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2. 3)
꽃이 피는 이유
김 영 숙
꽃이 피는 이유를
그 때는 몰랐다.
꽃이 필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떨리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를
그 때는 몰랐다.
꽃이 질적마다
나무 주위에
물젖은 바람소리.
김 영 숙 님은 경북대학교병원 가정간호팀장으로 지난 10기 영성수련에 참석하여 쓰신 묵상글입니다.
나는 나로서 !
조 연 옥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머물 땐
사심이 없어짐을 항상 느낀다.
하나님의 그 오묘함 속에 숙연해지면서
커다란 나무를 보기보다는
가장 낮은 곳의 작은 풀 보기를 나는 좋아한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는 그들 !
하나님의 뜻에 따라
큰 존재는 큰 존재대로 작은 존재는 작은 존재대로
각자의 소임을 다한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됨을 느낀다.
자연이 되어버린 나!
아주 평안하고 행복하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
나는 나로서.
조 연 옥 님은 성남 열린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이 글은 지난 10기 영성수련회에 참석하셔서 쓰신 자연묵상글입니다.
김안나 할머니
정 기 주
당신을 바라봐 주고 이야기를 걸어 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그 분,
당신은 천국입니다.
라자로 마을이란 이름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그 분,
행복하세요.
내게는 나이드신 어머니가 계시는데
그 분에게 영성테이프를 사다주려고 넣어 둔 지폐 두 장,
안나 할머니 손에 꼭 쥐어 드리고 오는 내 마음 조금은 기쁩니다.
나의 어머니께는 그 테이프가 없어도 즐거우시지만
그 분께는 어려운 살림 속에서 조금의 여유가 되어
마음이 따뜻해 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어머니께 자주 찾아가 뵙지 못하여 그리운 마음
안나 할머니를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심한 고통 속에서 병마와의 싸움을 이기고 살아가시는 할머니
행복하세요.
돌아오는 길 그 분의 배웅을 받으면서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시는 그 말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당신의 고통도 어려우실텐데,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겠다니요....
감사합니다.
라자로 마을에서 2002. 1. 31.
정 기 주 님은 충북 보은의 송죽 보건진료소장으로 재직하고 계시며 이 글은 지난 10기 영성수련회에 참석하셔서 쓰신 묵상글입니다.
산등성이의 작은 소나무
양 경 희
양 뺨에 느껴지는 찬 기운과 허리춤을 엄습하는 바람은 나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였다. 그러나 과정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걸음을 챙겨 걸으니, 눈앞에 젊고 푸르름을 간직한 예쁜 소나무가 보인다. 한참동안 소나무에게 마음이 갔다. 이 겨울 속에서도 봄을 지니고 있어 누구에게나 상큼한 젊음을 가져다 주고 눈에 잘 띄는 소나무. 그래서 언제나 봄, 늘 봄이다. 그런데 그 늘 봄 소나무와 동일시하는 것이 오늘은 내 마음에 양이 차지 않는다.
머뭇거리다 다시 산책명상을 계속하였다. 그러자 저 산등성이에 꿋꿋하게 선 소나무가 마음에 와 닿았다. 무심코 보았을 때는 산만 보였는데, 다가가며 자세히 보니 많은 나무들과 작고 푸른 소나무가 모여 그 산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작은 소나무는 비록 작지만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고 산 높은 등성이에 나름대로 꿋꿋하게 서 있다. 그 산을 구성하는 모든 다른 것들과 하나의 멋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모퉁이를 돌아서자 소나무가 보이지는 않는다. 보이지는 않아도 내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또 구태여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일부러 주위와 조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주위를 조화롭게 만들려고 어찌하지 않아도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남을 배려하기 전에 나 자신에 충실하고, 나 자신에 헌신할 때 주위 사람도 부담없이 더욱 편안해하고 진정한 나 자신이 충족될 것이다.
양 경 희 님은 원광보건대학 간호과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며 이 글은 지난 10기 영성수련회에 참석하셔서 쓰신 묵상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