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0. 2)

새로운 당신 그리고 새로운 우리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Y2K 우려와 함께 밀레니엄의 열기는 정말 대단하였습니다. 어떤 이는 심지어 "밀레니엄 광기" 라고 표현했던 것이 적중한다 싶을 정도로 새 해, 새 세기 그리고 새 천년이 밝아옴을 커다란 기 대와 설레임 속에서 맞이하는 지구 곳곳의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새 시대의 첫 달을 보내고 그 두번째 달을 맞으면서 일상의 궤적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그토록 힘을 주어 새 천년을 맞아 모든 것을 새롭게 할 듯이 소리를 높였던 것에 비하면 허탈감 마져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지 자문해 봅니다. 언제나 출발점에서 지 어먹은 마음 곧 초심(初心)을 늘 지니고 사는 항심(恒心)이 되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이번에 느낄 허탈감은 좀 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생각하는 것이 새 시대를 맞이하는 주체로서 당신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가 하는 물음입니다. 새 해가 되고 새 천년이 열렸다고 하여 당신과 우리가 거저 새로워진다면, 무임승차 의 덕을 보는 듯 싶지만, 실은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 는 인사를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나누며 새해를 맞은 사람들이 과연 새 사람으로서 복을 받는가 묻자는 것입니다

새 나라가 된 것입니까, 새 사회가 된 것입니까? 새 교회가 된 것입니까? 물론 과학기술이 새 로워지고 따라서 경제활동과 아울러 사회 문화 현상이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합 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새물결이 밀려오기 때문에 당신과 우리가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는 면이 기울어질 만큼 커진다면, 내면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할 우리의 정신과 영성은 어떻게 되는가 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겉모습은 새로워지면서 속뜻은 구태의연한 지경이라면 그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Y2K가 Y2 OK로 그 싸인이 바뀌는 시점에서, 밀레니엄의 열기도 식고 평상심을 되찾으면 서, 당신과 우리는 무엇보다 지난 세월 속에서 진리임을 알면서도 소홀히 살아왔던 뜻을 올곧게 지키는 데서부터 새로워지기 시작할 일입니다. 당신과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과 그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바야흐로 새 밀레니엄, 새 세기, 새해에는 "인간의 존엄 성"을 화두로 삼고 이를 지키고 높이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 기울이는 데서 "새로운 당신" 그리 고 "새로운 우리"를 세워야 하겠습니다.

벌써부터 총선의 열기가 시작됩니다. 정치가 정치인의 인기와 권력을 잡는 마당으로 그치는 것 이 아님을 알게 해야 합니다. 정치가 경제발전과 사회의 안정과 국가의 안보를 이룩하면 다인 것 처럼 생각하는 틀을 깨고, 그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높이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의 정치와 희망의 정치는 비로소 가능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형 상의 정치"를 말하는 사람들도 이런 뜻을 믿고 고백하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을 살 리자고 주창합니다. 새 천년에, 새로운 당신 그리고 새로운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기 위하 여 새롭게 모든 일을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