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성서를 읽는 사람들이 맞이하는 부활의 계절은 남다른 감회와 감동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들로부터 다시 살아나신 예수를 그저 말로만
부활하셨다고 하면서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 그
자체이심을 믿고 그 믿음을 구체적인 삶으로 역사의 한가운데서 증언하는
사람들로서 부활절을 경축하기 때문입니다. 부활은 변화의 능력입니다. 수난과 죽음이 변하여 새 생명으로 나타납니다. 다시 사는 변화와 그 능력입니다. 성서를 몸으로 읽는다 함은 부활과 그 속에 있는 변화의 능력을 증언하는 자세로 읽는 것임을 재확인할 때 부활은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하여 상호관계와 체제와 환경에 이르기까지 통전적으로 영성을 새롭게 하는 능력임을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 변하여 부활이 된다 함은 도무지 바꾸지 못할 것이 없고, 바뀌지 않을 것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 부활은 그러기에 변화의 능력입니다. 그래서 몸으로 성서를 읽는 사람들은 이와같은 변화의 능력을 사회와 역사 속에서 증언하는 사람들입니다. 부활의 영성을 온전히 지니고 살면서 증언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변화의 주체입니다. 1998년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며 이루어내야 할 변화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의 필요를 바르게 감지하고 인식하는 지혜와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겠고, 둘째는, 우리가 바르게 감지하고 인식한 변화를 단행하고 성취해 나가는 과단성과 "멋진 계산", 그리고 "숭고한 광기"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과 눈앞에 쌓여 있는 어려운 문제들과 위기를 들여다보면서, 무엇보다 먼저 변화해야 할 것은 우리의 가치관과 삶의 자세입니다. 우리의 경제 위기도 따지고 보면 의식의 위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옛부터 위기와 국난을 극복하는 데는 그토록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투지와 끈기와 독창성을 가지고 탁월한 민족이 어째서 조금만 살만하다 싶으면, 또다시 위기의 구렁텅이로 되풀이 해서 떨어지고 마는가 하는 것도 실상은 우리의 허위의식, 그것도 지성인의 허위의식과 많은 사람들의 허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위정자에서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어른들로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거짓스러움에 익숙할 뿐 아니라 거짓스러움의 허용치가 너무 높은 것이 그동안의 문제였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로는 외치면서도 저마다 이기심에 사로잡혀서 개인이나 집단이나 할 것 없이 부당하게 경쟁이나 일삼고 살아온 것이 그간의 병이었습니다. 양심의 보루라고 할 대학과 사법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종교 단체와 교회에까지 중병이 든 것이 우리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죽음도 부활로 변화시키는 능력인 완전한 사랑이 있고, 그 완전한 사랑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부터 회개하고 결단하며 나서서 증언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있습니다. 허세와 거짓의 너울을 벗어던지는 힘을 바로 부활의 능력 곧 변화의 능력으로 덧입히기만 하면, 우리는 다시 삽니다. 부활의 영성과 변화의 능력으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다시 삽니다. 진실과 사랑의 힘으로 다시 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