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3. 4)

소박한 지도력이 요망됩니다.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역사의 전환기에 개혁에 대한 의지도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각료들의 평균 연령도 낮아진 만큼 패기와 열정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침 새 정부가 개혁과 안정 또는 개혁과 통합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드러나는 여러 가지 발표와 선언을 보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도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이와 같이 중대한 전환점에서 개혁에의 의지와 결의가 높은 지도자에게 요망되는 것은 무엇보다 소박한 지도력이라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힘이 실리고 권력이 집중되면, 지나치게 강성을 띄게 될 우려도 있고 유혹도 따릅니다. 아량이 크고 관용할 수 있는 지도자는 무엇보다 뜨거운 동정심을 가져야 합니다. 소박한 지도자에게는 필수조건입니다.

특히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려는 지도자에게 이런 덕목이 결여되거나 약화되면, 자신도 걷잡기 어려운 독선적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고, 어느덧 편가르기 함정에 빠집니다. 개혁 동지와 반개혁 세력으로 분류하는 기류가 형성되기 십상입니다. 개혁의 성패는 어느 때를 봐도 개혁의 동반자가 얼마나 큰 테두리 안에 가득한 수로 힘을 모았느냐에 좌우되었다는 사실에 주목코자 합니다.

정치 지도자가 개혁을 주창하고 이끌고자 할 때, 공무원들의 향배가 늘 중요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때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란 듣기 거북한 말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물론 이른바 부정부패 공무원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리민복에 충실히 복무한 ‘공복’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바로 그런 공복들의 마음을 사야 합니다.

바라기는 노무현 대통령과 내각을 비롯한 모든 지도자들은 먼저 성실한 공무원들과 모든 기관의 실무자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컸습니까?” 하고 위로부터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개혁의 의지가 있어도 소신을 살리기 어려웠고, 더욱이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무리한 개혁 드라이브에 공감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어서 소극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이며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타당성이 높은 개혁 프로그램이라면 기꺼이 동참할 이들이 있습니다. 안정과 통합이 조화된 균형 잡힌 개혁이라면 중지를 모으며 투신할 이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공감대가 형성된 개혁안이라면 실력과 소신, 성실과 능력을 맘껏 살릴 수 있는 이들 또한 많이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자주성과 자율성이 보장된 바탕에서 더불어 연대성을 살릴 길을 열어준다면, 통합과 안정 속에서 개혁이 이루어져 나갈 것입니다.

개혁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일이 됩니다. 그동안 ‘정의’라는 함정에 빠진 지도자들이 정의의 명분을 세우지만 사랑을 잃으니까 오만한 자세로 독선에 빠지는 경우가 흔히 보였습니다. 이제는 앞장선 개혁의 주창자나 주도자 못지 않게 모든 공직자들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도자의 사랑과 뜨거운 동정심을 느끼게 할 때,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무제한적인 사랑’을 분출시키며 무서운 저력을 드러낼 것입니다. 정의를 앞세워 사랑을 잃었던 일을 과거의 일로 돌리고, 이제는 사랑과 뜨거운 동정심을 앞세워 모든 공직자들과 시민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끌어내는 소박한 지도력을 활짝 꽃피우면 정말 좋겠습니다.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의 영광을 함께 끌어안을 이 뜻깊은 4월에 부활의 변화와 능력을 모두가 덧입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시 산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모든 공직자들과 시민들이 더불어 떠올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산다는 것’

눈치 보지 말고
맘놓고 살자.
두려움의 대상은 하나님 뿐.
사람은 오직 사랑할 뿐이다.
무조건의 사랑으로 다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