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0. 1)

큰 은총의 해(大禧年)를 선포하자.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새해가 밝아오면서 새로운 세기와 더불어 새 천년이 열립니다. 단기 4333년이란 것도 거의 잊 은 채 단군의 후예라 일컫는 사람들까지도 그레고리 달력에 의하여 시간을 계산하는 서기 2000년 을 맞이하면서 온통 "밀레니엄 열기"도 모자라서 "밀레니엄 광기"에 들뜨는 것은 아닌지 저으기 염려가 됩니다. 따지고 보면 음력으로 새해를 설로 맞이하는 한자문화권의 여러 나라를 비롯하여 각기 고유한 달력을 쓰는 네팔이나 이디오피아, 태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곳에서도 그 열기가 예 외가 아닌 것 같으니, 가히 세계적인 열기라 할만도 합니다.

어차피 시간의 변화를 크게 느낄 바에는 오늘날 거의 전세계가 사용하는 달력이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계산하기 시작하였다는 점도 되짚어볼 뜻이 있습니다. 주전(B.C.)이나 주후(A.D.)로 교 회 안에서 쓰던 것이 서구 사회에서는 사회에서도 통용되더니, 최근 언제부터인가 기원전(Before the Common Era:B.C.E.)또는 서기(Common Era:C.E.)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세속화의 한 단면이 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생각하자면, 새 천년을 맞이하는 데 있어서 인류가 바 라는 공통분모를 찾아서 함께 경축하는 것이 보람찬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난 200년을 돌아다보면 기나긴 인류의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눈부신 문명의 발전을 거듭하였 습니다. 특히 지나온 20세기를 돌아보면 밝고 어두운 양면에서 그 유례를 일찌기 찾아보기 어려 운 시기였습니다. 지식의 팽창과 더불어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은 삶의 질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 큼 높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발전과 발달이 안겨준 폐해와 역기능은 세계대전을 두 차례 치른 것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천문학적 숫자의 인명살상 을 경험하였고, 구조 악과 조직범죄와 더불어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와 같은 그 무엇으로도 갚을 길 없는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성서를 살피거나 역사를 봐도,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 이른바 "우상숭배"가 극심하여지고, 그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을 신화에서도 역사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을 비롯하여 우주과학과 사이버에틱스가 또 다른 "바벨탑"을 쌓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새 천년을 맞이하는 인류는 이제 무엇보다도 새로운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길을 찾을 수 있겠으나, 먼저 떠올리는 길은 하나, "큰 은총의 해"(大禧年)를 선포하자는 것입니 다.

지난 세기의 잘못을 냉소주의와 영혼의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고, 구체적으로 말해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고,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져들고 극심한 경쟁 속에서 저마다 1등만 하 려고 대들면서 속임수와 폭력도 마다하지 않았던 잘못을 모두가 내려놓는 극적 사건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희년이 되는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하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풀어주고, 놔주고, 세워주고, 품어주는" 하나님의 은총을 덧입어서 서로에게 은총의 해를 선포하자는 것입니 다.

희년 중의 희년을 맞아하기에, 대희년을 선포하면서 "사람다움의 기원과 문명"을 새롭게 시작하 고 개척해 나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진리의 대화로써 무엇보다 지적 허위성을 극복하여 정직.공평.투명을 온몸으로 사는 것입니다. 제각기 공동체인으로서 공동선을 위하여, 생명 공동체 를위하여 이제까지 것은 "모두 막살하고" 처음부터 "사람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 만이 사는 길이라고 다짐하면서, 목숨 걸고 ,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치솟는 새 천년 의 태양을 향하여 우리 모두 목청껏 크게 외치며, 서로를 향하여 그리고 온누리를 향하여, 큰 은 총의 해, 大禧年을 선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