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 2:1-4, 롬13:8-10)
하태영 (목사/삼일교회)
세상은 왜 이토록 비뚤어졌는가? 이 모든 불의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왜 선하게 살고 자 하는 사람은 살기 힘들고, 고약한 사람은 활개를 치는가? 하나님은 왜 가만히 계시는 가? 다소라도 의분을 지닌 사람이라면 하나님을 향하여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국가적인 재난의 때에 활동한 선지자 하박국이 그랬다. 그 무렵 바빌론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당시 초강대국인 앗수르와 이집트를 괴멸시키고 있었다. 새로운 공룡 같은 제국이 중동에 나타난 것이다. 머지않아 바빌론은 유다를 침공하여 황폐케 하고, 백성들 을 노예로 끌어갈 참이다. 이 임박한 시기, 불확실과 공포의 전야 같은 시기에 하박국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나라밖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 때에 나라안 사정을 보면 잠이 오 지 않아서이다.
당시 여호야김 왕은 불경하고, 사악하기 이를 데 없었고(왕하23:36-24:7, 대하36:5-8), 정치인들의 부패와 뻔뻔스러움이 극에 달해 있었다. 시류가 이처럼 혼탁하고 보니 기득 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제 몫 챙기는 데만 여념이 없다. 백성들은 쾌락과 방종에 도취되 어서 온전한 정신이 아니다. 국가적인 위기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사람들은 따돌림당하고, 아무 생각 없이 좋다고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은 득세한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힘없는 민 초들만 고초를 겪고 있다. 하박국은 끌어 오르는 가슴으로 하나님께 질문한다. "하나님,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나라는 풍전등화인데, 지도층은 정신을 못 차리고, 밥술이나 뜨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으니, 정의는 어디로 사라졌고, 백성들은 무엇을 의지하여 살란 말입니까.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어쩌면 하박국은 하나님께서 '대청소'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허나 하나님 께서는 뜻밖의 대답을 하신다.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 의인은 믿음으로 살다니! 어찌 이 런 싱거운 대답이 있을까. 사실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는 말씀은 사도 바울의 심장을 격 동시킨 바 있고, 마틴 루터에 의해 교회개혁의 기폭제가 된 로마서 1장 17절의 말씀이기 도 하다. "의인"이란 넓은 의미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 치기준으로 삼고,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정말 하나님 중 심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정의가 뒤틀리고, 나라가 풍전등화일지 라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지 희망부재의 일차적인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것 이다. 하박국은 비로소 깨닫고 이렇게 고백한다.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
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 안에서 즐
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련다. 주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다. 나의 발을 사
슴의 발과 같게 하셔서, 산등성이를 마구 치닫게 하신다"(합3:17:19a, 표준새번역).
지금 하박국이 사는 '인간들의' 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걱정했던 문제들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여호야김 왕이 회개한 것도 아니고, 관리들의 부패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백성들의 의식이 쇄신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하박국의 심령 가운데 희망이 파
도처럼 밀려드는 감격이 감지된다. 그것은 마치 서산에 기울던 해가 갑자기 역류하여 솟
아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감격이었으리라.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 이 한마디 말씀이
절망에 빠졌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희망의 근거가 하나님께 있는 사람이다. 세상이 혼탁하다고 절 망하는 것은 마치 포수에게 쫓기는 산짐승처럼 세상에 머리를 처박고 사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만일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이 어둡다고 상심한다면 그것은 세상이 혼 탁해서가 아니라, 그들 심령 가운데 주님을 향한 믿음이 희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도 바울 역시 종말론적인 혼돈의 때에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이렇 게 말한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롬13:8a). 빚지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응징의 기회를 갖도록 악으로 저항하지 않는 것(바르트); 오직 사랑함으로서만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는 것이다. 세상이 암울하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랑해야 한다. 세상에 희망이 없어 모두들 살길이 막막하다면 어떻게 해 야 하는가?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 누군가 내게 해코지를 하고, 터무니없이 모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사랑하라는 것이다. 사랑만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능력 이며, 사랑만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민들은 지금 IMF때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돈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는데도, 또 한편에서는 늘어나는 실업자로 원망이 봇물을 이룬다. 나라의 기 강과 도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탄식이다. 어디에도 순리는 없 고 뻔뻔스러움이 난무한다. 가는데 마다 불신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 있다. 그야말로 국 가적인 위기이다. 그래서 이민 보따리를 싸는 이들도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살아온 날들 가운데 위기 아닌 때가 있었던가. 문제는 해가 갈수 록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중한 것들을 잃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희망으로 해석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 이다. 사람마다 중심을 잃고 오직 동물적인 자극에만 충실한 데서 오늘의 위기는 증폭되 고 있다.
요즘 노숙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집이 있고, 가정이 있는 데 도 단지 실직했고, 사업이 부도났고, 돈벌이를 못해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면목이 없어서; 결국 이런 것들 때문에 노숙자 생활을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쩌면 이것은 극단적 인 가정의 행복을 추구한 나머지 돌아오는 결과가 아닐지? 그것도 정신적인 행복이 빠진 물질 중심의 행복만을 추구한 결과 말이다.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만 바라보면 돌아오는 것은 모멸뿐이다.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끼 밥이 아니라, 밥보다 더 소중한 그 무엇일 것이다.
때문에 오늘의 국가적인 위기는 세상 중심의 가치에 떠밀린 정신의 위기로 보아도 틀 리지 않을 것이다.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 세상의 불신이 깊을수록 더욱 큰 믿음이 요구 된다. 자기 구원에 대한 치열한 열망 없이 단지 세상만을 탓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은 드러나지 않는다. 고단한 생활일수록 가볍게 살아온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이웃을 향해 따뜻한 마음이어야 한다. 진정으로 희망을 지닌 사람만이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 다. 세상은 어둡지만 하나님께서는 어둠 가운데서 희망을 가꾸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 다.
25 물 같은 성령(눅12:35-48)
26 고난으로 드리는 봉사(마20:17-28, 엡4:11-12)
27 제멋대로 폭발하는 생명에너지(골2:1-3)
28 부활체험-<너> 안에서 죽은 <나>의 소생(눅24:13-35, 요15:6-11)
29 날마다 영으로 만나다(행13:26-33, 요21:1-14)
30 하나님의 영이 떠나지 않게 하라(사32:9-18, 요16:16-24)
31 진리 안으로 들어가라(욥28:12-28 요8:32, 행17:16-34)
32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다(마8:9-13, 엡2:1-11)
33 솔로몬이 그립다.(왕상3:3-15, 롬12:1-2)
34 말씀 앞에 다소곳이(계21:1-4, 사53:7)
35 소자의 희망을 꺾지 말라.(민20:1-12, 약 3:1-12, 마18:1-6)
36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합 2:1-4, 롬13: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