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어머니라는 자리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자녀들을 생각하며 걱정하는 일이 인생의 전부인양 생각들을 하였다. 60 년대만 해도 어머니(주부)가 가족을 위해서 시장에 가거나 집안 일을 위해서 출타를 하는 것 외에 봉사를 하러 간다거나 종교 행사를 자주 한다면 그 사람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이 생각하기도 하였다. 주부가 똑같이 집을 비워도, 한증탕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 점심 먹고 놀다 들어오면 그 사람은 팔자가 좋은 사람이고,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는 사람은 살림도 안 살고 돌아다닌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지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특히 월드컵을 치르고, 촛불시위를 하면서 또한 대통령 선거를 지내고 난 지금 우리의 분위기는 뭔가 좀 신선하고 색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0대, 20대들이 밖으로 나가 축구 선수들을 응원할 때에 옛날 어머니들 같으면 밤새도록 밖에 나가는 아이들을 감시하고 붙잡아 두려고 애를 썼을텐데, 오히려 아주머니 응원단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말이다. 어머니들은 물론 아버지(남자)들까지도 빨간 옷을 입고도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공동체가 가정을 넘어 나가 나라로 향하여 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촛불시위 때에도 젊은 부모들이 촛불을 들 수 있는 어린 자녀는 물론 유모차에 태우는 아기까지도 나라를 사랑하는 현장에 함께 가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에는 가정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 일에는 무관심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가정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은 가정 사랑과 나라 사랑이 한 몫에 어우러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이제 우리에게 할 일이 생긴 것 같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를 맞으면서 이것은 여당의 정부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부라는 인식을 해야 될 것이다. 전라도가 어떻고 경상도가 어떻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이제는 째째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서 지지를 받은 만큼 지역의 감정은 모두 섞여져서 섞어찌개를 끓이는 문화를 우리 국민 모두가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 막내아들이 어렸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 나는 엄마가 많아서 참 좋다.”
“왜?”
“엄마가 많으니까 용돈이 많이 생겨서…그렇지.”
교회에 가면 엄마처럼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믿음의 가까운 친구들이
“또록아, 나보고 엄마라 그래, 너는 내 아들이야.”
이렇게 말하며 사랑을 해주는가 하면, 자녀가 없는 미술 선생님은 우리 아들만 보면, “어～구, 우리 아들 왔어～.” 하며 뽀뽀를 하며 끌어안아 준다고 했다.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에게 이익이 더 많을 것은 뻔한 일이 아닌가!
공동체를 가르고, 잘라서 작게 만들어 싸우느라고 힘 빼지 말고 넓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 부추기고 서로 나눠 먹으며 더 풍성하게 살게 되면 참 좋겠다. 점점 커지는 공동체를 위해 우리 모두 기운을 내자구요!!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