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림
1. 나?
무엇을 향해 가는 건가?
항상 바쁜 마음과 이 일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무슨,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이 사람을 만나면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내가 하는 일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여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 속에 마치 내가 앵무새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지면서 말이다.
아마도 너무나 오랜 시간 뒤돌아 볼 여유 없이 달려온 것은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자각 속에 빠져서 산 것은 아닐까?
그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드러내어 은근히 '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가?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의 희생을 요구했고
나눔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것을 움켜쥐었고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마음 속 깊이에는 질투를, 집착을 간직했다.
2. 깨달음
부끄러움!
길거리에 쓰러져 자고 있는 행려자에게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며 어떤 거리낌도 없이 덮을 옷가지와 깔
수 있는 판자를 가져다 주는 손길에 부끄러움을 가진다.
따뜻함!
시장 어두운 구석 조그만 생선가게 아줌마, 화려한 인생 뒤 실패속에서 그분을 만나 머리로만 믿었던
주님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데 16년 걸렸다고 하시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생선을 담은 검정비닐을
건네주실 때 비린 내음과 함께 따뜻함이 다가온다.
3. 희망
내가 아닌 우리로 살고 싶다.
'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숨겨진 수많은 우리가 있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얼굴들과 스쳐간 사람들로부터 시작해서
음식이 되어 버린 식물과 동물들까지
'나'는 어디에도 없어야 한다.
삶에 대해 부끄러움과 따뜻함을 주고 받으면서
밀려드는 일 속에서 자유롭고 싶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가고싶다.
* 이경림선생은 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스러기 선교회에서 총무로 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