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에 남북 여성들이 만났다. 남측에서는 370명 정도가 갔다. 북측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예쁜 여성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어색함이 없이 옛날에 헤어졌던 자매들이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곤 하였다. 먼저 남북 여성들이 같은 수로 무대에 올라앉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토론을 하였다. 사회도 둘이서 하는데 양쪽의 억양이 너무나 달랐다.
점심 시간에는 북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각 그룹별로 솔밭 나무 밑에 앉아서 먹었다. 김밥을 싸고 반찬을 옆에 놓고 맥주 한 병, 물 한 병씩 넣었는데 김밥은 오래된 김으로 쌌기 때문에 먹기가 힘들었지만 북측 사람과 해외 동포가 옆에 앉아서 함께 먹기 때문에 싫은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그룹에서는 그들에게 춤을 배웠다. 어떤 사람이 왜 남측 사람들은 춤을 잘 안 추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특히 여기에 온 여성들은 30여 년동안 춤을 출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민주화나 여성의 권익을 위해 아파하며 고민했고, 투쟁했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너무나 힘든 세월을 보냈어요. 이제 이 정도 여성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춤도 좀 추고 살 거예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 종교 등 각 분야를 나누어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들어갈 때 나는 종교 쪽으로 들어갔다. 한국염 목사, 정태효 목사, 익산 Y의 김은경 목사, 여연 공동대표인 이강실 목사, 여신협 대전 공동 대표인 곽분이 교수 등이 같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답답한 것은 북측의 봉수 교회에서 세 명이 나왔는데, 한 사람이 그들의 이야기만 너무 오랫동안 해버렸다. 북측에 종교 자유가 있고, 가정 교회가 많이 있는데 다른 데에는 그것이 모두 거짓이라고 얘기할 때에 자기들이 속이 상하니까 우리더러 잘 알아서 선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남측에서 누가 질문을 하였다. “기독교인으로서 사회에 어떤 봉사를 하고 있습니까?” 물론 그 대답은 애매하였다. 그동안 봉수 교회가 많이 알려졌고 여러 가지 바람도 많이 탔던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우리의 모임은 북측의 기도로 끝을 맺었다.
어쨌든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거북한 감정을 없애고 정말 예수의 생각으로 예수의 삶을 살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 것을 깨달았다. 남과 북이 이렇게 라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북 공동체 만들기’란 이 거대한 제목 아래에서 햇순 식구들이 할 기도와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마지막 이별을 하는 순서에서는 남북이 감정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몇 시간 안되는 만남이었지만 서로가 만나고 싶은 심정이 이어졌기 때문에 부둥켜 안고 우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봉수 교회의 한 사람과 가슴을 맞대고 꼭 껴안으며 “우리 서로 기도하면서 함께 지냅시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양쪽에서는 각자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떠나자마자 나는 아쉬워서 뒤를 돌아보았다. 기역자로 된 길을 우리는 남쪽으로 그들은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버스의 뒷 궁뎅이가 왜 그렇게도 쓸쓸해 보이던지…. 버스는 무생물인데 쓸쓸한지 기쁜지를 표현할 줄 모르는 물질인데, 그 버스들은 너무나 마음 아픈 쓸쓸함을 내뿜으면서 터덜터덜 덜컹러리면서 가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 양쪽 버스에 탄 이들에게 자비를 내려주소서!” 조용히 드리는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빈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