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20:1-12, 약 3:1-12, 마18:1-6)
하태영 (목사/삼일교회)
이스라엘 신앙 역사 가운데 참으로 마음 아픈 사건이 있다. 노년의 모세가 겪은 비참 함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이스라엘 총회의 지도권을 박탈당하고, 가나안에 들어 가지 못하는 벌을 받은 모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모세가 누구인가? 이스라엘의 구원사는 바로 모세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탁월한 지도자, 전략가, 법률가, 하 나님께 사로잡힌 열정적인 신앙인이 아니던가! 우리는 여기서 모세가 저지른 과오가 왜 그토록 가혹한 징벌을 받아야 했는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을 눈앞에 둔 때이다. 마침 신 광야 가데스에 진을 쳤는데, 그곳에는 불행히도 마실 물이 없었다. 그때 백성들 가운데서 모세를 향해 원성이 터져 나온다.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광야로 인도하 여 올려서 우리와 우리 짐승으로 다 여기서 죽게 하였느냐 너희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 에서 나오게 하여 이 악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이곳에는 파종할 곳이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도 없고,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도다"(민20:4-5). 이렇게 백성들의 원망이 높아지자 모세와 아론은 회막문 앞에 엎드린다. 그때 하나님의 영광이 모세에게 나타나 서 모세로 하여금 지팡이로 반석을 쳐서 물을 솟게 하라고 하신다.
다시 백성들 앞으로 나온 모세는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백성들을 향하여 "이 패역한 자들아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고 소리지르며 지팡이로 바위를 친다. 그때 바위에서 생수가 솟아올라 목마른 백성들이 물을 마시게 되기는 했는데, 문제 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책망하신 것이다. "너희(모세와 아론을 지칭)가 나를 믿지 않고 이 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 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민20:12). 이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전후 사정 으로 보면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모세가 아니라 어리석은 백성들 같은데, 하나님께서 는 모세에게 돌이킬 수 없는 벌을 내리신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는 말인가?
모세의 실수와 하나님의 노여움을 재구성해 본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책망하시면서 두 가지를 지목하고 있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않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 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이다. 아닌게 아니라 모세는 백성들의 원망과 자신의 지도력 에 대한 의심이 일어나자 피가 거꾸로 솟는 충동을 받았던 모양이다. 모세는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백성들을 이끌어왔다. 그런 모세는 백성들이 자신의 지도력을 의심하며 원망 하는 것을 참아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모세의 지도력은 전적으로 하나님께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써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모세는 어느 사이 권위의식에 젖어 있었고, 자신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백성들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고 말았다. 이전의 혈기가 되살아난 것이다. 모세는 어리석은 백성들 앞에서 '그래 내가 늙었다고 너희가 그럴 수 있느냐! 그렇다면 너희 눈앞에서 내 능력을 보여주마!' 이렇게 하나님의 능력을 보이지 않고 자기 능력을 내보인 것이다. 이것이 모 세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이다.
백성들은 본시부터 어리석음이다. 배부르면 좋다하고, 배고프면 싫다는 체질이다. 모세 는 이런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이 어떤 처지에서도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으로 양육해야 할 소명을 받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모세는 결국 권위의식과 분노를 새기지 못하여 자기 소명을 망각했던 것이다.
이를 보면 나라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자,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의 말과 처신 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야고보는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실제적인 교훈을 하고 있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 받는 줄 알 고 선생 되려고 애쓰지 말라"(약3:1). 어쩌면 야고보는 모세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가르 치는 자의 책임이 막중한 만큼 서로 가르치는 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덧붙이기를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사람은 말에 실수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르치는 자의 말실수가 너그럽게 받 아들여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결론 맺기를 "혀는 곧 불이요 불 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 는 불이 지옥불에서 나느니라"(약3:6)고 한다. 사람의 혀라는 것은 인생 전체를 불살라버 릴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을 유념하고, 말로서 가르치는 자가 되려 하지 말고 몸으로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더욱 구체적이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 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18:3). 이 말씀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모세에 게서 '천국'은 어쩌면 하나님의 총회에 대한 '지도력'이었고, '가나안 땅'이었을 것이다. 그 러나 그는 권위의식과 분노를 새기지 못한 죄과를 치르게 되었다.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소자 중 하나를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달 고 깊은 바다에 빠뜨리는 것이 나으리라"(마18:6)는 말씀은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소자를 "실족케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실망시킨다는 게 아니다. 그에게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상실케 한다'는 것이요, 가냘픈 이의 희망을 빼앗아 버린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소자의 희망은 곧 주님의 희망이다. 주님의 희망을 꺾은 자가 어떻게 벌을 받지 않겠는가! 이보 다 더 큰 죄는 없을 것이다. 모세가 저지른 실수가 바로 백성들을 실족케 한 죄이다. 모 세는 아무리 어리석은 백성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그들을 당신의 희망으로 삼고 계신 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을 들어 보이며 그들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가르침을 받고, 하나님께 순종하며, 오 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도록 해야 했다. 그런데 모세는 무지한 백성들을 실족케 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어떤가? 성령의 능력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행태는 어떤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고, 사람 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일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다. 알고 보면 참으로 가증스 러운 일이다. 교회라는 껍데기가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게 아닐 터인데도 지도자들 은 껍데기로 자기를 크게 보이려 여념이 없다. 자신의 이익과 연줄의 이익을 위하는 일 이라면 약자를 실족케 하는 일을 밥먹듯 하면서 하나님의 공의를 너무나 쉽게 말한다. 알고 보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태연하게, 그것도 반복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 책도 받지 않고 저지른다. 그리고 승리했다고 축배를 든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과 희망이 빛을 발하지 못하면 거기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한 인간 군상의 승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영광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 의 지도자들도 이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제발 이 2001년 한 해야말로 이 땅의 지도자 들로 인해 소자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5 물 같은 성령(눅12:35-48)
26 고난으로 드리는 봉사(마20:17-28, 엡4:11-12)
27 제멋대로 폭발하는 생명에너지(골2:1-3)
28 부활체험-<너> 안에서 죽은 <나>의 소생(눅24:13-35, 요15:6-11)
29 날마다 영으로 만나다(행13:26-33, 요21:1-14)
30 하나님의 영이 떠나지 않게 하라(사32:9-18, 요16:16-24)
31 진리 안으로 들어가라(욥28:12-28 요8:32, 행17:16-34)
32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다(마8:9-13, 엡2:1-11)
33 솔로몬이 그립다.(왕상3:3-15, 롬12:1-2)
34 말씀 앞에 다소곳이(계21:1-4, 사53:7)
35 소자의 희망을 꺾지 말라.(민20:1-12, 약 3:1-12, 마1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