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축은 물질의 많고 적음에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축제의 공동체는 부자들 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더욱이 낯선 이들과 축제를 더불어 누릴 수 있는 일은 돈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경축은 개인이나 사회에 있어서 똑같이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종교적 신심으로 말하자면 하나님 창조주께 대한 감사요, 효심으로 말하자면 부모님과 조상께 대한 감사요, 인간의 본심으로 말하자면 나라가 있음에, 이웃이 있음에 그리고 우리가 한결같이 지켜온 역사와 자연이 있음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한가위 큰 명절이 되면서 우리는 더욱 절실하게 옛부터 이어온 우리 고유의 축제성과 삶의 경축을 되살려야 하겠고, 특히 고향을 잃은 사람들과 가족과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축제를 누려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땅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중국 연변을 비롯한 동북삼성에서 온 수많은 조선족 동포들과 최근에 큰 숫자로 늘어난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디를 가나 관심을 가지고 보면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만남이란 본디 평범한 사람들끼리도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아주 사교적인 사람들에게도 만남의 계기는 중요합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그런 계기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가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계기가 마련될 때에만 다른 사람들, 특히 낯선이들과의 만남이 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가위 같은 큰 절기입니다. 성서에서도 보면 유월절이나 초막절 같은 큰 명절을 기해서 모두가 어우러져 축제를 펼치라고 명하면서, 성직자도 빼놓지 말고 낯선이도 빼놓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넘고 쳐지는 것은 어느 쪽도 좋은 일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삶을 경축하고 축제의 공동체를 이룰 때, 누구보다도 빼서는 안될 사람들이 낯선 이들입니다. 그것은 낯선 이들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공동체와 모두를 진정으로 위한 것입니다. |
옛부터 우리 민족은 삶의 축제가 무엇인가를 잘 알았던 민족입니다.
세시풍속과 절기를 따라 축제를 누리며 공동체가 삶을 경축할 때 제사와
더불어 음주가무가 풍성한 잔치와 놀이가 정말 멋지게 신바람나게 펼쳐졌던
것입니다. 이것은 반드시 물자가 풍성하고 편해서 만이 아니라, 가난과 고된
노동 속에서도 끊이지 않았던 그야말로 끈기있는 삶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이른바 근대화의
바람과 산업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공동체는 흔들리고 깨어지기
시작하였고, 잔치와 축제는 사라져 갔습니다. 삶의 경축이라고는 개념조차도
잃은지 오래된 듯 합니다. 이제는 급기야 농촌에서도 품앗이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고, 도시에서는 옆집과 별미를 건네며 함께 나누는 정겨운
모습은 눈을 씻고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고독한 개인들은 있어도, 정겨운
이웃이 없는 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