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공동체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기에 이번 설날에는 세배를 다니면서 여러 가지 관찰을 해 보았다.
특히 가난 속에서 사는 안산 신나는 집 아이들과 함께 다솜학교 수업으로 안산의 국회의원인 김영환씨 댁으로 갔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이미 사회운동, 민주화 운동을 하였던 그 부부는 흔쾌히 다솜학교의 일일 교사가 되어 주었다.
먼저 아이들이 세배를 하였다. 나의 회갑 잔치 때 이미 아이들은 청소녀 문화원으로부터 큰절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너무나도 늠름하게 절을 하였다. 물론 세뱃돈도 받았다. 부인 전은주 씨가 손수 빚은 노란 만두(당근), 파란 만두(시금치)와 함께 L.A 갈비도 먹었다.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이들 부부 는 우리의 식탁으로 와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릴 때 가난하게 지내던 시절, 나라를 사랑하는 내용의 이야기, 시를 지으면서 기쁨을 얻는 이야기, 엄마가 되어서 나이가 들었어도 늦게 공부를 하는 힘든 것과 보람에 관한 이야기 등….
성공이란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고 옆에 있는 사람과 얼마나 잘 지내는가에 있다고 했다. 성공을 해 본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가 미운 사람을 용서하고 어느 누구를 만나도 스스럼 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성공한 사람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린 시절부터 옆의 사람을 배려하고 내가 가진 물건을 더 필요한 사람하고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생활을 해야된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안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 있었던 일이다. 서울 다솜 학교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때에 선물을 만들었다. 소외된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다. 그것을 자동차 속에서 풀어 보기로 하였다.
양말이 여러 켤레 들어 있는 선물을 받은 광천이는 그 중에서 두 켤레를 목사님 드린다고 성큼 내어놓았다. 그리고 비누, 치약 등의 선물세트를 하나씩 받은 그들은 세배를 하러갈 때 선물세트를 하나 만들었다. 어떤 아이는 칫솔을, 어떤 아이는 샴푸를 내어놓고 하나의 세트를 만든 것이다.
비록 지금은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누어 먹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될 것을 기대하며 나 혼자 웃어 본다. 목사님이 되기 위해 신학 대학을 가겠다고 결심하고 있는 아이, 교사가 될 아이,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지금부터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꿈 없이 그냥 자라는 아이들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본다.
돌아 오는 길에 베스킨 라벤스 31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돈이 없어 사먹지 못하였다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면서 내 마음 속에는 집 한 채 사준 듯한 뿌듯함이 가득 차 있다.
우리는 흔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때에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생활하는 다방면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식당에도 가보고, 공연장에도 가보고, 선물을 받아보기도 하고 주기도 하게 한다.
아이들은 많은 경험을 하면서 마음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에 폐쇄된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사회가 맡아서 잘 키워나가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