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3. 3)

갈등 해소와 균형 발전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대하 드라마의 막이 올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찬성표를 찍은 사람들의 기대와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의 우려 속에 시작되는 새 정부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시작하지만 의욕은 충일합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누구를 지지하였더라도 모두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며 민주주의의 대의를 살릴 때 우리의 정치는 한 단계 올라서며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말처럼 그 일이 쉽지 않은 줄 압니다. 저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기대가 다른 만큼 그것이 수용되지 않거나 충족되지 않으면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는 까닭에 결과에 승복은 하지만 비판이나 반대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런 차이가 갈등으로 나타날 때 갈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민심이 천심’이란 말을 자주 쓰면서도 그 말뜻을 별로 실감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배반감을 느낄 만큼 결과는 민심과 반대로 나타난 경험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런 뜻에서 보면 지난 16대 대선은 비교적 민심이 억압되거나 왜곡되거나 크게 굴절되지 않고 치러진 선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파의 논리와 힘이 지배적이었던 데 비하여 좌파의 논리와 힘이 자리를 찾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새로운 발전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일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모든 생명 현상에 음양이 있고, 좌우가 있어 그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회나 사회 그리고 국가 안팎에서 근원적인 차원에서 조화나 균형을 크게 주목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사상적 편향성이나 이념적 편파성도 그렇고 신학적 경향성이나 신앙적 성향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보수와 수구가 개혁과 진보를 부정하는 정도가 죄악시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던 그간의 흐름을 생각하면, 이런 경향과 주의주장들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성지배문화와 권위주의는 여성주의와 여성 파워를 위축시켰고, 정권의 힘이 막강하고 제왕적 통치가 강화되면 민의 소리는 외면당하고 억압되었습니다. 아니면 민심이 조작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교권이 막강해지고, 권위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신도공동체는 침묵과 아멘이 강요된 상태에서 굴종이 순종이란 이름으로 계속 될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새 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는 숫한 갈등이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새 드라마를 함께 펼쳐 나갈 정부와 시민 모두가 갈등해소의 지혜와 용기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균형 발전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집니다. 정권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지면서 갈등이 일어났던 과거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분별력과 지혜를 얻고, 앞으로 행여나 NGO가 막강해지거나 노조가 지나치게 강성이 되면서 생길지 모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예지와 용기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민심이 순리를 따라 표현된 경험이 적었던 시절을 살면서, 우리 국민성의 어둔 면이 많이 드러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대한민국은 곧 건강한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것을 주목하고, 무엇보다 먼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지혜와 정성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국민성은 무조건적 사랑으로 모두가 일치하면 근면과 활동을 세계의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만큼 저력을 드러내는 민족임을 우리도 알고 세계도 압니다. 그러나 갈등을 두려워하며 기피하고, 자기비하에 빠지거나, 분리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히거나, 자기회상의 나태에 빠지면서 건망증에 사로잡히면, 위축되거나 힘이 빠지거나, 아니면 과잉충동반응이나 돌출 행동으로 피차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새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국민의 주권이 존중되고,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말이 빈 말이 되지 않게, 모두가 당당하게, 신나게, 그리고 멋있게 우리의 국민성을 세계 앞에 자랑해야 합니다. 다솜학교 어린이들이 비전을 그리듯이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튼튼한 나라 ‘평화 강국’으로 균형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