기도만 드리고 만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누구보다도 그 목사에게 실망하였다. 왜 목사는 죄지은 사람을 대신해서 용서만 빌어주는가! 그 사람의 인격을 제대로 봐줄 수 있는 눈과 마음은 없는가? 그 남자에게 여자와 어떤 사이인지 물어보기만 했어도 경찰들에게 그들을 대신해서 말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생일잔치에 여자를 데리고 왔다면 그 남자가 여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식구들이 생각해볼 수 있지 않는가!
두 장애인을 향한 비장애인들의 생각이 오히려, 얼마나 편견의 강도가 높은 장애들인지를 말해주는 영화인 것 같다. 감옥생활을 다 끝내고 그들은 정말 사랑을 하면서 잘 살겠지만 감옥밖에 있는 생각의 장애인들은 언제 자유로워질 것인지 마음이 아프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