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최고가 좋다고 해서 아무거나 세계에서 제일이고 최고이면 좋은 것이 아닐 것입니다. 좋은 일로 이름이 나면 유명하다 하지만, 안 좋은 일로 이름이 알려지면, 이른바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별로 좋지 않은 일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적이 걱정이 됩니다. 다름 아니라 이혼율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최고를, 출산율은 최저를 차지할 대세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처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도 불가항력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예외적인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경우가 되어서 통계 수치가 높아지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치닫는 데 있다 할 것입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나 일등을 하고 최고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면, 늘 성공하기를 원하는 동기와 바람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위기에 처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개발에 나태해지면서 그야말로 ‘바닥 첫째’가 되는 성향을 드러내고 맙니다. 결국 이혼율이 높은 것이나 출산율이 낮은 것이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문제는 삶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통합의 방향과는 반대로 치닫는 모습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가정의 구성과 존재 여부에 직결된 문제이며 근원적으로 삶과 생존에 관련된 문제라는 점입니다. 더욱이 우리의 문제는 ‘황혼 이혼’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미성년 자녀들을 둔 젊은 부부의 이혼율이 70%나 되는 것입니다. 출산율도 이제는 한 가정 한 자녀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가 경쟁력에 있어서도 적잖은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안고 있는 위기는 근원적으로 ‘생명 외경’의 문제이고, 삶에 대한 이해와 주관이 흔들리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한 세대가 드러내는 증상이라 하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는 새삼스럽게 물어야 합니다. “왜 여기에 있는가? ‘지금 여기에’ 실존적으로 존재하며 살고 있는 뜻이 무엇이며 목적이 무엇인가? 결혼은 왜 하였으며, 아이는 왜 낳는가?” 이런 물음에 앞서서 먼저 생각할 물음이 있습니다. “보편성에 있어서, 생명의 의의와 의미는 무엇인가? 특수성에 있어서, 인생의 목표와 목적은 무엇인가?” 이혼율의 최고와 출산율의 최저 사이에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경박해지고, 우리의 가정이 어떻게 허물어지거나 아니면 사막처럼 메말라가고 있는가 깊이 고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나 아이를 낳지 못할 이유가 자신의 삶의 현재나 미래에 견주어 얼마나 타당한가, 그리고 국가와 공동체의 장래를 내다볼 때, 얼마나 적실한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물질적인 풍요와 개인적인 욕망의 충족에 몰두하여 열심히 일하여 돈 벌고, 부자되고, 출세하고 성공하여 남부럽잖게 잘 살아보려는 일념으로 살아 온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닌지 우리 모두 뼈를 깎는 아픔으로 성찰해야 할 일입니다. 교육열이 그토록 높고,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그렇게도 많은 나라에서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가족 공동체가 와해되거나 부실해지는 현상은 기실 따지고 보면, ‘지식과 존재’ 사이의 균형이 깨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건망증이 심해지고, 감정은 불안정해지고, 폭력적으로 거칠어지는 언행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좌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를 발견하고, 삶의 목표와 목적을 확인하고, 어디를 향하여 달려갈 것인가를 재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고도 최저도 아닌, 삶의 최적한 조건과 상태를 재창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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