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사람들은
구름을 자유롭다고 하며
구름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

단지 하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름이 자유롭다고 한다

바람 때문에 움직이고
너무 커지면 땅으로 떨어져야 하고
때로는 태양에 찢기우는데도

단지 하늘에서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구름을 자유롭다 한다

그러면서
구름이 많으면 많다고

해를 가리면 해를 가린다고
구름에 대고 욕을 한다.

구름이 들으면
환장할 노릇이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최고의 선이라며
물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

단지 제멋대로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물이 자유롭다고 한다

절벽을 만나면 떨어져야 하고
둑이 막으면 서야 하고
때로는 하늘로 억지로 올라가야 하는데도
제멋대로 흐른다는 것만으로
물을 자유롭다고 한다.

그러면서
물이 많으면 많다고
적으면 적다고
고여서 썩으면 더럽다고
물에 대고 욕을 한다.

물이 들으면
환장할 노릇이다

구름이나 물이나
사람들이 제멋대로 갈겨쓴 시와 노래와 그림을 볼 때마다
배를 잡고 기막히다 비웃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황 익 주 님 (서강대 재학 중) / 지난 13기 영성수련에서 쓴 자연묵상 글임.

말씀과 삶의 뜨락 (2002. 11)

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