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희
개척교회!
더구나 지체장애우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가장 큰 문제는 공간확보였습니다. 재정이 마련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도움을 줄 사 람도 없었습니다.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하고 장애우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 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오직 뜨거운 마음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혼방을 정리한 돈 천오백 만원, 은행융자 천 오백만원, 삼천만원을 가지고 약 10평의 홀이 있고 살림을 살 수 있는 방 이 하나 달린 곳을 얻어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때가 1994년 7월이었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오직 하나님 한 분에게 매달려서 시작 은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나 조 금씩 교회가 알려지고 장애우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여러 후원자 들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어떤 한 분이 예배공간과 장애우들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어서 헌당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지 140평되는 곳에 공동체 생활이 가능 한 그리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를 짓는다는 부푼 기대와 꿈은 IMF라는 괴물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건물을 짓는 중에 닥친 이 재난은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건물을 지으려던 그 분은 부도를 맞아 사업체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버렸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교회에 서 여기저기 많은 돈을 융자를 내고 빌리기도 해서 건물은 지었습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 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준공검사가 끝나고 우리교회의 명의로 하려고 갔는데 이미 그 분의 명의로 해놓고서는 은행에 최대한 빌릴 수 있을 만큼 돈을 다 융자해간 뒤였습니다. 자기 사업체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 그랬다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젠 돌이킬 수 없었 습니다. 그간에 교회에서 빌린 돈이며 개인적으로 아버지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며, 막막했 습니다. 아니 죽고 싶은 심정이었고, 어디론지 피하고 싶었습니다. 교인들도 지칠대로 지쳐 있었고, 목회자인 나는 모든 상황을 피해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힘든 일이 계속해서 생기고,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아직도 주위엔 장애우들 몇몇이 나와 함께 남아있었습니다. 공동체 성서연구를 접하게 된게 바로 그때쯤이 었습니다. 장애우를 엎고 다녀도 즐거움이 없었고, 주일에 예배를 드려도 감격이 없었으며, 온통 그저 다람쥐 바퀴를 돌 듯, 주어졌으니까 해야지 하는 마음뿐이었던 그때에 삼덕교회 집회에서 김영운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습니다.
몸으로 읽는 성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피해서 도망가고 싶었던 제게 몸으로 다시 살아가야지 하는 결단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
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공동체성서연구모임을 매주 목요일에 가지게 되었고 몇 분의 목사님
들과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교회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재정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 니다. 그러나 지난 달 창립 6주년을 보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둥지교회를 통해 많은 장애 우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희망을 심어주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세 달전부터 등이 너무 아파 장애인들을 업는 것이 힘들어 한의원에 갔더니 중추부정렬 이라는 병명이 나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길 이 병은 막노동 하는 사람들 중에 등 짐만 지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세라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장애인들을 안고 업고 휠체어 싣고 내리고 교회를 개척하기 전의 봉사자로서의 2년을 더하니까 만 8년을 장 애인과 함께 했으니 탈도 날만했습니다.
사실, 아픔을 겪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만나면 제 자신의 한계에 대한 회의와 절망이 저 를 지치게도 합니다. 그러나 제 몸이 아픈 것은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에 비해서는 조족지혈 에 불과하다는 것도 압니다. 몸이 조금 아프다고 요즘은 꾀를 좀 부립니다. 핑계를 대고 해 야 할 일도 덜하게 됩니다.
지금은 말씀이 육신이 되셔서 삶을 사셨던 주님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지치고 피 곤해서 피하고 싶은 목회현장에 대해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보여집니다. 나를 구원해주는 사람이 바로 장애인이구나, 내가 몸으로 말씀을 살아가는 것이 주님의 뜻이구나!
저는 더욱 열심히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지금도 일 이 다 해결되지 않았지만 교회와 교인들은 작은 예수로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노력하고 있 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재활과 복음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날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도 늘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고자 애쓰지만 주일에는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합 니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장애인들 모셔오고 예배를 드리고 모셔드리고 보통 5시간은 운전 을 해야 합니다. 주일날 명상으로 말씀 준비를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제 대로 준비하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기에 대한 안타까움 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활전체가 몸으로 읽는 성서라는 인식과 공동체성서모임을 통한 말 씀준비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몸으로 살아가는 목자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말씀이 저의 삶이 되어 작은 예수로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 신경희목사 (대구 둥지교회)
